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47> 이종림 초상

풍전등화 조선의 운명… 충신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다

  • 이성훈 부산박물관 전시운영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3-27 18:47:46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상화란 특정 개인의 모습을 ‘핍진(逼眞)하게’, 즉 아주 비슷하게 재현한 그림 장르로 정의될 수 있다. 서양과 동양에서 화가들은 초상화를 제작할 때 그를 ‘닮게’ 그리려 노력했다. 그뿐 아니라 화가들은 그의 ‘혼(魂, soul)’을 초상화에 반영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받았다.

채용신이 그린 ‘이종림 초상(李鍾林 肖像)’
화가는 초상화 한 점 그릴 때 주인공이 누구인지 단번에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게 그려야 했고, 그 인물이 가진 정신이나 인품 등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초상화는 단순히 그림이 아닌 그 주인공의 ‘대체물’로 인식되었다. 그의 제자나 후손은 사당을 지어 그것을 경건하게 봉안했으며, 때로 그것을 보며 마치 그가 실재(實在)한 듯한 환영(幻影)을 느꼈다.

‘이종림 초상’은 근대기 최고 초상화가 채용신(蔡龍臣, 1850~1941)이 1909년께 대한제국에서 활약한 관료 이종림(李鍾林, 1857~1925)의 53세 때 모습을 그린 초상화다. 그는 한성재판소판사(漢城裁判所判事) 등의 벼슬을 하다 조선의 국권이 일본에 피탈되기 직전인 1907년 스스로 관직을 그만두고 낙향했다. 이 초상화는 이종림이 영화배우 안성기 씨와 매우 닮은 모습으로 재현됐을 뿐 아니라 그의 얼굴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돼 이목을 끈다.

채용신은 서양 명암법을 명확히 이해한 바탕 위에 붓질을 무수히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종림의 얼굴을 그렸다. 이러한 극도로 사실적인 기법은 조선의 전통적인 초상화법을 계승해 발전시킨 것이었다. 심정진(沈定鎭, 1725-1786)은 “사람의 정신은 곧 외형을 통해 드러나고 외형을 핍진하게 그리면 그의 정신적인 면모도 드러날 것”이란 논리로 초상화를 그릴 때 사실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릴 때 핍진성 구현에 집착한 것은 바로 그렇게 했을 때 대상 인물의 정신적 면모까지 포착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종림은 채용신에게서 이 초상화를 받은 뒤 스스로 찬문을 짓고 썼다. “관직이 아경(亞卿·종2품 관직)에 이르렀으니, 포의(布衣)의 지극한 영광이요, 물러나 고향을 지키니 평소의 뜻도 이뤘네. 외형은 어찌하여 말랐으며, 기상은 어찌하여 평온치 못한가! 외진 곳에서 나라 근심하는 마음 그지없구나!(官至亞卿, 布衣極榮, 退守邱壟, 素志亦成, 形何而槁, 氣何不平, 江山半壁, 國憂)” 벼슬길에 나아가 입신양명을 이룬 일과 고향에 은거한 일을 간략히 쓰고 국권 피탈 위기에 놓인 조선의 운명을 걱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더 명확히 이해하도록 할 목적으로 이 글을 썼다.

‘이종림 초상’은 이종림의 모습이 핍진하게 그려진, 또한 그의 내면이 투영된 초상화이다. 우리는 이 초상화를 보며 망국의 기운이 드리웠던 120여 년 전 나라 걱정에 안절부절못한 한 관료와 마주하고 또한 그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10. 10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7. 7‘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8. 8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9. 9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10. 10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