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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내 얘기 하는 듯 생생한 대사들

4대 희곡 명대사

  • 서부국 서평가
  •  |   입력 : 2023-04-13 19:23:4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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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는 인간관계를 꿰뚫어 보며, 대화를 생생하게 연극 언어로 되살렸다. 내 얘기를 하는 듯하다는 감탄을 부른다.
체호프가 쓴 원고.
“당신 안에서 당신이라는 자아는 흐리멍덩해지고, 당신은 자기 자신을 삼인칭인 ‘그’로 대하게 되는 겁니다.” (‘갈매기’ 2막 중 의사 도른). 음주와 흡연을 나무라며 금주 금연을 강조하는데 지성미가 절절하다. 체호프는 의사였고 본인 건강이 나빠 극본에서도 술·담배에 질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과 현실은 쉽게 악수하지 않는다. “종이 위에선 철학자가 되기 쉽지만, 현실에서 철학자가 되기는 참으로 어렵네요!” (‘갈매기’ 4막 중 가브릴로비치)

어떤 위로도 소용없는 고통과 절망이 있다. 그래도 위로를 건네야 하지 않을까. ‘바냐 삼촌’에 나오는 27세 처녀 소냐처럼. “바냐 삼촌! 난 삼촌 못잖게 불행하지만, 내 생이 다할 때까지 참을 거예요… 비록 자기 생애에서 기쁨을 누리지 못했지만, 기다려요 삼촌. 조금만 기다려요. 우린 쉴 거예요, 우리는 쉴 거예요.”

소망을 이루지 못한다는 걸 알고 절망하는 몸부림은 처연하다. ‘세 자매’에서 그게 보인다. 빗나가는 삶을 바로잡는, 그런 유능한 등장인물은 없다. 하나같이 원하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무능한 건지, 운명인지. 고향 모스크바로 돌아갈 희망은 사라졌다. 맏언니 올가는 두 여동생을 껴안아 줄 뿐이다.

“음악이 저리도 명랑하고 즐겁게 울리는 걸 들으니, 우리가 왜 사는지, 왜 고통을 받는지 알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아…. 그걸 알 수만 있다면. 그걸 알 수만 있다면!”

언젠가 이 세상과 작별할 날이 온다. 듣는 이가 있든 없든, 그때는 무슨 말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을까. ‘벚나무 동산’ 4막에서 텅 빈 저택에 홀로 남은 늙은 집사 피르스는 이렇게 독백한다. “인생이 흘러가 버렸어, 산 것 같지도 않은데…. (눕는다) 눕자…. 이젠 기운도 없고,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에이, 이놈아…등신아!” (누운 채 꼼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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