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8> 개항장의 수출화가 기산 김준근

그의 조선 풍속화 1300여 점이 세계로… K-컬처의 원조

  • 신동조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1-24 19:16:5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기생충’, BTS, 블랙핑크,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인 K-컬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렇다면 19세기 말,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조선의 화가는 누구였을까? 바로 기산 김준근(생몰년 미상)이었다.

‘대한국 김준근’이란 서명이 선명한 기산 김준근의 산수도.
그는 부산과 원산 등 개항장에서 활동한 화가로 우리에게는 이른바 ‘기산풍속도’와 종교 서적인 ‘천로역정’의 삽화를 그린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확인되는 김준근의 작품 1500여 점 중 약 1300여 점이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세계 여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부분은 서양인에게 생경하게 비친 우리 민족 고유의 생업 세시풍속 관혼상제 놀이 신앙 형벌 등을 담아낸 풍속화이다. 조선인의 일상을 담은 그의 풍속화는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교관 선교사 상인 등 외국인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 서구 세계에 조선을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렇듯 기산이 남긴 다종다양하고 압도적 수량의 풍속화로 ‘김준근=풍속화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산의 그림은 풍속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부산박물관 소장 ‘기산 김준근 산수도’를 살펴보면 낮은 언덕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 여러 채 가옥과 다양한 나무를 그린 하단의 전경과, 높게 솟은 산봉우리를 그린 상단의 후경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적절한 농담 변화에 가는 선과 작은 점획을 더해 산과 나무를 표현했다.

단순하지만 짜임새 있는 구도와 깔끔한 필치, 주산(主山)과 원산(遠山)의 대비 등 원근감이 돋보인다. 김준근이 당시 유행한 남종화풍을 능숙하게 구사했음을 알 수 있다.

화면 좌측 상단에는 ‘대한국 김준근(大韓國 金俊根)’이라 서명하고 낙관을 찍었다. ‘대한국’으로 보아 대한제국기(1897~1910) 무렵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에 국호를 밝힌 것은 나라 밖으로 수출하기 위해 그린 그림을 뜻한다. 통신사가 일본에서 그려준 그림, 조선 사신이 일본으로 가져갔거나 조선에서 제작해 일본으로 수출한 그림에는 ‘조선(朝鮮)’ ‘동화(東華)’ 등 조선을 지칭하는 국호를 적었다.

당시 일본에서 학문적 소양을 드러내고자 했던 무사와 상인 사이에서 남종화가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 역시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노안도(蘆雁圖, 갈대와 기러기), 꽃과 새, 호랑이 등 19세기 대일교역용으로 인기 높은 주제이면서 ‘조선(朝鮮)’ ‘한국(韓國)’ 등 국호를 밝힌 김준근의 그림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산 김준근은 기존에 널리 알려진, 서양인 상대의 ‘풍속화가’로 규정짓기보다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빠르게 부응하여 동서양 외국인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상업용 그림을 제작한 적극적 ‘수출화가’로 확장할 수 있겠다.

‘산수도’ 등 그간 부산박물관에서 수집한 ‘수출화가 기산 김준근’의 작품 7점은 다음 달 12일까지 부산박물관 미술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시 사송IC, 설치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잠정합의
  2. 2민락수변공원 금주 지정 후폭풍… 회센터 편의점 사라졌다
  3. 3[영상] '부산다운' 건축물? 부산다운 게 뭘까
  4. 4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5. 5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6. 6온천천 실종사고, 평소보다도 통제 인력 투입 늦었다…재난 대응도 제각각
  7. 7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지도부 사퇴, 비명-친명 갈등↑
  8. 8부산 하반기 공공기관 통합채용 평균경쟁률 24.64 대 1
  9. 9한덕수 총리 해임안, 헌정 사상 첫 가결…尹대통령 거부할 듯(종합)
  10. 10중·영도구 10만 명당 사망자, 부산 평균보다 100명 많다
  1. 1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지도부 사퇴, 비명-친명 갈등↑
  2. 2한덕수 총리 해임안, 헌정 사상 첫 가결…尹대통령 거부할 듯(종합)
  3. 3조정훈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엔 어마어마한 기회… 국힘엔 위기"
  4. 4[속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르면 26일 구속 여부 결정될듯
  5. 5부산 해운대 바다서 한미 첫 6·25 전사자 수중 유해 발굴 중
  6. 6‘교권회복 4법’ 통과…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로 징계 못해
  7. 7부산교통공사 ·시설공단 대표 시의회 인사검증 통과
  8. 8野 29명의 반란…이재명 영장심사 받는다
  9. 9李 사실상 불신임 “비대위 구성을”…민주 분당 수면 위로
  10. 10부결 촉구 메시지 오히려 역효과…지지층 압박도 이탈표 부추긴 듯
  1. 1편의점서 마트서 추석 한 상 다 차렸네
  2. 2청년인턴 6개월 이상 채용한 공공기관에 인센티브 준다
  3. 3부산신항 배후단지 불법 전대 끊이지 않아, 결국
  4. 4후쿠시마 등의 수산물 가공품, 최근 3개월간 15t 이상 수입
  5. 5정부 "추석 겨냥 숙박쿠폰, 27일부터 30만 장 배포"
  6. 6정부, 기후위기 대응 예산도 '칼질'…계획 대비 2조7000억↓
  7. 7[차호중의 재테크 칼럼]부자들의 주식투자법
  8. 8외식비 이래서 비쌌나…가맹점주 울리는 '강매' 제도 손본다
  9. 9[속보]코스피 2500선 아래로 무너져, 고금리에 투자 심리 악화
  10. 10긴 추석연휴 부산항 정상운영한다
  1. 1양산시 사송IC, 설치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잠정합의
  2. 2민락수변공원 금주 지정 후폭풍… 회센터 편의점 사라졌다
  3. 3[영상] '부산다운' 건축물? 부산다운 게 뭘까
  4. 4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5. 5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6. 6온천천 실종사고, 평소보다도 통제 인력 투입 늦었다…재난 대응도 제각각
  7. 7부산 하반기 공공기관 통합채용 평균경쟁률 24.64 대 1
  8. 8중·영도구 10만 명당 사망자, 부산 평균보다 100명 많다
  9. 9[속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르면 26일 구속 여부 결정될듯
  10. 10찬공기 남하…부울경 좀 쌀쌀, 내륙 아침 최저 15도 안팎
  1. 1첫판 충격의 패배 ‘보약’ 삼아 캄보디아 꺾고 12강
  2. 2‘47억 명 스포츠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23일 개막
  3. 3세대교체 한국 야구, WBC 참사딛고 4연속 금 도전
  4. 4부산시-KCC이지스 프로농구단 25일 연고지 협약식
  5. 5수영 3관왕 노리는 황선우, 中 라이징 스타 판잔러와 대결
  6. 6김민재, UCL 무대서 뮌헨 승리를 지키다
  7. 7근대5종 대회 첫 金 조준…남자축구 3연패 낭보 기대
  8. 8한국 양궁 역대AG서 금메달 42개
  9. 9롯데 “즉시 전력감보다 잠재력 뛰어난 신인 뽑았다”
  10. 10거침없는 부산, 1부 직행 가시권
우리은행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바다밭 일군 해녀들의 필수품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분청사기반구형뚜껑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가을바람 /임종찬
새터민 /이영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0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tvN 주말 드라마 ‘아라문의 검’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1일(음력 8월 7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0일(음력 8월 6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열심히 일하고도 야단만 듣는 소를 읊은 18세기 시인 강백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듣고 자신의 심경을 읊은 동계 정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