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참~막내 무용수 열정적 준비
- 역대 감독 출연한 다큐도 상영
부산시립무용단이 국내 시립무용단 가운데 처음으로 창단 50주년 기념공연을 개최한다. 1973년 창단한 부산시립무용단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립무용단이다. 국·공립을 통틀어서 보면, 1962년 출범한 국립무용단만이 그 앞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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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부산시립무용단 곽미소 단원, 서정숙 훈련지도자, 이정윤 예술감독, 박창희 직책단원, 임선영 단원이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지난 3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내 부산시립무용단 이정윤 예술감독의 방에는 이 예술감독과 서정숙 훈련지도자(훈련장), 박창희 직책단원, 막내 곽미소·임선영 단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50주년’이란 큰 계기를 앞두고 기대감을 표현하면서도 이내 “100년을 향한 첫발을 디딘다”는 마음을 하나로 내비쳤다.
■ 면면히 이어진 전통
이 예술감독은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지난겨울 휴가를 썼다. 휴가기간에도 무대를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게 채우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연습 때 단원들보다 먼저 나와 몸을 풀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때로 진심은 몸에서 몸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열정은 초심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예술감독은 “열정을 태우면 소실되지 않고 확실한 변화로 나타났다. 그 성취감을 크게 느끼는 편인데 그게 내 원동력”이라며 “고향인 부산에서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데뷔하면서 다짐한 이 각오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건 지금까지의 50년을 다듬어 앞으로의 50년을 내다볼 방향성을 찾는 것”이라며 “무용단의 호흡이 관객에 닿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989년 입단한 서정숙 씨는 2011년부터 훈련지도자를 맡고 있다. 서 훈련지도자는 “50주년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은 특별하다. 제겐 입단 후 1주년 2주년 등 모든 해가 중요했다”며 “올해의 도약은 51주년과 52주년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혀 공감을 자아냈다.
올해부터 서 훈련지도자와 함께 예술감독과 단원 간 가교 역할을 맡은 박창희 단원 겸 총무(직책단원)도 특별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1997년 입단한 그는 “관객과 선후배 동기가 함께 무용단 역사를 돌아보는 이런 자리가 뜻깊다. 예술감독과 훈련장 단원 모두 뜻깊은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열정이 강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입단한 ‘막내’ 2명도 눈길을 끈다. 먼저 곽미소 단원은 증조외할아버지(고 김동민 선생), 외할머니(김온경), 어머니(윤여숙)에 이어 4대째 무용수로 활동하며 ‘예술가의 가업’을 잇고 있다. 곽 단원은 “할머니 엄마와 모이면 여느 가족처럼 음식이나 여행 이야기보다는 ‘중모리장단에서 중중모리장단으로 넘어갈 때 연결동작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논의한다”며 웃었다. 임선영 단원은 어머니(이예주 씨)가 부산시립무용단 출신 무용가다. 임 단원은 “선배 단원분들 중 ‘엄마 친구’도 있다. 어머니가 공연을 보러 오시면 동료와 딸이 한 무대에 올라 감회가 새롭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50주년을 맞은 부산시립무용단의 ‘전통’을 잘 보여주는 두 단원은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 기념 다큐멘터리와 공연
부산시립무용단은 오는 25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The 50_Time to Dance’를 주제로 50주년 역사를 기념하고 자축하는 기념식과 공연을 연다. 이날은 무용단 50년사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상영과 공연으로 무대가 꾸려진다. 시립무용단은 50주년 세월을 지나며 모두 11명의 예술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황무봉 초대 예술감독(당시 수석 안무가)부터 ▷김현자 ▷최은희 ▷손세란 ▷홍민애 ▷김진홍 ▷이노연 ▷홍기태 ▷홍경희 ▷김용철 ▷현재 예술감독인 이정윤까지이다.
다큐멘터리는 타계한 황무봉·손세란 전 예술감독과 건강 악화 등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인 홍민애 전 예술감독을 제외한 8명이 등장해 50년사를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황무봉 선생은 무용단 기틀을 다지며 부산에 창작 한국춤의 뿌리를 내렸다. 그는 40여 년간 3000여 명의 춤꾼을 양성한 거장이다. 제자로는 김매자 전 이화여대 교수와 김현자 전 국립무용단 예술단장, 이영희 최은희 전 경성대 교수 등 매우 많다. 김진흥 선생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도 살풀이춤과 종이로 만든 꽃상여 등을 올린 ‘천상의 길’로 한국 샤머니즘을 선보여 현지에서 “백조의 호수에 버금간다”는 극찬을 받았다.
1973년 2월 25일 창단된 부산시립무용단은 1989년 2월 부산시민회관에서 부산문화회관으로 둥지를 옮겼고, 2015년 문화회관 재단 출범에 따른 운영 주체 변경 등으로 자료 상당수가 소실됐다. 2019년 이정윤 예술감독이 취임하면서부터 단순한 기록용 자료만 모으지 않고 무용수 시점에서 촬영하거나 영화 기법을 적용한 영상 등을 찍어 무용단의 발자취를 남기는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예술감독은 “50년 역사와 전통을 어떻게 간직할지 고민했고 이를 특별한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립예술단 운영팀 김향숙 차장은 “아직 기초단계지만 이 영상들을 모은 별도 홈페이지를 열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