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계 없이 40일 동굴에 갇힌 인간들…협력의 본능 빛나다

딥 타임- 크리스티앙 클로 지음 /이주영 옮김 /웨일북 /1만7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1-17 19:33:39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佛 동굴서 15인 고립생활 실험
- 극한 환경 초기엔 갈등과 분열
- 생체리듬 맞춰지자 서로를 의지

이런 ‘이상한’ 모험을 기획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이며, 또 그것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주는 사회는 어떤 심모원려(深謀遠慮·깊이 헤아리고 멀리 내다보는 생각)가 있는 걸까? 이래서 선진국인가? ‘인간 적응력 전문가’이며 탐험가이자 모험가 크리스티앙 클로가 쓴 ‘딥 타임(DEEP TIME)’의 앞 대목을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을 품었다. 그 ‘모험+실험’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동굴 속에 고립된 인간 집단은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사진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새바지의 인공 동굴 전경. 국제신문 DB
크리스티앙 클로는 모험에 참가할 사람 15명을 모집했다. 이들 15명은 ‘딥 타이머’가 되어 2021년 3월 14일부터 4월 24일까지 40일 동안 프랑스 아리에주 위사(Ussat)에 있는 롱브리브(Lombrives) 동굴 안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다.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250명이 이 모험의 실행을 도왔다. 식량 물 조명 컴퓨터 화장실 빨래 실험 탐험 수면 통신 청소…. 40일의 동굴 고립 실험을 위해 필요한 이런 자원을 고려하면 예산도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쨌든 크리스티앙 클로와 기획자들은 이 모험을 성사시켰다.

딥 타이머들에게는 여러 규칙과 조건이 주어졌다.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엄한 규칙이자 조건은 이것이다. ‘동굴 속 고립 실험 40일 동안 어떤 종류의 시계나 달력도 제공되지 않는다’. 딥 타이머들은 절대 시계나 달력을 볼 수 없다. 그리고 동굴 지형을 스캔하거나 탐험하고 실험을 수행하는 등의 과제가 주어진다. 왜들 이러는 걸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직·간접으로 알게 해주는 문장을 인용한다. “그렇다면 시간이라는 삶의 기준이 사라졌을 때, 인간은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이것이 우리가 딥 타임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다.”(151쪽) “인간은 시간을 전혀 지배할 수 없다.”(146쪽) “인간은 절대로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147쪽) “모든 딥 타이머가 새로운 정보와 환경에 다양하게 노출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시간에 길들여진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야 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단기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다.”(139쪽)

요컨대 이 실험을 통해 모험 기획자들이 알고자 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시간 개념을 알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낯선,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매커니즘 ▷인간이 인지 능력과 생체리듬을 통해 시간을 인식하는 능력 ▷시간 개념을 잊은 집단이 점차 비슷한 생체리듬을 보이느냐 여부. 안전과 생존과 실험을 위해 정교하게 구성하고 적지 않은 규칙을 설정한 이 실험이 동굴 안에서 펼쳐지는 과정이 워낙 흥미진진해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결론 일부를 맛보여 드리면 이렇다. 15명이 40일 만에 동굴에서 나왔을 때 참가자 대부분 30일이나 31일이 지난 것으로 생각했다. 딥 타이머들의 ‘생체시계’가 대부분 시간 흐름을 이렇게 인식한 것도 중요하지만, 관심을 갖고 더 들여다볼 사항이 많다. 동굴 고립 생활 초기에는 이들의 시간관념이 다 달랐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자 딥 타이머들은 예민해지고 무기력해져 갈등을 일으켰다. 주어진 실험도 수행하지 않았다.

기간이 좀 더 지나자 변화가 왔다.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동굴 속 딥 타이머들의 생체리듬이 서로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공동생활이 쉬워졌다. 재미와 경외심을 중시한 일부 프로그램의 덕도 본 듯하다. 협력이 원활해졌고 효율은 높아졌다. 오락거리를 찾아 함께 놀았다. 이 실험을 잘 끝낸 저자 크리스티앙 클로가 내린 결론 일부를 소개한다. “우리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내용이다.”(207쪽) “상황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우리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221쪽)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6. 6[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5. 5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8. 8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李대통령 부부 등 순방단 명단 개인정보 유출 경찰 내사 착수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6. 6“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7. 7“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10. 10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7. 7[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8. 8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8. 8“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9. 9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10. 10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