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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미기 수컷들 박치기로 우열 가려…소설과 달리 순둥이

향유고래 보고서

  • 서부국 서평가
  •  |   입력 : 2022-10-06 19:31:2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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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등장
- 향수·등유 등 원료…남획 불러

1825년 20m급 미국 포경선 에식스가 향유(香油)고래에 받혀 가라앉았다. 구조된 선원들은 그 고래가 ‘모카 딕’이라며 25~26m 크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향유고래 수컷은 통상 15~18m(50여t), 암컷은 11~13m(40여t). 25m를 넘는 향유고래는 최대급이다. 몸체는 짙은 회색이나 검은색. 알비노인 흰색 개체도 가끔 발견된다. 모비 딕처럼. 나이 들수록 향유고래는 흰색을 띤다.
에이브러햄 스토르크 작 ‘고래잡이’.
대왕오징어가 ‘최애’ 먹잇감. 수염고래와 대비되는 이빨 고래다. 이런 포식성 탓에 소설 속에서 ‘폭군’으로 그려졌겠지만 대개 순하다. 조상은 리비아탄 멜빌레이(Livyatan melvillei). 990만~890만 년 전인 중신세에 살았다. 몸길이 13~17m, 30㎝급 이빨을 가졌다. 리비아탄은 성서 속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 이 화석을 발견한 고생물학자는 저자 이름에서 따온 멜빌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나온다. 별칭이 향고래·말향(抹香)고래. 향 자가 들어간 건 머리에 든 무색기름인 경뇌유(鯨腦油)가 향기롭기 때문. 공기와 접촉하면 굳어 흰 경랍이 된다. 이 고래는 용연향(龍涎香, Ambergris) 덩이를 배출한다. 저자도 91, 92장에서 이 ‘바다의 로또’라는 이 물질을 다뤘다. 용연은 ‘용의 침’, ‘Ambergris’는 ‘기름지다’라는 어원을 가졌다. 말향고래 소화기관에서 대왕오징어 부리 같은 날카로운 이물질은 상처를 줄 우려가 커 체성분이 둘러싼다. 이 덩이가 몸 밖으로 배출돼 10년 이상 떠다니다 보면 검은색이 탈색된 용연향으로 변해 해변에 닿는다. 최고급 용연향에서 추출한 알코올은 향기롭고 냄새를 잡아두는 힘이 강해 다른 향수와 섞으면 향이 오래 보존된다. 금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향유고래는 머리통이 뭉툭하고, 몸통에 견줘 가슴지느러미는 작고 꼬리지느러미는 크다. 심해 잠수에 능숙하다. 교미기 수컷들은 박치기로 우열을 가린다. 머리를 수면으로 두고 서서 잠잔다. 암수가 분리돼 생활하고 특히 수컷은 나이가 들수록 홀로 지낸다. 철 성분이 농축된 대변을 수면에서 내놓는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걸 먹고 광합성을 해 이산화탄소를 줄인다.

향유고래 경랍이 등유나 윤활제로 쓰이면서 남획을 불렀다. 석유가 개발된 뒤 포경이 줄었고, 1985년 국제포경위원회는 이 고래를 보호종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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