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하 수상하여 깊은 고민 끝에 역시 굿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11월 11일 때마침 인간이 가장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빼빼로데이 저녁에 목욕재계를 하고 ‘추다혜차지스’ 공연을 보러 경성대 앞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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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다혜차지스 공연 모습. |
추다혜는 일찍이 서도민요를 전공하고 ‘씽씽’이란 밴드의 홍일점으로 2017년에 BTS보다 먼저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해 우리의 소리를 세상에 알렸던 소리꾼이다. 추다혜를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 ‘추다혜차지스’는 힙합, 레게, 펑크, 리듬앤 블루스 등의 다양한 블랙뮤직과 국악 중에서도 마이너한, 국악의 인디음악이라 할 수 있는 무가(巫歌), 무당이 굿할 때 부르는 노래를 새롭게 재해석한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 밴드다. 이들은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에서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2020년) 앨범에 수록된 ‘리추얼댄스’로 수상했다. 이들의 음악이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알앤비&소울로 수상한 것은 지금도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악 크로스오버 시도들과 비교해서도 독창적이며 다양한 장르가 이질감 없이 성공적으로 어우러졌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날 공연의 오프닝은 부산을 대표하는 퓨처국악 밴드 ‘루츠리딤’이 맡아 우리의 트랜스 뮤직을 선보였다. 뜨거운 열기로 불타는 이비자(Ibiza) 클럽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는 기분이 드는 훌륭한 무대였다. 이어 추다혜차지스의 신명 나는 굿판이 시작됐다.
검은 가죽옷에 화려한 머리 장식, 방울을 흔들고 춤추며 소리를 뽑아내던 추다혜는 자신은 진짜 무당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작두는 언제 타는지 궁금해질 정도의 신들린 무대였다. 혼신의 힘을 다해 관객 모두를 위로하고 복을 비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과거 무당은 지금의 록스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이유로 대한민국 무속의 이미지는 나날이 바닥을 치지만, 이런 인간을 복되게 하는 새롭고 은혜로운 굿판이라면 더 자주 산발적으로 펼쳐졌으면 좋겠다. 하루가 다르게 위태로워지는 국제정세를 볼 때, 현생인류에게도 이런 굿판이 절실히 필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