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외교관이자 무역상이며 문화리더였던 ‘조선 역관’을 조명하다

부산박물관 특별기획전 ‘조선의 외교관, 역관’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5-15 19:35:07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내달 9일까지 유물 150점 전시
- 사행기·성장과정·유명 역관 등
- 4개 주제에 풍부한 해설 곁들여
- 큐레이터와 동행관람 이벤트도

조선 외교정책의 기조는 사대교린(事大交隣)이다. 큰 나라는 섬기고 다른 이웃 나라와는 친하게 지내는 것, 주변 강대국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이다. 이러한 국제질서 속에서 그 나라 말을 잘하는 ‘역관(譯官)’은 중요한 외교의 한 축이었다. 세계를 누빈 이들 역관은 통역전문관이면서 실무외교관이었고, 훗날 무역 사무를 주도하며 무역상이자 문화인으로 성장했다.
부산박물관이 조선시대 역관을 다룬 특별전 ‘조선의 외교관, 역관’에서는 역관 양성소인 사역원에서 사용한 외국어 학습서(왼쪽)와 이들을 통해 들여온 수입품 등 150여 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최승희 기자
부산박물관이 7월 9일까지 조선 시대 역관의 활동상을 다룬 특별기획전 ‘조선의 외교관, 역관’을 개최한다. 조선 사신단 행차에 동행했던 역관의 외교적 역할과 활동이 조선 사회에 미친 다양한 영향을 150여 점의 유물로 선보인다. 특히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왜관 , 동래(부산) 현지 역관인 소통사(小通事)의 활약 등 관련 자료를 모았다.

전시는 조선 사신단 행렬 모습의 바닥 조명으로 시작한다. 이들을 따라 들어가면 ‘경진년 연행도첩’(1761년, 보물 제2084호)을 중심으로 4개의 주제별 전시를 자유롭게 오가며 관람할 수 있다.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한 역관의 특징을 살려 관람동선을 따로 짜지 않고 전시장을 들락날락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주황색과 남색으로 전시장을 꾸민 것도 이들의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전시는 4개 주제로 진행된다. ‘이역만리, 사행을 떠나다’에서는 광활한 중국으로 가는 부경사행과, 바다 건너 대마도와 일본으로 이어지는 문위행·통신사행 관련 유물을 소개한다.

‘왜관과 부산의 역관’에서는 조선의 일본인 거주지 왜관과 조정에서 파견한 왜학역관의 집무소였던 성신당·빈일헌을 살펴본다. 현덕윤·현태익 등 왜학역관과 부산 출신이면서 일본어에 능통해 왜학역관을 보좌했던 소통사(小通事) 자료를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현덕윤 가문을 연구한 결과 소설가 현진건, 가수 현인 등이 그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됐다고 한다.

‘외교관으로 성장하다’에서는 역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역관이 되는 건 아주 힘든 일이었다. 역관은 세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린 나이에 발탁돼 사역원(외국어 교육기관)에서 10년 이상 공부해도 역과(譯科)를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다. 사역원에서 가르친 외국어는 한학 왜학 청학 몽학. 제 1외국어는 단연 한학이었다. 지금의 영어마을처럼 하루내내 외국어로만 대화해야 하는 우어청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선 당시 외국어 학습서인 ‘몽어노걸대(몽골어)’ ‘첩해신어(일본어)’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때 외국어 공부는 ‘회화’ 중심이었는데, 외국어 문장 옆에 우리말로 독음을 적고 그 밑에 뜻을 쓴 학습 방식이 지금과 비슷하다. 역과 합격자 일람인 ‘역과방목’ 등을 함께 전시해 생도에서 역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유물로 짐작할 수 있다.

‘역관 열전’에서는 부자로 이름난 역관, 문화를 선도한 역관사가, 조선 서화를 집대성한 마지막 역관 등을 조명한다. 사도세자의 친누이인 화협옹주 묘에서 출토된 명기, 사리구로 사용된 통도사 소장 일본 자기 등 역관을 통해 들여온 수입품도 소개된다. 특히 화협옹주 묘 출토 명기(화장품 용기)는 지난해 국립고궁박물관 등이 재해석한 ‘화협옹주 도자에디션’ 화장품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경진년 연행도첩’ ‘일본여도’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 궁중현판(영조 친필)’ 등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유물이 출품돼 주목할 만하다. 전시를 알차게 관람할 수 있도록 ‘큐레이터와의 역사나들이’ 행사도 오는 19일과 다음 달 23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당일 현장 접수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정은우 부산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획했다”며 “조선 시대 역관의 눈을 통해 드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했던 그들의 열정과 방대한 외교 성과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8. 8[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3. 3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