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민공원서 선보인 ‘진화’
- 삶의 반성 담은 무대 밖 작품
- 韓춤비평가협회 ‘베스트6’ 선정
- “거리공연으로 인정받아 뜻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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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천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허경미 안무가. 그의 작품 ‘진화’는 지난달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선정한 2022 춤비평가상에 선정됐다.
허경미 안무가 제공 |
독무에서 군무로, 무대에서 거리로 10여 년간 ‘진화’를 거듭한 부산 춤꾼 허경미(사진)의 작품 ‘진화’가 최근 ‘2022 춤비평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07년 무대 초연 이후 2017년 거리공연으로 관객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 5년 만에 뜻깊은 ‘역주행’ 수상이다. 허경미 안무가(허경미무용단 ‘무무’ 대표)를 지난 13일 만나 ‘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22 춤비평가상 수상작을 올해 1월 선정했다. 한 해 동안 공연된 춤 작품과 춤 예술가·단체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허 안무가는 지난 10월 부산시민공원에서 선보인 ‘진화’로 베스트 6에 선정됐다. 진화는 “개인 삶의 행보와 행적에 대한 반성적 지각 및 인류 삶의 파장과 향방에 관한 물음을 바탕으로 거리 예술 행렬의 퍼레이드를 직선 위주의 동선을 축으로 펼치며 원초회귀의 문화복합현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진화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수상작은 모두 수도권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허 안무가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인간의 의식적 진화를 의미한다. 인간 의식의 진화는 삶을 살며 맞닥뜨리는 모든 사연을 물러섬 없이 오롯이 마주하고 감당해 나갈 때 이뤄지는 것이라 보고 삶의 여정과 시간성을 퍼레이드 형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장 공연이 아닌 거리공연으로 인정받아 제게는 더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초연한 ‘진화’는 발목에 방울을 매단 채 등을 보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구성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무대로 옮긴다면,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등진 춤꾼을 보게 된다. 그는 “무대에서 관객을 등진다는 건 금기시돼왔다. ‘진화’는 관객보다 ‘나’에 초점을 맞춰 만든 작품이고, 등을 지고 걸어가며 사라지는 시간을 표현하기 때문에 거리가 더 알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는 앞뒤 구분이 없어 관객이 앞에서 보기도 하고, 퍼레이드를 따라오며 보게 된다. 관객 참여로 작품의 의미도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발목에 매단 방울도 무대보다는 거리와 더 어울렸다. 이는 인도 북부 무용 까탁(카타크, Kathak) 춤의 영향을 받았다. 허 안무가는 2005년, 10여 년간의 부산시립무용단원 생활을 끝내고 인도에서 2년 머물며 춤을 익혔다. 귀국해 처음 만든 춤이 ‘진화’. “인도에서 1년은 요가, 1년은 까탁 춤을 배웠다. 춤의 한계를 느껴 떠난 인도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했다.
춤 ‘진화’를 통해 그도 한층 더 진화했다. 거리에는 제약이 적어 표현이 풍부해진 덕분이다. 다만 주변에서는 ‘무대’를 버린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강했다. 그는 “아예 무대를 접고 거리 춤꾼으로 전향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고 웃으며 “다른 장르와 협업하고, 무대를 벗어나 거리 또는 미디어 작품을 융합한 작품을 해보니 특별하고 재밌었다. 그런 의미 있는 춤 창작을 지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춤 공연이 아직 어려운 관객을 위한 조언도 건넸다. 허 안무가는 “안무가의 의도를 먼저 읽으려 하지 말고, 사람과 몸짓 자체에 집중하면 좋다”며 “춤꾼이 무엇을 뿜어내는지 날것으로 보고, 잠깐의 동요를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한 번에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춤꾼의 에너지를 느낀다는 마음으로 보면 더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릴 때는 나의 불안정과 그에 따른 격발 등 감정에서 춤의 영감을 찾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한결 심리적 안정이 찾아와 편안하지만, 창작자로서는 또 불안하기도 한 상태”라며 웃었다. 이어 “춤의 호흡을 더 길게 간직하기 위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새 작품을 구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