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병매’처럼 데카메론도 외설 소설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보카치오가 어떤 여성관을 보였는지를 짚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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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사병이 중세 유럽에 몰고 온 공포와 사회 혼란을 나타낸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뢰헐 작 ‘죽음의 승리’(1562년). |
단테가 ‘베아트리체’란 신성화한 여성상을 평생 간직했듯 보카치오도 마리아란 여성을 청년 때 만난 후 끝까지 잊지 않았다. 마리아는 보카치오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곧 죽어 버렸다. 보카치오 가슴에 마리아는 정령으로 살아남아 작품 속에서 ‘피암메타’란 주인공으로 나타났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에서 가톨릭을 공격하지만, 내적으론 신앙심을 제대로 갖춘 작가였다. 청년 때 방탕을 즐겼으나 중년 들어 달라졌다. 윤리를 지키는 시인 페트라르카와 사제 페로니와 친분을 나눈 걸 봐도 그렇다. 다만 인간성을 본위에 두는 인문주의를 내세운 글 쓰다 보니 오해받게 됐다. 가령, 성(性)은 인간본능으로 제어하기가 힘들다는 속성을 지녔다는 식이다. 그런 인식을 찬양하지는 않고 살짝 나무라는 도덕관을 유지한다. 향락에 빠져든 사제는 제물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저자는 흑사병이 피렌체를 엄습한 1348년을 ‘데카메론’ 시대 배경으로 놓고 당대 사회를 비판한다. 이 고전 서두에서 저자는 직접 겪은 당시 ‘흑사병 세상’을 그려 보인다. 3~7월 피렌체에서만 10만여 명이 죽어 나갔다. 사람들은 자포자기한 채 오늘이 마지막 날인 양 산다. 무참히 변해 버린 세상과 야수 같은 인성을 냉정한 눈으로 지켜본 보카치오는 이를 데카메론에 담아 고발하기로 결심하고 펜을 들었다. 데카메론은 적나라한 인간본능을 까발려 되레 윤리와 이성이 지닌 가치를 강조하는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