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은 자신이 찾아낸 귀납법을 적용해 자연 속 진리를 찾아내기 전에 네 가지 인간 지성이 쉽게 저지르는 오류와 편견을 먼저 제거하랬다. 그가 제시한 네 가지 우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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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사제(왼쪽)와 유대교 사제 간 논쟁을 보여주는 15세기 그림. |
첫째, 종족의 우상(1권 45~52장). 인간이란 종족은 모름지기 만물을 자기 기준으로 재단한다는 얘기다. 이런 인간성은 표면이 고르지 못한 거울 같다. 그 거울은 사물을 왜곡·굴절해 보여준다. 둘째, 동굴의 우상(1권 53~58장)은 개인이 교육·독서·선입관 같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아 진리(빛)를 제대로 못 보게 되는 ‘동굴’에 갇힌 존재라는 주장. 셋째는 시장의 우상(1권 59~60). 네 우상 중 가장 성가시다. 인간이 접촉·교류하는 대표적 장소인 시장에서 잘 생긴다. 잘못된 언어로 소통하면 지성은 타격받아 혼란을 유발하고, 공허한 논쟁을 일으켜 숱한 오류를 생산한다. 넷째, 극장의 우상(1권 61~67장). 베이컨은 기존 철학들을 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의 각본이라고 봤다. 연극은 현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궤변과 미신을 조장하고, 연금술처럼 경험을 가장한 오류를 만들어낸다.
베이컨 철학에도 몇 가지 허점이 지적된다. 첫째, 자료를 잘 정리해 도출한 귀납 추론을 정당화하는 이론을 못 세웠다. 둘째, 저자는 과학에서 가설에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셋째, 물리량을 수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를 보였다. 예를 들어 열과 냉은 현대에선 온도개념 속 같은 물리량으로 다루지만, 베이컨은 열과 냉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