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삶·철학 깃든 정원, 그 이야기 속을 거니는 산책

정원의 기억- 오경아 글, 그림 /궁리 /2만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 인문기행
- 다녀온 국내외 정원 30곳 소개
- ‘담양 소쇄원’ ‘아야 소피아’ 등
- 8개 키워드 다양한 시각서 조명

“담장 밑을 통해 흐르는 물,/ 살구나무 그늘 아래 굽이치는 물,/ 지척이라 물소리 들리는 곳에/ 분명 다섯 굽이로 흐르는구나./ 가파른 바위에 펼쳐진 계류,/ 흐르는 물이 돌을 씻어 내려오니,/ 한 바위가 온통 골짜기를 꿰뚫었구나.” 전남 담양 소쇄원을 노래한 양경지의 ‘소쇄원 30영’의 한 구절이다.
세상을 등졌으나 열어두었던 양산보의 기억 ‘담양, 소쇄원’. 오경아 그림. 궁리 제공
소쇄원은 양산보가 1530년대에 짓기 시작했고, 몇 대에 걸쳐 보완됐다. 양경지는 양산보의 후손이다. 양경지의 시에서 소쇄원의 ‘물’이 떠오른다. 소쇄원은 물소리 가득한 ‘조선 선비의 정원’이다. 조선 선비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이렇게 불린다. 복잡한 세상일에서 잠시 벗어나 소쇄원 물소리를 들으면 혼탁해진 마음이 깨끗해질 것 같다.

우리는 아파트에 살아도 단지 내 녹지공간을 원하고, 길을 걷다 나무가 있는 쉼터를 만나면 반갑고, 시간이 나면 산과 강을 찾는다. 그래야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에 마음이 끌리는 건 당연하다.

‘정원의 기억’은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들려주는 정원 인문기행이다. 저자는 ‘정원은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철학과 생활이 녹아있는 살아 있는 주거환경’이라고 말한다. 영국 에식스대학교에서 7년 동안 조경학을 공부하고 세계 최고 식물원인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의 인턴 정원사로 일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굵직굵직한 정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정원의 발견’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 등 정원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책들에 이어 ‘정원의 기억’을 냈다.

이 책은 세계 곳곳 수많은 정원 중 그들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정원 서른 곳을 소개했다. 모두 저자가 한 번 이상 다녀온 곳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가보았던 정원은 아는 만큼 감흥이 일어나고, 가보지 못한 정원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자신이 그 순간, 그곳에서 느꼈던 기억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글의 흐름도 그곳에 도착하여 걷는 동선을 따라가는 방식을 택했고, 구어체 형식으로 풀어나갔다.

서른 개 정원은 8개 키워드로 정원의 스토리와 분위기 등을 나누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다. ARTS(예술과 접목된 정원들), AUTHENTIC(정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들), HISTORY(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정원들), IDEA(이상향을 꿈꾼 정원들), MEDITATION(지금 여기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정원), PASSION(인간의 욕망과 열정이 남아 있는 정원들), PLANTS(식물 그 자체에 집중한 정원들), URBAN GREEN(도심 속 정원의 모델이 된 곳들)이다.

천재 예술가 가우디와 후원자 구엘의 추억이 남아 있는 ‘구엘 파크’, 기독교와 이슬람 두 문명의 충돌과 통합의 기억이 보관된 ‘아야 소피아’ 등 상상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원이 잇따라 나타난다.

외국 정원 속에서 우리 정원을 만나면 더 반갑다. 박팽년과 그 후손의 기억 ‘달성, 삼가현’, 조선 왕실 정원에 대한 깊은 사랑과 기억이 담긴 ‘창덕궁 후원’, 선비 류성룡과 성리학도들이 품었던 이상향의 기억 ‘병산서원’, 윤선도의 ‘보길도, 부용동 정원’, ‘강릉 오죽헌’, ‘담양 소쇄원’ 등. 선조의 철학과 마음이 만들어낸 우리 정원에 얽힌 이야기는 애틋하면서 아름답다.

정원은 그저 꽃·나무가 아름답기만 한 장소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남긴 기억을 만나는 공간이다. 그곳에 서면 이 세상의 시간과 함께 흘러가 버린 아련한 기억과 마주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7. 7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8. 8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9. 9‘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8. 8‘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9. 9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0. 10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5. 5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6. 6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7. 7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7. 7[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8. 8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9. 9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0. 10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