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지석’

역순 배치된 그의 영화인생, 인간적인 고뇌도 정면 응시

  • 김민우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2-10-09 20:23:30
  •  |   본지 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이야기할 때 그를 빼놓을 수 있을까.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지 5년, 영화 ‘지석’은 멈춰버린 그의 시계를 간직한 채 고인이 그토록 사랑한 BIFF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상영작 김영조 감독의 다큐멘터리 ‘지석’ 스틸컷. BIFF 제공
그러나 지금은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가 영화에 담긴 방식에 대해 집중하고자 한다. 이건 김지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지석’에 대한 글이니 말이다.

‘지석’은 아마 시작부터 어려운 작품이었을 것이다. 한국 영화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그것도 예상치 못하게 너무 빨리 곁을 떠난 인물의 전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와 무게를 누구도 모르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안전한 방식을 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방식의, 이를테면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톺아보며 김지석의 모자이크를 만드는 영화였어도 관객들은 충분히 그를 기리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석’의 김영조 감독은 전작 ‘펀치볼’(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2017))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지석을 그려낸다. 역순으로 배치된 그의 역사는 1996년 제1회 BIFF를 함께 만들던 때로 돌아가 그의 빈자리를 감각하게 만들어 내고, 생전 그의 가장 일상적인 증언을 볼 수 있는 SNS를 추적해 가는 진행은 연출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인간 김지석’에 대한 여러 사람의 증언도 눈 여겨 볼만 하다. 그와 각별한 사이였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모흐센 마흐말바프, 차이밍량, 자파르 파나히, 천추이메이 등 세계 유수 영화인들의 인터뷰는 그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가득한 채로 전해져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지석’은 단순히 김지석의 업적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 있어 말하기 어려웠던 상황과 그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작품이다.

BIFF가 위기를 겪을 무렵 내부에서 벌어졌던 갈등에 대해서 정면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일평생 영화제와 함께 할 줄 알았던 친구들이 외압 때문에 보이콧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개최를 주장하는 온건파로 갈라지고, 둘 사이에서 그 모든 감정을 받아가며 영화제를 꾸려가야 했던 김지석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 영화는 거기에 섣불리 대답하는 대신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BIFF와 영화인들을 사랑해온 인물이 김지석이었음을 힘주어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지석’은 그의 생전 소원이었던 월영 극장을 영화에서나마 이루어주려 한다. 여기서 월영 극장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거나 영화 안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그마한 영화관과 카페를 함께하는 소박한 꿈을 꾸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영화제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김지석 그 자체다.

그리고 ‘지석’은 그런 월영 극장을 김지석의 친구들이 보낸 달의 이미지와 함께 영화 안에 세운다. 그럼으로써 ‘지석’은 영화를 뛰어넘어 김지석에게 가닿게 된다.

이처럼 ‘지석’은 누군가를 추모함에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을 시도하는 흔치않은 영화다. 부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그 곳에서 ‘지석’을 보고 있기를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4. 4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5. 5“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6. 6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9. 9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10. 10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8. 8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8. 8“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