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낳은 불세출의 가수 ‘중구 천재’ 김일두의 오랜 팬으로서, 2023년 현재 최고의 선물 1위는 바로 지난 4일 야심 차게 공개된 김일두×HIPE의 싱글 ‘자율신경계’다(공동 1위는 물론 뉴진스 싱글 ‘OMG’,김일두와 뉴진스는 둘 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노래를 한다는 점에서 놀랍게도 닮아있다). 수원의 뮤지션 HIPE와 협업한 ‘자율신경계’는 1980년대 신스팝 사운드를 재해석한 노래다. 몽환적인 전자음 위로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한 김일두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울리며 자율신경계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노래다. ‘자율신경계’라는 생경한 제목의 의미를 묻자, 김일두는 인류가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을 버티며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이가 자율신경계의 이상을 호소하는 가운데 스스로 자율신경계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음악이었다고 답한다. 김일두 특유의 정서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그가 불러왔던 많은 노래처럼 이 노래 역시 자율신경계 보호와 치유에 놀라운 효과를 줄 것이라 단언한다. 처방전 없이도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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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두. 공식홈 캡처 |
지난해 김일두는 ‘분명 이러는 이유가 있을 텐데…’라고 궁금할 만큼 자유롭고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통기타를 끌어안고 담담하게 읊조리던 포크뮤지션 김일두를 기억하는 팬들은 당황할 수도 있다. 싱글 ‘마도로스 믹스테잎’과 EP ‘du’를 발표했고,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도 꾸준히 병행했다. 베이스 연주자 정수민의 솔로앨범 ‘Lament’ 중 ‘불신’이란 곡에 참여했고, 세이수미의 앨범 ‘The Last Thing Left’ 수록곡 ‘still here’,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의 앨범 ‘러브플라워’의 ‘우리 영원히’, 오는 3월 발표될 싱어송라이터 유란의 신곡까지 블루스 모던 록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아낌없이 ‘목소리 나눔’을 했다. 장르도 색깔도 모두 다른 뮤지션들이 김일두의 목소리를 원했던 이유는 환하고 어둡고 신나고 막막한, 그 어떤 순간에도 꺾이지 않고 묵묵히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의 목소리일 거라고 내 마음대로 짐작해본다. 김일두 역시 다양한 협업으로 스스로 틀을 부수기 위해 탐구와 모색을 이어왔을 것이다. ‘자율신경계’로 새해 출사표를 던진 김일두가 또 어떤 목소리로,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넬지 몹시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