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 아·태 목록 등재 기념
- 국보 4·5권 등 전시 3개 테마로
- 일연·의상·원효 진영도 선보여
- 범어사 전경도로 3·1절 되새겨
사찰 가운데 유일하게 ‘삼국유사’를 소장한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를 기념해 특별전 ‘삼국유사: 기록하다’를 개최한다. 삼국유사 진본뿐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어사 소장 유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범어사 문화국장이자 박물관 관장인 환응 스님을 만나 삼국유사 특별전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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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환응 스님이 ‘삼국유사: 기록하다’ 특별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환응 스님은 범어사 문화국장이자 성보박물관 관장이다. 이원준 기자 |
삼국유사 진본은 전시장 중앙에 놓였는데, 의상대사가 창건한 10곳의 사찰(화엄십찰) 중 하나로 금정산 범어사를 언급(금정지범어·金井之梵魚)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한반도 고대사회의 역사 종교 생활 문화 등 방대한 자료를 기록한 삼국유사는 5권 2책으로 구성된다. 범어사 소장본은 4·5권을 1책으로 엮은 일부로, 국보 제306-4호이다. 고서에서 ‘권(卷)’은 글을 나누는 ‘장(章, chapter)’의 개념으로 쓰인다.
환응 스님은 “범어사 소장본은 현존하는 판본 중 가장 오래된 조선초기본(1394년 간행)이다. 조선초기본은 모두 여섯 종이 있는데 현재 1~5권 전질을 소장한 곳은 없어 안타깝다”며 “범어사본은 불교개혁운동과 항일운동을 전개하고 범어사 주지를 지낸 오성월 스님이 소장하다가 기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삼국유사 진본을 중심으로 왼쪽에서부터 시작해 ▷1부 기록을 남기다 ▷2부 나라를 지키다 ▷3부 역사를 전하다로 구성됐다.
환응 스님은 고려의 국사를 지낸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기록한 목적부터 짚고 갔다. 첫 번째는 ‘민족 단합’이다. 고려는 통일 이전의 삼국 세력들로 혼란스러웠는데, 단군 신화를 기록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민족, 한 뿌리임을 강조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려는 의도가 담겼다. 두 번째는 무신집권기와 몽골 침략으로 피폐해진 민중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사후엔 극락에 갈 수 있다거나 미래의 부처가 나타나 현세를 구한다는 미타신앙 미륵신앙 등의 일화나 설화를 소개하고 정신적 위안과 구호를 주고자 했다.
1부 전시에는 이러한 불교 신앙 관련 서적을 선보인다. ‘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관음신앙) ‘미타신앙아미타경’(아미타신앙)이 진열됐다. 의상대사의 진영과 원효대사 진영도 걸렸다. 환응 스님은 “의상 스님은 범어사를 창건하셨고, 원효 스님도 범어사와 굉장히 인연이 많다. 두 분 이야기가 ‘삼국유사’에도 많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2부 ‘나라를 지키다’에서는 일연 큰스님의 진영과 함께 삼국유사 인출본과 영인본이 전시됐다. 흩어진 삼국유사 조선초기본을 1~5권까지 모은 뒤, 인출본은 다시 판각해 찍는 방법으로, 영인본은 고도의 과학 기술과 촬영 장비로 복원한 책이다. 9개 편목에 관한 설명도 흥미롭다. ‘기이’ 편에서는 고조선부터 삼국, 가야와 발해 등 한반도 건국 설화를 두루 수록했다. 신화를 모두 실어 유교 사관의 ‘삼국사기’와 다른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 ‘효선’에서는 세속 윤리인 ‘효(孝)’를 출가자 덕목인 ‘선’과 함께 강조해 유교와 불교의 융합을 보여준다. 환응 스님은 “일연 스님도 말년에 어머니를 절에서 봉양했는데 그 영향인 듯하다”고 말했다.
3부에서는 임진왜란 시기 부산진성을 축조한 사명대사 등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스님들, 특히 범어사와 인연이 있는 스님들의 진영과 저서를 선보인다. 삼국유사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3·1절을 기념하기 위해 1910년께 제작된 범어사 전경도와 의병장 고광순의 ‘불원복(不遠復)’ 태극기(레플리카)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범어사 전경도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도 다녀가는 등 항일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명정학교’가 강조돼 있다. 환응 스님은 “삼국유사라는 소중한 유산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나라를 지키며 기록을 남기고 후세에 전한 고승들의 숭고한 신념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최근 범어사 대웅전(보물 434호)에 관한 연구를 담은 학술도록 ‘불국토를 조각하다, 범어사 대웅전’을 출간했다. 박물관은 조선 중기 목조 건축 양식과 벽화, 목공예 등을 연구해 대웅전 국보 승격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