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佛 동굴서 15인 고립생활 실험
- 극한 환경 초기엔 갈등과 분열
- 생체리듬 맞춰지자 서로를 의지
이런 ‘이상한’ 모험을 기획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이며, 또 그것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주는 사회는 어떤 심모원려(深謀遠慮·깊이 헤아리고 멀리 내다보는 생각)가 있는 걸까? 이래서 선진국인가? ‘인간 적응력 전문가’이며 탐험가이자 모험가 크리스티앙 클로가 쓴 ‘딥 타임(DEEP TIME)’의 앞 대목을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을 품었다. 그 ‘모험+실험’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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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속에 고립된 인간 집단은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사진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새바지의 인공 동굴 전경. 국제신문 DB |
크리스티앙 클로는 모험에 참가할 사람 15명을 모집했다. 이들 15명은 ‘딥 타이머’가 되어 2021년 3월 14일부터 4월 24일까지 40일 동안 프랑스 아리에주 위사(Ussat)에 있는 롱브리브(Lombrives) 동굴 안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다.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250명이 이 모험의 실행을 도왔다. 식량 물 조명 컴퓨터 화장실 빨래 실험 탐험 수면 통신 청소…. 40일의 동굴 고립 실험을 위해 필요한 이런 자원을 고려하면 예산도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쨌든 크리스티앙 클로와 기획자들은 이 모험을 성사시켰다.
딥 타이머들에게는 여러 규칙과 조건이 주어졌다.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엄한 규칙이자 조건은 이것이다. ‘동굴 속 고립 실험 40일 동안 어떤 종류의 시계나 달력도 제공되지 않는다’. 딥 타이머들은 절대 시계나 달력을 볼 수 없다. 그리고 동굴 지형을 스캔하거나 탐험하고 실험을 수행하는 등의 과제가 주어진다. 왜들 이러는 걸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직·간접으로 알게 해주는 문장을 인용한다. “그렇다면 시간이라는 삶의 기준이 사라졌을 때, 인간은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이것이 우리가 딥 타임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다.”(151쪽) “인간은 시간을 전혀 지배할 수 없다.”(146쪽) “인간은 절대로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147쪽) “모든 딥 타이머가 새로운 정보와 환경에 다양하게 노출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시간에 길들여진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야 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단기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다.”(139쪽)
요컨대 이 실험을 통해 모험 기획자들이 알고자 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시간 개념을 알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낯선,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매커니즘 ▷인간이 인지 능력과 생체리듬을 통해 시간을 인식하는 능력 ▷시간 개념을 잊은 집단이 점차 비슷한 생체리듬을 보이느냐 여부. 안전과 생존과 실험을 위해 정교하게 구성하고 적지 않은 규칙을 설정한 이 실험이 동굴 안에서 펼쳐지는 과정이 워낙 흥미진진해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결론 일부를 맛보여 드리면 이렇다. 15명이 40일 만에 동굴에서 나왔을 때 참가자 대부분 30일이나 31일이 지난 것으로 생각했다. 딥 타이머들의 ‘생체시계’가 대부분 시간 흐름을 이렇게 인식한 것도 중요하지만, 관심을 갖고 더 들여다볼 사항이 많다. 동굴 고립 생활 초기에는 이들의 시간관념이 다 달랐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자 딥 타이머들은 예민해지고 무기력해져 갈등을 일으켰다. 주어진 실험도 수행하지 않았다.
기간이 좀 더 지나자 변화가 왔다.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동굴 속 딥 타이머들의 생체리듬이 서로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공동생활이 쉬워졌다. 재미와 경외심을 중시한 일부 프로그램의 덕도 본 듯하다. 협력이 원활해졌고 효율은 높아졌다. 오락거리를 찾아 함께 놀았다. 이 실험을 잘 끝낸 저자 크리스티앙 클로가 내린 결론 일부를 소개한다. “우리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내용이다.”(207쪽) “상황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우리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