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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주인을 정말 잘 길들였군” 개의 눈으로 본 세상

까보 까보슈-다니엘 페나크 원작/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각색·그림/윤정임 옮김/문학과지성사/2만5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1-10 19:28:4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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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한 동화
- 위태롭고 험한 삶 살던 유기견
- 다시 사람과 함께하기까지 여정

천진한 선명함, 우아한 단순함, 틀을 깨는 과감함. 또 뭐가 있을까. 절묘한 연출력? 인상깊고 기억에 오래 남는 그래픽 노블을 꼽아 보면, 이 가운데 두어 가지 특징은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픽 노블을 한 권 한 권 더 볼수록 ‘좋은 그래픽 노블’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그 믿음의 핵심은 ‘그래픽 노블은 그림이 없고 글씨가 많은 문학책의 보조 수단이기는커녕 어엿하게 독립한 하나의 예술 장르’라는 점이다.
게다가 본 지 오래된 그래픽 노블일지라도 인상 깊었던 대목이 기억날 땐 그 장면이 생생한 그림으로 통째로 떠오르니, 이게 참 즐겁다. 어딘지 내면이 한결 풍성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래픽 노블 ‘까보 까보슈’에서 아주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우선은 주인공인 ‘개’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다. “내가 저 애를 정말 잘 길들였어.” 이 장면에서 독자는 뭔가 깨치게 된다. 지금껏 ‘사람이 개를 길들이는 것’이라 여겨온 상식에 금이 간다. 알고 보니, 개도 사람을 길들인다. 서로 길들인다. 그속에서 개와 사람 사이에 새로운 관계성이 탄생한다. 사람은 ‘주인’이고, 개는 사람의 ‘소유물’이 되는 옛 관계는 흐트러진다. 그래서 또 하나 인상 깊은 장면은 주인공 ‘개’가 이렇게 되새기는 장면이다. “나의 여주인은 내 친구가 되었다.”

‘까보 까보슈’는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1982년 발표한 같은 제목의 아동문학 작품을 시나리오 작가이며 삽화가이고 색채 화가인 그레고리 파나치오네가 그래픽 노블로 새롭게 가꾼 작품이다. ‘까보 까보슈’는 개를 쉽고 친근하게 부르는 프랑스어라고 한다. 이 작품에 나오는 여자아이 ‘사과’는 버림받은 개를 보호하는(수용했다가 사흘 안에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키는) 시설에서 만난 주인공 개에게 ‘개’라는 이름을 붙인다.“내 개의 이름은 ‘개’야.…이렇게 생긴 개는 세상에 단 하나고 그게 바로 얘야.”

주인공 ‘개’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태어나고, 버려지고, 살아난다. 해변 쓰레기장에서 다정한 친구 개 시컴댕이를 만나 여러 가지를 배우지만, 시컴댕이는 쓰레기장에 사는 개에게 닥치는 비극을 피하지 못한다. ‘개’는 도시로 향한다. 도시에서 친절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삶은 위험 투성이다. 다행히 친절한 친구 개 하이에누와 좋은 인간 ‘멧돼지’를 만나지만, 삶은 여전히 위험하다. ‘개’는 느낀다. “인간들은 종잡을 수 없어.”

이 작품은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개의 눈으로 본 인간은 “종잡을 수 없다.” 사과의 부모인 노루 씨와 후추 여사는 또 한번 ‘개’에게 큰 고통을 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는 포기하지 않는다. 고생 끝에 하이에누에게 구조된 ‘개’가 말한다. “날 좀 깨우지 그랬어!” 하이에누가 답한다. “절대 안 되지! 넌 잠도 안 자고 프랑스 땅의 절반을 횡단해 왔어.”

‘개’가 기어코 사람의 마을로 돌아가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대체 개는 왜 그럴까? 윤정임 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말한다. “개와 인간이 함께 행복하려면 ‘개는 개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해 주는 것이 지켜야 할 첫째 덕목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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