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돌아오면 어린이 어버이 스승을 챙겨야 하지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나는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다(하필 5월에 맞춰 결혼식을 강행하는 이도 많다). 그럼에도 내가 부산의 5월을 기다리는 건 경성대 앞, 부산을 대표하는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의 5주년 기념 공연이 5월 내내 한 달에 걸쳐 펼쳐지기 때문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은 물론, 서울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서 활약하는 뮤지션, 해외 뮤지션까지 총출동한다.
웬만한 록페스티벌을 훌쩍 능가하는 라인업을 훑어보면 대세 펑크악동 소음발광과 슈게이징·펑크·헤비메탈까지 다양한 장르의 팬들에게서 사랑받고 있는 미역수염, 오랜만에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반가운 부산 그런지 록의 큰 형님 언체인드, 정규 2집에 수록될 곡들을 미리 들을 수 있는 기회인 보수동쿨러의 새 싱글 ‘james’ 발매기념 쇼케이스가 예정돼 있고 멀리 미국에서 활동하는 펑크밴드 ‘the Dumpies’의 내한공연까지 진행된다.
가장 기대되는 공연은 학창시절부터 팬을 자처해왔던 대한민국 최애 기타리스트이자 신중현의 차남 신윤철이 속해 있는 밴드 서울전자음악단의 단독공연(5월 13일)이다. 같은 달 20일 우린기태와 함께하는 엘튼 존의 원픽, 부산이 낳은 세계적인 밴드 세이수미의 공연 역시 놓칠 수 없다. 특히 라이브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3인조 로커빌리 밴드 하퍼스의 단독공연, 공동 앨범까지 냈던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의 합동공연 또한 펼쳐질 예정이다.
오방가르드와 같이 다채로운 서브컬처를 지키는 공간 서울의 채널 1969, 대구의 제임스레코드와 함께하는 기획공연도 마련돼 있다. 보수동쿨러 쇼케이스와 서울전자음악단의 단독공연은 이미 예매가 시작됐다. 다른 공연들도 차차 예매가 진행될 예정이니 서두르는 게 좋겠다. 5주년이 누군가에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오방가르드는 길고 혹독했던 팬데믹을 견디고 버텨왔다. 꾸준히 주장해왔지만 오방가르드 같은 공간이야 말로 사실상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돼 국가 차원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야 진정 옳게 된 나라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잊지 말자. 5월은 우리 모두 함께 오방(가르드) 가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