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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14>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the glory’

김은숙 작가의 새로운 면모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3-03-20 19:12:2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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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시즌 1이 넷플릭스로 공개됐을 때만 해도 그간 연이어 히트작품을 탄생시킨 ‘김은숙표’ 드라마에 대해 물음표가 있었다. 존재 자체가 여성의 오랜 판타지의 결정체 같은 남자 주인공들, 웬만해선 내성이 생기지 않는 오글거리는 대사, 그럼에도 결국 중독돼 끊어내지 못하고 결말까지 확인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김은숙 드라마의 강점이었다. 송중기가 수퍼히어로급 능력치의 군인으로 등장해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기어코 달달한 로맨스까지 성사시키는 ‘태양의 후예’는 예비역 병장 출신으로서 견디기 어려웠음에도 완주했다.

허나 ‘더 글로리’의 전작 ‘더 킹-영원의 군주’는 완주를 포기하고 말았다. 대략 동백섬 쪽에 대한제국의 황궁이 있고, 이민호를 닮은 황제가 말을 타고 센텀시티를 달리는, 부산 시민으로서 흥미롭기 짝이 없는 설정임에도 매회 홈쇼핑 방송을 방불케 하는 강박에 가까운 PPL을 견디지 못해 끝내 시청을 포기했다.

PPL의 압박이나 욕설 비속어 폭력 노출 등 표현 수위의 부담에서 더 자유로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의 작가 김은숙은 작정하고 ‘망나니 칼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간 방송 수위를 지키느라 잔뜩 주눅 들어있던 악당들도 드디어 생생한 활력과 매력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특히 주인공 문동은의 친모는 짧은 등장으로도 광기 어린 조커가 연상되는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등장하는 매 순간 장르가 호러로 바뀌는 것 같다. 문동은은 알콩달콩 로맨스에 대한 강박을 던지고(아예 없지는 않다.) 복수에 온전히 집중한다. 그간 김은숙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서늘하고 건조하고 시니컬한 캐릭터의 주인공이다. 표현의 자유 문제가 상당히 해소되고 창의력의 결계를 깨는 OTT 플랫폼들이 한국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침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다.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임에도 이제야 김은숙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팬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제는 당당히 밝힐 수 있다. 나는 김은숙 작가의 팬이다. 절절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기왕이면 ‘더 글로리’의 새로운 시즌 제작 확정이 발표되면 좋겠다. 아직 복수해야 할 대상은 충분히 남아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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