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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18> 넷플릭스 10부작 ‘성난 사람들 BEEF’

온갖 분노에 휩싸인 당신에게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3-04-17 19:10:4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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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몹시 화가 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도 차고 넘치는데, 뉴스만 봐도 성난 사람이 돼버리는 이 시국에 굳이 성난 사람들이 나오는 이 드라마를 정주행할 필요가 있을까 살짝 고민이 됐다.

‘워킹데드’부터 ‘버닝’ ‘미나리’로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 잡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만삭의 몸으로 무대에 올라 수위 높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여줬던 베트남계 코미디언이자 배우 앨리 웡이 주연을 맡았다. 가능한 성난 사람들과는 엮이지 않는 편이 좋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하는 작품이다. 경험상 여러 가지 이유로 몹시 화가 나있는데, 아낌없이 분노를 표출해도 될 것 같은 뚜렷한 명분이 생기는 순간이 닥치면 아드레날린이 치솟기도 한다. 위험한 신호다. 대니와 에이미의 첫 만남 역시 그렇다. 신경을 긁는 자동차 경적과 손가락 욕, 흔하고 사소한 시비로 시작된 분노의 카레이싱은 일면식도 없던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각자의 트라우마와 일상 반복의 무력함으로 쌓인 분노를 표출케 한다. 결국 상대방의 가족까지 건드리며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파국으로 돌진한다.

부쉬, 후바스탱크, 오프스프링, 스매시 펌킨스 같은 90년대 혹은 X세대를 대표하는 반가운 명곡들로 이루어진 OST는 찰떡같이 어우러지며, 간혹 너무 심하게 몰아치는 것 같은 이야기도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계 작가 감독 배우들이 힘을 모은 작품인 만큼 한인교회를 비롯해 한국어와 라면 먹방, 반일 감정 등 한인사회를 디테일하게 묘사해 특히 한국인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이 수월할 것 같다. 로튼토마토 지수 98%를 기록했다고 하니 해외 반응 역시 심상치 않다. 자신을 망치고 가족까지 망치면서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국적과 인종을 넘어 커다란 공감대를 이룬 것일지 모른다. 성난 사람들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쌓인 분노를 조금은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드라마 ‘성난사람들’은 흥미로우면서도 꽤 효과적인 분노에 대한 시청각 클리닉일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어떤 이유로든 몹시 화가 나있다면 심호흡을 한 후 이 드라마를 정주행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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