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 또 한번의 시대 흐름 변화 예측
- 인류의 위기 구할 청사진 제시
학자 제러미 리프킨(사진)이 그간 쓴 책의 목록을 다시금 떠올려 보자. 괄호 안은 이 책들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해이다. ‘엔트로피’(1991년 한국어 번역판 첫 출간 뒤 여러 버전 나옴) ‘생명권 정치학’(1996) ‘소유의 종말’(2001) ‘수소 혁명’(2003 초간·2020년 재출간) ‘유러피언 드림’(2005) ‘노동의 종말’(2005) ‘육식의 종말’(2008) ‘공감의 시대’(2010) ‘3차 산업혁명’(2012) ‘바이오 테크 시대’(2020) ‘글로벌 그린 뉴딜’(2020).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목록을 살펴보니, 그가 21세기 세계 흐름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친 학자임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분석과 통찰을 거쳐 내놓은 ‘예언’의 흐름을 따라 21세기가 어느 정도 흘러왔기 때문이다. 노동 형태와 경제 활동 양상이 21세기 들어 완연히 바뀌었는데, 이는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수소 혁명’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에너지 부문의 변화다. ‘육식의 종말’은 비거니즘의 성장과 맞물려 있을 것이고, ‘공감의 시대’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도 미국도 ‘그린 뉴딜’ 정책에 힘쓰고 있다.
‘회복력 시대’(The Age of Resilience)는 천하삼분지대계를 내놓는 제갈공명 같은 행보를 수십 년째 펼치고 있는 제러미 리프킨의 최신 저서다. 이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인프라 패러다임의 변혁은 사회집단의 존립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구성 요소의 결합을 수반한다.…새로운 의사소통 방식, 에너지와 동력의 새로운 원천, 새로운 운송·물류 방식이다.…사람들이 ‘소통하고, 작동하고, 움직이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239쪽)
이 인용문을 이 기사 첫머리 ‘제러미 리프킨이 쓴 도서 목록’과 겹쳐서 읽어 보면, 리프킨의 오래도록 집중해 온 관심사와 주제의식 자체가 ‘인프라 혁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수소 혁명’은 에너지와 동력의 새로운 원천에 관한 책이고, ‘공감의 시대’는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에 관한 책이며, ‘3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운송·물류 방식 도입과 깊은 관계가 있다.
‘회복력 시대’에서 리프킨은 또 한 번 커다란 변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진보의 시대는 이제 회복력의 시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우리 인간 종의 본질과 지구상 위치를 재고하는 것은 이제 자연이 교실이 되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나타낸다.”(12쪽) 그가 말하는 ‘진보의 시대’는 이런 특징이 있다. “진보의 시대 전체를 이끈 시간적 지향의 근본은 ‘효율성’이다. 즉 천연자원의 착취와 소비와 폐기를 최적화하고, 그렇게 해서 자연 자체가 고갈돼도 사회의 물질적 풍요를 점점 더 빨리 증진한다는 의무다.”(12쪽)
효율성이 높아지면 회복력은 떨어진다. 진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 자리에 회복력 시대가 싹 트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의 처음부터 끝에 걸쳐 리프킨은 논증한다.
회복력 시대 특징은 대체로 이렇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판매자-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 프로세스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 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거대 복합기업에서 유동적인 공유로 블록체인을 형성하고 민첩한 첨단기술 중소기업으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소스 지식 공유로 ▷제로섬게임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
제러미 리프킨이 지금껏 펼쳐온 분석·통찰·예언을 종합한 책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