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 속에 고백의 언어들, 평론으로 끄집어낸 김남호 시인

문학평론집 ‘깊고 푸른 고백’, 경남 시인들의 시 세계 조명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1-13 19:46:5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남호 시인은 현재 경남 하동의 이병주문학관과 박경리문학관의 관장으로 일한다. 그는 문학평론가이기도 하다. 경남 하동 태생인 그는 문학평론가로서 경남 문단을 중심으로 넓은 세상의 시를 살피고 본인이 몸담고 사는 지역의 시를 읽는 일을 살뜰하게 해왔다. 그가 최근 펴낸 문학평론집 ‘깊고 푸른 고백’(도서출판 북인·사진)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문학평론’이 아닌 ‘평론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글쓰기에 임하고 있다.”

‘깊고 푸른 고백’을 펼쳤을 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실제로 들었다. 적지 않은 문학평론집은 이론과 인용으로 중무장하고, 누구누구는 이렇게 말했고 어떤 어떤 이론은 이렇게 설명하므로 이 시는 이러저러하다는 형태로 전개된다. 독자로서는 일단 어렵고, ‘그래서 저자 당신의 생각은 뭔데’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김남호의 평론집은 이론과 인용에 짓눌리는 게 아니라 저자가 시라는 장르, 시 작품 그리고 시인에 관해 오래 꼭꼭 씹고 눌러 담으며 가꾼 생각을 두려움 없이 펼쳐낸다. 시를 독자에게 ‘안내’하고자 하는 저자의 숨결이 느껴진다.

몇 대목 꼽아본다. ‘시는 고백의 문학이다’는 단원이다. “짧게 말하자면, 시는 고백이다. 좋은 시는 은밀하고 고유하고 서늘한 고백이다. 고백과 비슷하지만 짝퉁인 것들, 이를테면 독백이나 방백, 푸념이나 엄살들과는 다르다.” 이렇게 말한 뒤 그가 예시로 든 시 가운데 한 편은 곽효환의 ‘파리지옥’이다. “아귀처럼 벌어진 두 개의 이파리가 / 철커덩 닫히는 순간 / 가시 철창에 갇혀 / 온몸을 뒤틀고 뒤트는 몸부림으로 / 나, 당신에게 갇히려 하네…”(부분)

이런 흐름으로 ‘시는 그리움의 문학이다’ ‘채송화는 전압이 높다’ ‘정밀하게 관찰하고 건조하게 묘사하기’ 같은 글이 이어진다. “누가 뭐래도 시는 그리움의 문학이다. 그리움이 없다면 시는 정처 없을 것이다. 서정시든 해체시든, 고전적이든 전위적이든 그게 시라는 장르에 귀속되는 글이라면 그 바탕에 깔린 정서는 그리움이라는 게 내 믿음이다.” 저자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시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리움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이 평론집은 ‘읽는 재미’까지 준다.

이 대목도 인상 깊다. “반성이나 성찰 없이 오랫동안 시를 써온 사람들은 대체로 감각을 배반하고 사유에 투항하려고 한다. 사유의 묵직함이 곧 시인의 중후함을 증거하는 것이라 여기는 듯하다.” 알맞은 지적이다. 감각은 예술의 본질 요소다. 이 평론집은 경남 문단에서 활동하는 여러 시인의 시 세계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느껴진다. 이성배 진효정 이필수 조문환 이경숙 등이다.

예컨대 진효정 시인의 시집 ‘일곱 번째 꽃잎’을 소개하는 글의 제목은 ‘나라는 지옥에 대한 보고서’인데, 거친 숨을 내뱉으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삶을 응시하는 진효정 시인의 세계가 어느새 훅 느껴지는 평문이다. ‘지역’에는 조명되고 발굴되어야 할 예술 자산이 천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3. 3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4. 4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5. 5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6. 6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7. 7“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8. 8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10. 10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1. 1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2. 2“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3. 3“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4. 4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7. 7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8. 8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9. 9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10. 10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3. 3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4. 4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7. 7‘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8. 8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9. 9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10. 10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3. 3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4. 4“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5. 5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6. 6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7. 7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10. 10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 1“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