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모니터 앞에 앉아 지구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어쩐지 갇혀 있다는 기분이 들 때다. 뭐 실제로 얼마 전까지는 대부분 사람이 꽤 오래 갇혀있었다. 인기 여행 유튜버들의 존재는 알았지만 처음엔 딱히 관심이 가진 않았다. 뭐랄까. 남이 먹는 걸 본다고 배부를 일 없으니, 남의 여행 구경도 그저 샘이 날 뿐이라는 옹졸한 심보였던 것 같다.
전생의 기억처럼 아득한 18년 전 인도 배낭여행이 문득 떠올라, 한국의 대표적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인도여행을 찾아봤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을 만큼 그때와 똑같은 거리 풍경과 똑같은 표정의 사람들, 그때의 공기와 냄새까지 훅 되살아났다. 아는 한국 노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냅다 조규찬의 ‘추억#1’을 열창해 나를 많이 당황케 했던 자이살메르의 게스트 하우스 사장 폴루는 잘 지낼까?
사막여행을 함께한 두 여인도 생각난다. 서른이 된 다 큰 딸을 혼자 해외로 보낼 수 없다는 일념으로 난생처음 가장 먼 곳을 따라나선 어머니와 고대하던 첫 배낭여행을 어머니의 잔소리와 함께해야 했던 딸. 로드무비 주인공 같은 모녀와 함께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갔다. 아마 나는 모녀를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불타는 호위무사처럼 보였을 것이다. 시종일관 다투다 멍하니 함께 사막을 붉게 물들이던 노을을 보던 모녀의 뒷모습이 가끔 생각난다. 성가실 정도로 쏟아지는 사막의 별들도….
그래도 다시 떠나고 싶다고는 역시 못하겠다. 다음 여행지로 가기 위해 며칠 꼬박 기차를 타는 것도 정말 그럴 줄은 몰랐으니까 가능했던 것이다. 이젠 허리 디스크도 생겨 무리다. 별처럼 수많은 이유로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의 하루 같은 여행 유튜버의 인기도 높아진다. 앞으로 주 69시간씩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들의 인기와 책임감 역시 늘어날 지도 모른다. 우리를 대신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일개 구독자 자격으로 당부하자면, 부디 안전하게 여행을 이어가길 바란다.
안전을 중시하는 것은 버려야 할 관료적 사고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언제부턴가 사회가 안전을 경시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누가 뭐래도 안전이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