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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가 환생한 듯…임윤찬의 건반, 통영을 홀렸다

美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 통영국제음악당서 리사이틀 선봬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2-12-07 19: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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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9석 예매 오픈 30초만에 매진
- 리스트 ‘단테 소나타’ 신들린 연주
- 청중 기립 박수, 7~8차례 커튼콜

지난 6일 경남 통영시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오후 7시30분 시작하는 ‘임윤찬 리사이틀’을 앞두고 구름 관중이 몰렸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6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특유의 섬세하고 강렬한 연주를 펼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이 공연은 예매 오픈 30초 만에 매진됐다. 두 달여 만에 통영을 찾은 임윤찬은 티켓 파워와 인기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콘서트홀 1309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지난 6월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기념으로 진행된 이번 리사이틀은 일본 도쿄 산토리홀(지난 3일)에 이은 두 번째다.

관객은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모녀는 “티켓 선예매 혜택이 주어지는 후원회원 가입, 숙박비·식비 등을 계산해보니 우리 두 사람이 90만 원 넘게 썼더라. 임윤찬을 볼 수 있어 좋을 뿐”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매표소 옆에는 ‘1표 구합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공연 직전까지 취소 표를 기대하는 팬까지 등장했다.

리사이틀은 ▷올랜도 기번스의 ‘솔즈베리 경의 파반&가야르드’ ▷바흐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BWV787~801) ▷프란츠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제2년 이탈리아’ 중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 등 다소 생소한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보통 독주회에서 대중적인 선곡을 하는 것과 다른 흐름이다.

임윤찬은 앞서 도쿄 산토리홀 공연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건반 악기의 뿌리가 되는 작곡가를 고민했다.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기번스와 바로크 음악의 가장 큰 뿌리를 내린 바흐, 피아노 리사이틀의 창시자 리스트를 연주하고 싶었다”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임윤찬은 머리를 짧게 깎은 산뜻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천둥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첫 곡인 올랜도 기번스의 ‘솔즈베리 경의 파반&가야르드’ 연주가 시작됐다. 연주시간 6분 남깃의 다소 짧고 우아한 무곡으로 임윤찬은 앞으로 2시간 동안 그가 생성할 ‘우주’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진 바흐의 신포니아는 1번부터 15번까지 차례로 연주하지 않고 2번 이후부터 순서를 바꾸었다. 무곡 리듬, 선율, 성부의 밸런스와 변형, 파이프 오르간 울림 효과 등 다양한 기법을 선보인 임윤찬은 두 번째 곡으로 넘어가며 보석 같은 멜로디를 쌓아갔다.

압권은 리스트의 곡으로 구성된 2부였다.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뒤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려고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단테의 ‘신곡’ 번역본을 모두 구해 읽었다. ‘신곡’ 전체를 외우다시피 할 정도”라고 밝혔다. 콘서트홀 객석 분위기는 기대감으로 팽창했다.

2부 첫 곡인 ‘두 개의 전설’에서 임윤찬은 새 울음소리와 나뭇잎의 흔들림, 도도한 강물의 화음과 성인의 기적을 강렬하게 증폭시킨 성스러운 결말을 피아노로 완벽히 표현했다. 이마에 맺힌 땀과 건반에 흘린 땀을 손으로 닦고 숨을 고른 뒤 마지막 ‘단테를 읽고’에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화려한 기교로 몰아쳤다. 이 곡은 엄청난 에너지와 지구력·테크닉이 필요한 난곡이자 대곡이다. 마침내 손끝이 멈추자 청중은 오랜 기립박수로 ‘임윤찬의 우주’에 화답했다.

7, 8차례 커튼콜이 이어졌다. 그는 두 차례의 앙코르곡(생상스의 ‘백조’, 바흐의 ‘시칠리아노’)을 선사한 뒤 무대를 떠났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용민 대표는 “음악당 1층 로비 대형 화면으로 리사이틀 실황을 중계했더니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 50여 명이 끝까지 지켜봤다. 유럽 연주회에서나 볼 수 있는 드문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8일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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