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발표된 넥스트 2집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1: 더 비잉’의 기타리스트였던 임창수가 지난달 28일 베트남의 휴양지 달랏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넥스트 2집은 신해철이 생전에 남긴 수많은 음반 중 내가 가장 열심히 들었던 앨범이다. 임창수의 서정적이고 강렬한 기타 연주 덕분이다. 동향인 부산 출신이라 괜히 더 정이 가기도 했다.
앨범 발매 직후, 지금은 사라진 구덕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EXT 콘서트에서 임창수의 연주를 확인하길 고대했지만 그땐 새로 영입된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무대에 올랐다. 김세황 역시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기타리스트였으나 ‘불멸에 관하여’ ‘the dreamer’ 같은 명곡에서 보여준 임창수의 기타 솔로 연주를 대신하기엔 어쩐지 이질감이 들어 아쉬웠다. 훗날 전해 들은 얘기로 임창수는 손을 다쳐 더는 기타리스트로 활동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마치 무협소설의 은둔고수처럼 베일에 쌓인 전설의 기타리스트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3인조 여성 보컬그룹 ‘에코’를 데뷔시키고, 무려 스티비 원더와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가 애용하는 미디인터페이스를 만든 개발자이자 사업가로 활약했다고 한다. 몇 해 전, 코로나19가 지구를 덮치기 전의 어느 날 경성대 앞 LP바에서 내 기억 속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임창수를 만났다. 시끌벅적한 술자리 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고 오래된 팝송을 두어 곡 열창한 후 스스로 “넥스트의 전 기타리스트 임창수”라고 소개했다.
내 멋대로 상상했던 사연 깊은 눈빛의 과묵한 은둔고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쾌활하고 재밌는 분이었다. 오랜 팬심을 고백하자 초면임에도 연락처 교환을 요청하고 동틀 무렵까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성덕’의 운명을 타고 났나 보다. 두어 번 더 그런 식으로 약속 없이 만났고, 얼마 후 사업 차 출국한다며 귀국하면 술한잔하자고 연락이 왔다. 다시 만나면 ‘형님’이라 불러야겠다는 야심을 가졌는데 난데없이 부고를 듣고 넥스트의 2집 앨범을 반복 청취 중이다. 좋은 연주 남겨주셔서 그저 고맙다는 얘길 전하고 싶다. 임창수는 내가 아는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