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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42> 총통에 아로새겨진 글자, 그 영광의 이름

조선 첨단기술 무기, 장인 실명제로 책임감 높여

  • 이지현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2-20 19:23:47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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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은 불씨를 손으로 점화해 발사하는 화포 무기이다. 총통은 고려말 전래되어 조선 시대 임진왜란 전후 조총이 등장하기까지 조선의 최첨단 화약무기였다. 외형은 대나무를 잘라놓은 것 같은 단순한 통 형태이지만, 수많은 기술개발과 시행착오를 거쳐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다.

화포무기 총통에 새겨진 명문을 확대한 모습으로, 제작자 이름으로 추정된다. 부산박물관 제공
‘세종실록’에는 “만일에 그 만든 것이 두껍고 엷기가 고르지 못하고, 원물이 바르고 곧지 못하거나, 쇠 성질이 무르고 연해서 뚫어지거나 새는 틈이 있어 완전하지 못하면, 다만 공장들만 엄하게 다스릴 뿐 아니라, 또한 장차 너도 처벌하리니, 너는 이 뜻을 알아서 더욱 근면하여 소홀히 하지 말라”(세종 30년·1448)는 기록이 보인다. 이를 통해 세종이 총통 제작에 사용되는 원물, 즉 총통 주조를 위한 금속 재료의 재질 특성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총통의 완성도를 위해 이를 통제하고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총통은 기능적인 면이 중요한 실사용 무기였다. 그 어떤 금속품보다 성능 유지를 위한 재료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주재료인 청동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데, 주석의 함량에 따라 기계적 성질(강도·경도)이 많이 바뀐다. 그래서 주석의 합금 비율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석 함량이 많게 되면 강도는 좋아지나 충격에 약해 깨지기 쉬운 성질로 변한다. 총통은 화포가 발사되는 압력을 견뎌야 한다. 주석 함량이 많아 깨지기 쉬운 성질로 변하면 화포 발사 때의 강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질 수 있다.

무기의 제작 기술과 성능은 사용하는 군인의 목숨과 직결될 뿐 아니라 나라의 국방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였을까. 총통에는 막금·준금·이물금·규가·김연·김영환 등과 같은 이름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이 이름은 모두 총통을 만든 제작자의 이름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무기를 관영 공방에서 통제하여 만들었는데, 역사학자들은 이름이 새겨진 것을 관리 차원으로 추정한다. 당시 일급 기밀이라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장인에 대한 관리이거나, 총통이 불량으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장인이 책임질 수 있게 실명제로 운영했던 것 같다.

부산박물관에 전시된 총통에도 두 글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정형화된 글자가 아니라 쉽게 알아보기 힘들지만, ‘막지(莫只)’로 추정된다.

공방에서 무기를 만드는 것은 당시에도 상당히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제대로 갖춰진 도구나 보호장비도 없었을 것이고, 작업공간도 상당히 열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짧지만 힘있게 새겨진 이름을 보고 있노라면,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이름을 새기고 있는 장인의 영광스러운 모습이 절로 상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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