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있는 영화의전당 시네마라운지에서는 아세안영화주간 개막 기념식이 열렸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에서 개막해 지난 2일까지 아세안 영화 12편을 상영하는 일정이었다. 개막 작품으로는 인도네시아 영화 ‘7번방의 기적’(2022)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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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7번방의 기적’ 스틸 컷. |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의 ‘7번방의 기적’은 2013년 개봉한 한국영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영화 원제에 있던 ‘선물’이 ‘기적’으로 바뀐 건, 원작의 영어 제목인 ‘Miracle in Cell No.7’의 번역을 따랐기 때문이다. 원작인 한국판은 역대 박스오피스 10위(1281만2144명)에 올랐고, 인도네시아판은 역대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이날 브라만티오 감독은 일정상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영상편지를 통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7번방의 기적’은 6세 지능을 가진 딸바보 ‘도도 로작’과 깜찍한 ‘카르티카’가 펼치는 슬픈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판의 주인공의 이름은 각각 ‘용구’와 ‘예승이’였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권력의 희생양 용구는 결국 예승이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이후 성인이 된 예승이가 뒤늦게 그의 무죄를 증명한다.
두 영화의 전개는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인도네시아판은 극중에서 정에 약한 7번방 죄수들의 순박한 마음과 표정이 강조돼 아주 인상 깊었다. 그 덕분에 관객의 안타까운 마음은 더 커졌고, 슬픔은 극적으로 다가왔다. 성인이 된 카르티카가 부패한 권력과 어른들을 향해 울부짖는 절규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세안영화주간 상영작을 선정한 박성호 프로그래머는 개막식을 앞두고 취재진에 “한국판을 본 관객이라도 또 눈물 흘릴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영화가 끝을 향할수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당연하게도,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사랑 우정 분노 슬픔의 감정들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운 시간 차를 두고 마주한 두 나라의 용구와 예승이는 각각 얼굴 언어 문화가 달랐지만 감정을 동요케하는 호소력은 비슷했다. 낯설었던 아세안 영화가 친숙해진 순간이었다.
K-컬처 또한 그렇게 서로 교류하고 인정하고 공유하는 가운데 꽃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