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51> 왕의 장례식과 철갑옷

선대왕 상징 첨단장비 묻어 새 왕권 도래 알려

  • 이현주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   입력 : 2023-04-24 18:52:19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600여 년 전 가야 무덤에는 주인공과 함께 묻어주는 부장품이 풍부하여 고고학자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특히 왕이나 귀족의 장례식에는 주검에 화려한 비단옷을 입히고, 금 장신구로 치장할 뿐 아니라 시신 주변에는 생전에 쓰던 칼과 창, 도끼, 낫까지 함께 묻어준다. 또한 부장품만을 담기 위한 별도의 구덩이를 파서 곡식과 술, 물 등 음식물을 수십 개의 항아리에 담아두고, 심지어 죽음을 함께 할 사람까지도 묻는다. 이는 주인공이 내세에서도 이승과 같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고대인의 관념세계를 엿볼 수 있는 부장품 중에는 특이하게도 갑옷이 있다.

부산 복천동에서 출토된 철제갑옷 일괄.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갑옷이란 전쟁에서 적의 화살이나 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쇠나 가죽 등을 엮어서 만든 대인 방어용 무장이지만, 부장품으로서의 갑옷은 사후세계에서도 전쟁 중에 몸을 보호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대사회에서 갑옷이 가지는 의미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복천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부산 복천동 고분군 38호 출토 판갑을 예로 들어보자. 4세기가 되면 전쟁이 격렬해짐을 전쟁무기의 발달로 알 수 있다. 칼은 장대하고 창도 길어지며, 화살촉도 뾰족하면서도 무게가 늘어나는 등 무기의 살상력이 크게 증폭되었다. 이러한 공격용 무기의 발전은 방어용 갑옷의 발전을 초래한다. 이전까지 가죽이나 나무판을 엮어 만들던 갑옷을 철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이른 철제 갑옷 중 하나가 바로 복천동 38호 갑옷이다. 철판을 오려 목 어깨 가슴 허리 머리 등 인체 곡률을 섬세하게 맞추고, 철판 가장자리의 직경 0.5㎝ 구멍을 통해 가죽이나 못으로 고정하여 의복으로 짜올린다. 테두리는 동물털이나 가죽으로 감쌌으며, 철사를 고사리무늬로 구부려 가슴을 장식하거나 갑옷 표면에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겨넣기도 한다. 이처럼 갑옷 제작에는 극도로 세밀한 공정에서부터 인체공학적인 기술 요소까지 당대 최고의 기술이 투영되는 하이테크 기술로, 현재로 비유하자면 최첨단 방위산업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당장 전쟁에서 써도 모자랄 첨단장비일텐데 철제 갑옷을 죽은 이의 무덤에 왜 묻어버린 걸까. ‘무위(武威)’를 부장하는 행위는 죽은 이의 권위를 상징함은 틀림없다. 동시에 장례식을 주관하는 권력 계승자로서는 선대왕 권위의 상징물을 폐기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군사적·정치적 권위를 참례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과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보듯이 선왕이 서거했다고 곧바로 대관식이 이루어지지는 못한다. 그 기간 동안 일어날 치열한 정치적 갈등을 빠른 시간에 잠재우고 왕위계승의 당위성을 입증해줄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때 가장 정치적인 도구인 선왕의 갑옷을 폐기함으로써 새로운 시대 강력한 왕권이 도래하였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고고학자들은 해석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민락수변공원 금주 지정 후폭풍… 회센터 편의점 사라졌다
  2. 2[영상] '부산다운' 건축물? 부산다운 게 뭘까
  3. 3부산 온천천 실종 50대 여성 숨진 채로 발견돼
  4. 4해운대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 사상
  5. 5양산시 사송IC, 설치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잠정합의
  6. 6'중국 견제' 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확정…韓 기대·우려 교차
  7. 7기름값 고공행진…휘발유·경유 가격 11주 연속 상승
  8. 823일 부산, 울산 경남 대체로 맑겠으나 일교차 주의 필요
  9. 9취업자 2명 중 1명 '36시간 미만' 단기직…"고용 질 악화"
  10. 10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1. 1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지도부 사퇴, 비명-친명 갈등↑
  2. 2조정훈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엔 어마어마한 기회… 국힘엔 위기"
  3. 3한덕수 총리 해임안, 헌정 사상 첫 가결…尹대통령 거부할 듯(종합)
  4. 4[속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르면 26일 구속 여부 결정될듯
  5. 5부산 해운대 바다서 한미 첫 6·25 전사자 수중 유해 발굴 중
  6. 6부산교통공사 ·시설공단 대표 시의회 인사검증 통과
  7. 7‘교권회복 4법’ 통과…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로 징계 못해
  8. 8野 29명의 반란…이재명 영장심사 받는다
  9. 9李 사실상 불신임 “비대위 구성을”…민주 분당 수면 위로
  10. 10부결 촉구 메시지 오히려 역효과…지지층 압박도 이탈표 부추긴 듯
  1. 1'중국 견제' 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확정…韓 기대·우려 교차
  2. 2기름값 고공행진…휘발유·경유 가격 11주 연속 상승
  3. 3취업자 2명 중 1명 '36시간 미만' 단기직…"고용 질 악화"
  4. 4부산신항 배후단지 불법 전대 끊이지 않아, 결국
  5. 5편의점서 마트서 추석 한 상 다 차렸네
  6. 6청년인턴 6개월 이상 채용한 공공기관에 인센티브 준다
  7. 7후쿠시마 등의 수산물 가공품, 최근 3개월간 15t 이상 수입
  8. 8정부 "추석 겨냥 숙박쿠폰, 27일부터 30만 장 배포"
  9. 9정부, 기후위기 대응 예산도 '칼질'…계획 대비 2조7000억↓
  10. 10[차호중의 재테크 칼럼]부자들의 주식투자법
  1. 1민락수변공원 금주 지정 후폭풍… 회센터 편의점 사라졌다
  2. 2[영상] '부산다운' 건축물? 부산다운 게 뭘까
  3. 3부산 온천천 실종 50대 여성 숨진 채로 발견돼
  4. 4해운대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 사상
  5. 5양산시 사송IC, 설치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잠정합의
  6. 623일 부산, 울산 경남 대체로 맑겠으나 일교차 주의 필요
  7. 7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8. 8온천천 실종사고, 평소보다도 통제 인력 투입 늦었다…재난 대응도 제각각
  9. 9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10. 10부산 하반기 공공기관 통합채용 평균경쟁률 24.64 대 1
  1. 1첫판 충격의 패배 ‘보약’ 삼아 캄보디아 꺾고 12강
  2. 2‘47억 명 스포츠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23일 개막
  3. 3세대교체 한국 야구, WBC 참사딛고 4연속 금 도전
  4. 4부산시-KCC이지스 프로농구단 25일 연고지 협약식
  5. 5김민재, UCL 무대서 뮌헨 승리를 지키다
  6. 6수영 3관왕 노리는 황선우, 中 라이징 스타 판잔러와 대결
  7. 7한국 양궁 역대AG서 금메달 42개
  8. 8근대5종 대회 첫 金 조준…남자축구 3연패 낭보 기대
  9. 9롯데 “즉시 전력감보다 잠재력 뛰어난 신인 뽑았다”
  10. 10거침없는 부산, 1부 직행 가시권
우리은행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바다밭 일군 해녀들의 필수품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분청사기반구형뚜껑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가을바람 /임종찬
새터민 /이영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0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tvN 주말 드라마 ‘아라문의 검’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1일(음력 8월 7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0일(음력 8월 6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열심히 일하고도 야단만 듣는 소를 읊은 18세기 시인 강백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듣고 자신의 심경을 읊은 동계 정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