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44> 빗

남녀 공통 화장도구·장신구…소뿔로 만든 화각빗, 귀한 공예품

  • 황동이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3-06 19:20:41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가나 시대별로 ‘미(美)’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은 다르지만,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함없이 존재해왔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는 피부뿐만 아니라 머리단장도 중요했는데, 지금처럼 다양한 모발 관리 제품이 나오기 전에는 오로지 빗질이 전부였다.
화각빗과 얼레빗. 부산박물관 제공
우리나라의 경우 고분벽화나 출토 유물을 통해 적어도 삼국시대부터는 머리를 빗고 단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유교가 성행하였던 조선 시대에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신체와 터럭,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 여겼다. 이러한 이유로 선조들은 머리단장을 중요시하여 매일 아침 한 올이라도 흐트러짐 없이 머리를 빗는 빗질로 일과를 시작하였다.

빗은 남녀노소가 모두 사용하는 기본 화장도구였다. ‘동의보감’에서는 머리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머리를 자주 빗으라고 권한다. 조선 후기 여성의 화장 문화를 다룬 가전체소설 ‘여용국전(女容國傳)’에서도 머리카락 관리에 사용된 얼레빗과 참빗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빗은 얼레빗 참빗 면빗 상투빗 등이 있는데, 머리를 빗는 부위와 방법에 따라 세분되어 있어 머리단장을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반달을 닮아 ‘월소(月梳)’라 불리는 얼레빗은 빗살이 성글어 머리카락을 대강 정리하는 용도로, 참빗은 촘촘한 빗살로 가지런히 가다듬는 용도로 가장 대표적인 빗이다. 빗은 머리를 빗는 용도 외에도 화려한 장식을 더해 여성의 뒷머리에 꽂는 장신구로 쓰이기도 했다. 또한 머릿니를 잡는 위생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빗의 형태는 대부분 반달형과 직사각형이며, 크기는 아주 작은 것부터 손바닥만 한 것까지 다양했다. 주로 나무로 만들었다. 대나무 소나무 등을 많이 썼다. 이 밖에도 대모(玳瑁·거북)나 상아와 뿔 등의 값비싼 재료로 만들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여기에 나전 은상감 화각(華角·쇠뿔을 재료로 쓰는 전통 공예) 기법으로 무늬를 넣어 화려함과 공예적 요소를 더하였는데, 주로 양반가나 궁중의 여인들이 사용했다. 이처럼 남녀노소 모두가 쓰는 필수품이었지만, 신분의 차이는 드러나기도 했다.

부산박물관에는 얼레빗 참빗 면빗 등이 소장되어 있다. 그중 화각으로 장식된 화각빗은 공예적 가치를 더욱 잘 보여준다. 화각은 재료가 귀하고 제작 과정이 까다로워 매우 귀한 공예품에 속한다. 특히 상류층 여성의 소품으로 많이 제작됐는데 화각빗도 그중 하나이다. 부산박물관에 소장된 화각빗에는 불로장생과 부를 의미하는 학과 소나무 작약 화문(花紋) 등이 그려져 있다. 우리 선조는 늘 곁에 두고 쓰는 흔한 물건에도 상징적인 문양을 그려 넣어 염원을 담았다.

머리모양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이제 이런 형태의 빗이 거의 쓰이지 않지만 흔한 빗 하나에도 실용성과 심미성, 건강을 생각하는 선조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7. 7[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