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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뮤지컬 감동했다…영화 남기고 싶었다…전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영웅’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12-27 19:43:2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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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시장’‘해운대’ 쌍천만 감독
- 심혈 쏟아 8년 만에 선보인 영화
- 한국 뮤지컬 첫 영화화 부담 딛고
- 새로움 반, 익숙함 반 절묘한 조화

- “연기력만 믿고 캐스팅한 배우들
- 에너지와 열정 스크린에 고스란히
-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 조국애
-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닿길 기대”

2014년 영화 ‘국제시장’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전에 연출한 ‘해운대’(2009)와 함께 쌍천만 감독에 등극한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신작 ‘영웅’(개봉 21일)으로 돌아왔다. 잘 알려진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해, 무대의 감동을 가져오면서도 영화만의 장점을 살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구한말 독립투사들의 뜨거운 삶을 스크린에 옮겼다.
한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 그는 동명의 원작 뮤지컬을 본 관객이 실망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CJ ENM 제공
뮤지컬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고, 조선의 마지막 궁녀이자 독립군 정보원 역 설희를 김고은이 맡아 노래와 연기에 첫 도전했다. 나문희 조재윤 조우진 박진주 등의 배우도 감동의 노래와 연기를 선사한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운동가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그리고 절대 잊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이러한 마음이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란다”는 연출 소감을 밝힌 윤 감독을 만났다.

■뮤지컬 ‘영웅’에 빠지다

뮤지컬 영화 ‘영웅’의 장면. CJ ENM 제공
윤 감독이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충무로에서는 ‘뮤지컬 영화’에 방점을 찍었다. 도전을 좋아하는 윤 감독이기에 뮤지컬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윤 감독의 말은 달랐다. “‘국제시장’ 다음으로 뮤지컬 영화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떤 작품을 할까 하다가 ‘영웅’이 좋겠다고 해서 정한 것이 아니다. 우연히 뮤지컬 ‘영웅’을 보고 너무 감동받아 영화화하겠다고 결심해서 뮤지컬 영화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2012년 자신이 제작한 ‘댄싱퀸’을 개봉했을 때 조연으로 출연한 정성화가 뮤지컬 ‘영웅’을 공연하고 있었고, 그의 공연을 별생각 없이 보러 갔다가 오열하고 나오면서 처음 ‘영웅’의 영화를 결심한 것이다.

‘영웅’은 한국의 오리지널 뮤지컬 작품을 최초로 영화화하는 시도이고, 많은 뮤지컬 팬을 거느린 작품이어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영웅’을 똑같이 영화로 옮겨 놓으면 ‘차라리 공연을 그냥 찍지’라며 뮤지컬을 본 관객이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반대로 원작 뮤지컬이 있는데 전혀 다르게 해석해서 내용을 다 바꿔버리면 또 얼마나 욕을 하겠는가.”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이었다.

기본 플롯은 그대로 가져가되 인물들의 서사에 대해서는 뮤지컬에서 다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철저히 보강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의 과거사 중 회령 전투나 설희의 서사를 보강했다. 영화가 더욱 풍성한 서사를 가지게 했다.

조우진과 박진주가 맡은 역할이 공연에서는 중국인 남매였는데, 영화에서는 한국인 남매로 바꿨다. “공연에서는 일본인 캐릭터들이 한국말로 노래하고, 한국말로 대사를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말로 대사를 하고, 노래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영화에 한국어·일본어가 나오는데, 중국어까지 나오면 정신없을 것 같아 설정을 바꿨다.”

■ 승부수, 정성화·김고은 캐스팅

원작이 있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영화화할 때는 주인공을 다른 배우로 바꾸기 마련이다. 특히 ‘영웅’처럼 200억 이상 제작비가 드는 영화의 주연이라면 티켓 파워와 인지도가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고,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뮤지컬에서는 슈퍼스타지만 영화에서는 주로 조연을 맡아온 정성화의 주연 캐스팅은 윤 감독의 큰 승부수라 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역지사지하자면 ‘아무리 윤제균이라도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뮤지컬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을 먼저 설득해야 했다. 무척 힘들었다. 그다음에 주연배우에 대해 회의를 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톱스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윤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화를 밀어붙였다. 정성화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하며 명확한 목표가 두 가지가 있었다. 원작을 본 사람한테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 영화이기에 전 세계 시장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면 정상화가 아니면 안 됐다.” 그만큼 정성화가 노래와 연기를 압도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했고, 그가 공연에서 보여준 에너지와 열정이 영화에도 필요했다.

“‘영웅’ 개봉 이후 정성화 씨가 한 여러 인터뷰를 보니 나한테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정반대다. (사람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줬고, 그걸 증명해줘 나는 정성화 씨에게 더 고맙다.”

김고은 캐스팅도 화제였다. 연기야 빼어나지만 노래 실력이 알려지지 않은 그녀를 뮤지컬 영화에 캐스팅한 것이 의아했던 것이다. “설희 역을 위해 수많은 영화연예 관계자에게 묻고 다녔다. 연기와 노래, 모두 압도적으로 잘해야 하는데, 김고은이 그런 배우였다.” 김고은은 기대에 부응해 뛰어난 뮤지컬 영화 연기로 화답했다.

■라이브 녹음과 CG

영화 ‘영웅’을 보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바로 노래 장면들이다. 수많은 배우가 부르는 소위 떼창을 제외한 솔로 곡은 거의 모두 배우가 촬영하면서 직접 부른 라이브 녹음이기 때문이다. 라이브 녹음은 배우가 연주곡이 나오는 무선 인이어 이어폰을 끼고 연기와 함께 노래하기 때문에 후시로 녹음하는 것보다 몇 배의 어려움이 있다. 노래와 연기,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후반작업에서 인이어 이어폰이 보이면 모두 지워야 하는 수고도 감내해야 한다. 반면 배우의 감정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윤 감독은 처음부터 라이브 녹음으로 정했고, 배우들도 이에 맞춰 준비했다.

영화 속 노래는 사전 녹음, 현장 녹음, 후시 녹음, 세 가지 버전이 있다. 들어보면 셋 중 사전 녹음 버전이 노래를 가장 잘한다. 촬영 전이라 오직 노래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파이널 사운드 믹싱을 할 때 음악감독, 믹싱 감독과 함께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솔로곡은 무조건 라이브 버전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라이브 녹음이 좋지 않으면 섞어 쓰려 했으나, 전체 톤도 그렇고, 현장감이나 관객에게 전달되는 감정 등이 가장 좋은 것을 택한 것이다.

예컨대 후반부 김고은이 기차에서 흐느끼듯 부르는 ‘내 마음 왜 이럴까’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목소리가 탁성으로 갈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사전 녹음에서는 맑은 목소리로 부른다. 영화에서는 탁성이 극의 흐름과 잘 어울린다. 후반부를 장식하며 계속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김고은의 ‘내 마음 왜 이럴까’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역의 나문희가 부른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정성화가 마지막에 부르는 ‘장부가’ 등은 개봉이 연기되면서 팬데믹 기간 재촬영을 통해 롱테이크로 연출된 명장면들이다.

“개봉 전날까지 되게 떨렸다. 개봉 뒤엔 좀 덤덤하다. 영화는 자식 같은데, 결혼식(개봉)을 하면서 관객에게 내 자식을 보낸 것이다. 내 손을 떠난 자식이고, 이제 (관객과)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윤 감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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