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OTT… 日영화계도 들썩
- ‘죽지 않는 몸’ 가진 주인공이
- 눈 뺏어간 살인마 쫓는 이야기
- 음악·사체아트로 파격적 연출
- “대본이란 공통 매개체로 협업
- 정해인·고경표 배우들 믿으며
- 전혀 의심하지 않고 촬영했다
- 감독으로서 크게 점프한 작품”
일본 거장 감독들의 한국행이 잦다. 지난 6월 개봉한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등과 호흡을 맞춘 한국 영화다. 지난 7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커넥트’는 한국의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일본 스릴러 영화의 거장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정해인 고경표 등과 힘을 합쳐 연출했다. 두 편 모두 한국 영화 스태프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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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를 연출한 일본의 미이케 타카시 감독. ‘커넥트’는 한국 배우 및 스태프와 작업한 미이케 감독의 첫 OTT 드라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커넥트’는 미이케 감독이 처음 OTT 드라마에 도전한 작품이다. 영화 ‘오디션’ ‘착신아리’ ‘크로우즈 제로’ 등을 연출한 미이케 감독은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표현과 파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본에서는 미이케 감독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 그것도 디즈니플러스 OTT를 한국에서 촬영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미이케 감독은 “제가 ‘커넥트’를 하면서 일본 영화계가 시끄러운 상태다. (한국의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작업한다는 말을 듣고 ‘사랑의 불시착2’를 찍는 거냐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다는 말을 듣고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커넥트’의 어떤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여 한국에서 드라마를 연출하게 만들었고, 한국에서 한국 배우, 스태프와 작업하면서 언어적 소통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뿐만 아니라 OTT 드라마를 작업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 신대성의 동명 웹툰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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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불사의 추격을 그린 ‘커넥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신대성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커넥트) 동수가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기 눈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진섭에게 이식된 것을 알고 그를 쫓는 불사의 추격을 그린 6부작 드라마다. 장기이식으로 연결된 두 인물과 ‘커넥트’라는 신인류가 주요 소재다.
일본 만화나 영화에서 심장 눈 뇌 등 장기 이식을 통해 두 인물이 연결된다는 설정은 많았다. 미이케 감독은 한국 웹툰 ‘커넥트’의 어떤 점에 끌려 연출을 결심하게 됐을까? 그는 “한국 웹툰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읽어온 일본 만화와 표현방법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기를 적출하는 잔혹한 장면은 상세히 묘사하지 않고 컷을 나눠 굉장히 심플하게 넘어가더라. 그래서 다양한 상상을 전개시켜 나가기에 굉장히 좋았다”며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긴 원작에 점수를 높게 줬다.
그래서 드라마 ‘커넥트’에는 음악과 사체 아트라는 중요한 요소를 추가했다. 이 둘은 드라마를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소재여서 미이케 감독은 공을 많이 들였다. 먼저 음악에 대해 그는 “음악 요소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잡음이 없는 고요하고 심플한 화면 덕분이다. 그 안에 뭔가 고독감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 들어가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감성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작사·작곡한 ‘커넥트’ 메인 테마 ‘나의 노래’는 주인공 동수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이자 동수와 진섭이 연결될 때 활용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드라마에서 ‘나의 노래’는 세 가지 버전으로 나온다. 하나는 동수 역을 맡은 정해인이 부르는 곡, 또 하나는 극 중 가수인 Z 역의 양동근이 리메이크한 곡, 세 번째는 선우정아의 오리지널 곡이다.
각기 다른 편곡으로 들리는 ‘나의 노래’는 감성도 다른데, 미이케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건 양동근 버전이다. 그는 “양동근의 오랜 팬이다. 이번에 양동근이 자기 스타일로 편곡해왔는데, 어깨에 힘이 다 빠진 굉장히 편안한 느낌이 좋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편 사체아트는 연쇄살인마인 진섭이 살인한 인물을 마치 예술품처럼 보이게 만들어 전시하듯 공공장소에 내놓는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미이케 감독은 “진섭은 삶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서 죽음도 준비하는 캐릭터여서 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사체아트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사체아트를 더 ‘임팩트’ 있게 선보이려고 미이케 감독과 강소영 미술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3개월 중 가장 긴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언어 장벽 없었다
‘커넥트’의 배우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미이케 감독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어느 순간 언어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배우, 스태프와 작업해야 했던 미이케 감독은 어땠을까?
그는 “언어의 장벽이 거의 없었다는 게 신기했다. 사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사전 준비를 온라인 화상으로 했다. 화면을 통해 하는 회의이기 때문에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만 소통이 가능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에겐 대본이라는 공통 매개체가 있었다. 배우들도 다 프로였기에 혼란스럽지 않았다. 다른 나라와 협업을 여러 번 했는데 한국과 진행한 작업이 가장 언어 장벽 없이 원활했다고 생각한다”며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소통의 문제가 없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터라 한국어를 모르는 미이케 감독이 연출할 때 어려움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한국어를 모르다 보니 번역전문가에게 1차 시나리오 번역을 맡겼고, 2차로 일본어를 네이티브처럼 하는 한국 조감독께 2차 검수를 받았다. 3차로 제작팀 중 일본어가 가능한 분께 대본이 드라마적인 센스와 맞는지 확인했고, 4차로 배우들 연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경험 많은 배우들이기에 이미 신뢰 관계가 구축됐고, 그래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그 흐름에 맞출 수 있었다”고 연출 과정을 전했다.
실은 한 가지 더 연출 노하우가 있었는데, 영화 ‘밀정’ ‘남한산성’ ‘옥자’ ‘헤어질 결심’ 등을 촬영한 김지용 촬영감독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었다. ‘컷’을 했을 때 그의 표정을 보면 만족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서 표정이 안 좋으면 “왜 그러냐?”고 물으며 소통했다.
■ 정해인과 고경표
‘커넥트’는 주인공 동수와 연쇄살인마 진섭이 끌고 가는 드라마다. 두 인물은 상반된 듯하면서 비슷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라 캐스팅이 중요했다. 주인공 동수 역의 정해인에 대해 미이케 감독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그를 처음 봤다. 국민동생처럼 귀엽게 나오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 ‘D.P.’를 보고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팬이 원하는 연기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를 잘 컨트롤하는 영리한 배우다”고 평가했다.
진섭 역을 맡은 고경표는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과 섬뜩한 냉혈한의 모습이 공존하는 묘한 배우다. 미이케 감독은 그래서인지 그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그는 “고경표 씨는 악마다. 악마라고 할 만큼 끌리는 매력이 많은 배우다. 특히 잘못을 해도 쉽게 용서를 해줄 수 있을 듯한 인물이어서 악마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미이케 감독은 ‘커넥트’에 대해 “나는 그대로 있지만 주변이 달랐다. 한국 스태프와 한국 배우와 함께 한 이번 작업에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지 굉장히 기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커넥트’를 통해서는 크게 점프한 것 같다. 방향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며 앞으로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