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세상을 놀라게 하던 무렵, 인도의 한 영화감독이 ‘기생충’에 대해 ‘보다가 지루해서 잠들었다’는 시크하기 짝이 없는 평가를 내리는 바람에 전 세계 ‘기생충’ 팬의 분노 어린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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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영화 '라이즈 로어 리볼트' 포스터. |
그가 바로 독창적일 만큼 황당무계하고 중독성 있는 액션의 향연이 계속되는 영화 ‘바후발리-더 비기닝’‘바후발리 2’를 만든, 영화 강국 인도에서도 최고 흥행감독으로 알려진 SS 라자몰리 감독이다. 나 역시 ‘기생충’으로 한창 치사량에 가까운 국뽕에 취해있던 터라, 사이버 참전을 준비하려다 김이 새버렸다. 뭐 그 양반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그는 봉준호 감독과는 또 다른 의미로 놀라운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올해 3월 개봉해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 USA TODAY)가 ‘탑건2-매버릭’을 제치고 2022년 액션 블록버스터 1위로 선정한 SS 라자몰리 감독의 신작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는 우리나라에선 정식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1920년대 영국 식민지배하에 있던 인도를 배경으로, 실존했던 두 명의 독립투사를 모티브로 두 주인공이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의기투합해 미국 슈퍼히어로 뺨치는 만화적 액션으로 일당백으로 적을 물리치는 와중에, 아니나 다를까, 틈틈이 멋들어진 춤과 노래 실력을 뽐낸다.
거의 모든 장면이 클라이맥스라 지루할 틈이 없다. 높아진 CG 기술로 더욱 황당한 액션 연출이 가능해졌지만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투박하게 직진하고 그래서 더 정감 가는 오래된 감성이 오히려 반갑다. 예전 인도 여행 중 자이푸르 시내 커다란 단관 극장에서 제목도 모르는 영화를 봤다. 지금의 멀티플렉스에선 볼 수 없는 압도적 크기의 스크린을 바라보며 상영시간 내내 박수치고 환호하며 즐기는 관객이 영화보다 더 재밌었다. 학창 시절 단체관람이 연상되는 통제할 수 없는 즐거운 아수라판이었다.
아마 수익 측면에서 국내 개봉이 무산됐겠지만 이런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건 역시 아쉽다. 한때 우리가 열광한 홍콩영화도 사라지고, 중국영화는 변질되고, 일본영화도 시시해진 시대에, 그래도 인도영화는 여전하게도 마살라 향 물씬 풍기는 인도영화로 남아 있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