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회 김문홍희곡상 영예 안아
- ‘아빠는 순찰중’ 연극으로 선봬
제9회 김문홍희곡상의 영예를 안은 김지훈(35·사진) 씨의 수상작 ‘지상의 지난 밤’은 한 모녀의 이야기다. 이들은 서로 돈을 빌리려는 목적으로 만나지만 차마 그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
“‘소리’에 관한 이야기예요. 우린 하고 싶은 소리는 못 내고 못 들으면서, 반대로 하고 싶지 않은 소리는 내야 하고 들으면서 살아갑니다. 완전한 고요와 침묵 속에선 살 수 없는 현실을 그렸습니다.”
해체와 결핍의 가족관계 속에서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모녀의 신산한 삶을 다룬 ‘지상의 지난 밤’은 개성 있는 인물과 언어의 문학성,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연극성까지 두루 갖췄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제가 쓴 희곡은 남성 중심 서사가 주를 이뤘어요. 곧 무대에 올리는 연극 ‘아빠는 순찰중’도 그렇고요. 저 자신이나 아버지 삼촌 할아버지를 모티브로 썼는데, 가끔 자기연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별을 바꿔 모녀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섬세한 여성 심리 묘사가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자신과 거리를 둬야 작품에 내가 침식되는 과오를 겪지 않겠구나 느꼈습니다.”
김지훈 씨가 본격적으로 희곡을 쓰기 시작한 건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라디오 작가로 일하다가 ‘글을 써야 한다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학부생 시절 연극 대본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졸업 즈음 우연찮게 각색을 맡게 됐는데 연극판 환경이 아주 열악하더군요. 그래서 취직을 했죠. 5년 정도 일하다 보니 원고 말고 문학을 하고 싶더라고요. 극단에 연락해 함께 연극제에 나가보자고 했죠.” 이때 쓴 작품 ‘귀가’는 부산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5편을 쓰고 연출했다.
그를 다시 연극판으로 끌고 온 희곡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좋아하는 게 많이 없는데 그나마 좋아하는 게 희곡”이라고 했다. “대학에 들어가 외국 작가 작품을 많이 접했는데, 극작가들이 독특하게 다가왔어요. 토마스 에게트, 외젠 이오네스코 같은 작가의 부조리극에 빠지기도 했고요. 저는 그냥 희곡을 좋아해요. 언젠가 좋아하는 게 바뀔 수 있겠지만, 그때까진 희곡을 계속 쓸 생각입니다.”
그는 ‘재밌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 수상소감에서도 “농담은 현실과 환상 사이 찌릿하게 병든 오늘을 달래주는 건강한 니코틴이자, 카페인이자, 알코올인 셈이다. 우아하게 살지는 못할지라도, 고귀하게 살고자 하는 욕심으로 농담같이 글을 쓰자. 그 글이 농담 범벅이 되어 그 글로 위로를 받고, 위로를 하자”고 얘기했다.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깊이 있는 웃음을 주고 싶어요. 박근형 극작가를 좋아합니다. 슬플 때 웃게 만드는 작가죠. 요즘엔 오세혁 작가도 그렇고요. 현학적인 작품도 좋지만 토막 난 작품일지라도 관객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가 말한 ‘농담 같은’ 작품은 오는 14~18일 공간소극장에서 연극 ‘아빠는 순찰중’(작/연출)으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