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시인은 현재 경남 하동의 이병주문학관과 박경리문학관의 관장으로 일한다. 그는 문학평론가이기도 하다. 경남 하동 태생인 그는 문학평론가로서 경남 문단을 중심으로 넓은 세상의 시를 살피고 본인이 몸담고 사는 지역의 시를 읽는 일을 살뜰하게 해왔다. 그가 최근 펴낸 문학평론집 ‘깊고 푸른 고백’(도서출판 북인·사진)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문학평론’이 아닌 ‘평론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글쓰기에 임하고 있다.”
‘깊고 푸른 고백’을 펼쳤을 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실제로 들었다. 적지 않은 문학평론집은 이론과 인용으로 중무장하고, 누구누구는 이렇게 말했고 어떤 어떤 이론은 이렇게 설명하므로 이 시는 이러저러하다는 형태로 전개된다. 독자로서는 일단 어렵고, ‘그래서 저자 당신의 생각은 뭔데’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김남호의 평론집은 이론과 인용에 짓눌리는 게 아니라 저자가 시라는 장르, 시 작품 그리고 시인에 관해 오래 꼭꼭 씹고 눌러 담으며 가꾼 생각을 두려움 없이 펼쳐낸다. 시를 독자에게 ‘안내’하고자 하는 저자의 숨결이 느껴진다.
몇 대목 꼽아본다. ‘시는 고백의 문학이다’는 단원이다. “짧게 말하자면, 시는 고백이다. 좋은 시는 은밀하고 고유하고 서늘한 고백이다. 고백과 비슷하지만 짝퉁인 것들, 이를테면 독백이나 방백, 푸념이나 엄살들과는 다르다.” 이렇게 말한 뒤 그가 예시로 든 시 가운데 한 편은 곽효환의 ‘파리지옥’이다. “아귀처럼 벌어진 두 개의 이파리가 / 철커덩 닫히는 순간 / 가시 철창에 갇혀 / 온몸을 뒤틀고 뒤트는 몸부림으로 / 나, 당신에게 갇히려 하네…”(부분)
이런 흐름으로 ‘시는 그리움의 문학이다’ ‘채송화는 전압이 높다’ ‘정밀하게 관찰하고 건조하게 묘사하기’ 같은 글이 이어진다. “누가 뭐래도 시는 그리움의 문학이다. 그리움이 없다면 시는 정처 없을 것이다. 서정시든 해체시든, 고전적이든 전위적이든 그게 시라는 장르에 귀속되는 글이라면 그 바탕에 깔린 정서는 그리움이라는 게 내 믿음이다.” 저자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시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리움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이 평론집은 ‘읽는 재미’까지 준다.
이 대목도 인상 깊다. “반성이나 성찰 없이 오랫동안 시를 써온 사람들은 대체로 감각을 배반하고 사유에 투항하려고 한다. 사유의 묵직함이 곧 시인의 중후함을 증거하는 것이라 여기는 듯하다.” 알맞은 지적이다. 감각은 예술의 본질 요소다. 이 평론집은 경남 문단에서 활동하는 여러 시인의 시 세계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느껴진다. 이성배 진효정 이필수 조문환 이경숙 등이다.
예컨대 진효정 시인의 시집 ‘일곱 번째 꽃잎’을 소개하는 글의 제목은 ‘나라는 지옥에 대한 보고서’인데, 거친 숨을 내뱉으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삶을 응시하는 진효정 시인의 세계가 어느새 훅 느껴지는 평문이다. ‘지역’에는 조명되고 발굴되어야 할 예술 자산이 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