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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09>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바빌론’

변하고 사라지는 풍경의 기억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3-02-13 17: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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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맨’을 만든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을 보려고 서둘러 극장으로 향했다. 이 영화는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 최연소 수상자가 된 셔젤 감독이 15년 전부터 준비한 야심작으로 현재 최고 무비스타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 주연의 2023년의 기대작이지만, 전작과 달리 극찬과 혹평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문제작이기도 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바빌론’ 한 장면.
3시간 넘는 긴 상영시간과 1920년대 무성영화 전성기부터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격동하는 초기 영화계 뒷모습을 다룬 이야기 자체가 대중적이지 못했고, ‘라라랜드’의 달짝지근한 낭만을 기대한 관객에겐 너무 독하고 매운 맛의 영화다. 소수 영화애호가들이 아는 척하며 즐기기 딱 좋은,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인만큼 크게 흥행하기엔 무리였을지 모른다.

불안한 마음에 상영정보를 알아보니 극장 상영을 급히 마무리 짓는 분위기라 서둘렀다. 머지않아 IP TV나 OTT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만, 관객들과 함께 스크린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영화가 있다. 내겐 이 영화가 그랬다. 얼마 전 성룡의 ‘폴리스스토리’를 다시 보며 저 때는 인권 개념이 없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1920년대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전장을 생각나게 하는, 안전도 인권도 챙길 여력이 없이 돌아가는 촬영장에서 다치고 죽는 이들이 허다했다.

그러다 갑자기 유성영화가 등장하고 새 시대가 열린다. 열심히 연구·노력하여 저마다 경지에 오른 이들이 지금껏 해오던 대로 하면 안 되는 낯선 상황이 재난처럼 닥쳤다. 졸지에 수많은 이가 타의에 의해 낡고 고리타분한 존재가 된다. 극소수 사람은 끈질기게 극복하고 변화에 성공하지만 대부분 잊힌다. 절절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로맨틱한 장면은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영화계에 국한된 건 아니기에, 굳이 영화사에 정통하지 않아도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당대 최고 감독과 최고 배우들이 막대한 예산을 써 만든 영화가 극장가를 빠르게 스쳐 가기도 하듯이 말이다. 산수의 영역에선 명확히 실패이겠지만,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두려워 말고 어려워 말고 극장가를 떠나기 전 한 명이라도 더 서둘러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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