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보았다면
고래 한 마리 다 본 거다
검푸른 수평선 치는
역삼각형 조형물
스르르
물에 잠긴다
바다 깊이를 재고 있다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꼬리를 치켜들고 잠수하는 드라마틱한 다큐멘터리가 연상된다. 잠수하는 우람한 고래의 꼬리가 수평선 위에 드러난 역삼각형 조형물로 멈춰 있는 듯하다. 초장 ‘꼬리를 보았다면 고래 한 마리 다 본 거다’는 다소 도전적이다. ‘왜?’라는 의문과 고래 꼬리가 시조의 생명인 종장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미를 떠올려본다. 고래가 꼬리지느러미를 드는 것은 깊이 잠수하기 전에 취하는 동작이다. 역동적인 느낌의 중장을 지나 종장에서는 잠수하는 고래가 ‘깊이를 재고 있다’ 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비감으로 여운을 남긴다.
간결하며 절제된 단수로 웅장함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언어의 조탁은 열두 번째 시조집을 펴낸 시인의 절차탁마를 말해준다. 새끼를 낳기 위해 무려 7000㎞를 이동하는 고래처럼 시인은 시조와 함께 오랜 시간 달려왔다. 고래의 힘찬 점프는 힘의 과시와 메시지를 의미한다. 깊이 잠수하려고 꼬리를 쳐든 고래처럼 새해를 긴 호흡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차게 발을 내딛어 보자. 먼 거리를 헤엄쳐 가기 위해 10㎝만큼의 지방층을 만드는 고래를 생각하며 내가 준비해야 할 지방층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