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6> 부산 배산성에서 출토된 신라의 저울추

대구·경주 등서 비슷한 저울추, 신라 중량단위 엄격 관리 방증

  • 안혜성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1-09 19:24:05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도량형은 길이·부피·무게와 이를 측정하는 도구를 말한다. 이것은 인간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었기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의 도량형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비롯한 여러 자료에 다양한 용례가 기록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나름의 체계화를 갖추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부산 배산성(부산박물관 소장)과 경주 성동동(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각각 출토된 신라 저울 유물. 부산박물관 제공
2019년 겨울 부산 연제구의 삼국시대 신라 산성인 배산성지 3차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저울추 1점이 발굴됐다. 길이 3.3㎝ 무게 86.6g의 작은 저울추이지만 베일에 싸인 고대 도량형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다. 배산성 저울추 형태는 종(鐘)을 닮았고 몸체에는 6개의 면이 있다. 각 면에는 연꽃무늬를 정교하게 새겼고, 꼭지부에는 대저울(기다란 막대에 추를 매다는 저울: 물건과 저울추가 수평을 이루는 지점의 막대 눈금으로 무게 측정)을 거는 구멍이 뚫려 있다. 연꽃무늬에 담긴 세심하고 정밀한 가공수법으로 보아 숭불을 표방한 신라인이 제작한 저울추로 보인다.

신라 저울추는 출토 사례가 희귀한 편이다. 대구 유천동 103번지 유적 출토 저울추는 길이 3.4㎝ 무게 81.3g으로 배산성 저울추와 규격 중량 재질 제작기법 문양 등이 거의 같다. 하남시 항동에서 출토된 저울추는 길이 3.3㎝ 무게 169.2g으로 제작기법 역시 배산성 저울추와 거의 동일하지만, 중량이 약 2배 정도 무겁다.

경주 성동동 출토 저울추는 표면에 새겨진 정교한 십이지신상이 돋보인다. 길이는 5㎝ 무게 363g으로 배산성 저울추보다 4배가량 무겁다.

신라 저울추 중량 비중은 1:2:4 정도로 일정한 중량 단위에 맞춰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저울추는 편중되지 않은 출토지와 정교한 공예수법으로 미뤄 신라 통일 이후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여러 지역에서 출토된 저울추는 경주에서 생산돼 지방으로 공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력(權力)의 ‘권(權)’ 자는 저울추를 뜻한다.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지만, 한자 뜻을 풀이하면 저울추의 힘이다. 정의(Justice)의 어원인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의 한 손에 쥐어진 천칭저울이 주는 의미도 권력의 공정한 적용을 강조한다.

다산 정약용은 ‘응지논농정소(應旨論農政疏)’에서 “관청의 말(무게)이라도 관청과 사창이 서로 다르며 마을의 말(무게)이라 하여도 동쪽 마을과 서쪽 마을이 서로 다르다”고 하였으니, 기울어진 저울로 인한 행정의 문란과 부패, 민생의 궁핍상을 알리고자 하였다.

일정한 중량 단위를 갖춘 신라 저울추는 도량형을 나라에서 엄격히 통제 관리했다는 증거이다. 지역이나 백성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공정한 저울을 사용한 신라인의 혜안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5. 5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6. 6[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7. 7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8. 8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0. 10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