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전시실을 관람할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유물이 당시 어떤 방법으로 사용되었을지, 유물이 쓰이던 시기의 상황은 어땠을지 등 다양한 생각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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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에 말띠 장신구로 쓰인 행엽.
못이 38개 박혀 있다.
부산박물관 제공 |
진열장의 설명 패널을 보고, 유물 생김새와 이름을 확인하면 대부분 유물의 쓰임새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그게 쉽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철기 유물 중 말 갖춤새가 전시된 곳이다. 고대의 말에 사용됐다고 설명돼 있지만, 그 쓰임새를 바로 떠올리기가 힘들다. 특히나 행엽은 생김새와 이름 모두 생소하여, 당최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잘 알 수 없다.
행엽은 한자 이름으로, 살구나무 ‘행(杏)’ 자와 잎 ‘엽(葉)’ 자를 쓴다. 즉, 살구나무 잎 모양을 닮은 유물이라는 뜻이다. 한자 이름에서 나뭇잎 같은 유물의 생김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글 이름은 ‘말띠드리개’이다. 한글 이름에서는 사용 방법을 일부 유추해 볼 수 있다. 말띠에 매달아 길게 드리운 것이다.
그렇다면 말띠는 무엇일까? 하나의 질문에 답하고 나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사람이 말을 원하는 속도 및 방향으로 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어구 및 안정구, 장식구가 필요하다. 안정구인 안장을 말 등에 얹고, 이를 고정하기 위해 앞뒤 가죽끈을 연결해 말의 목과 꼬리를 감싼다. 이 가죽끈을 말띠라고 하며, 말띠 자체를 꾸미거나 말띠에 행엽을 매달아 드리우면서 말을 장식한다.
행엽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하트 모양을 닮은 심엽형행엽, 상단은 둥글고 하단은 물고기 꼬리 모양을 한 편원어미형행엽, 칼끝 모양을 닮은 검릉형행엽, 종 모양의 종형행엽 등이다. 이는 출현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유행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부산박물관 동래관에 전시 중인 부산박물관 소장 행엽은 심엽형행엽으로, 철판을 하트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위에 은도금한 문양판을 얹었다. 그리고 철판과 문양판을 결합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은도금한 못을 같은 간격으로 박아 고정하였다. 못을 자그마치 38개나 박았는데, 이는 철판과 문양판 결합 목적 외에도 추가로 장식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판 윗부분에는 말띠가 연결되는 구멍인 직사각형의 입문이 있으며, 입문을 통과한 말띠를 고정하기 위한 금구도 부착돼 있다.
이제 다시 박물관에 있는 행엽을 만나볼 시간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유물 중 한 가지가 아닌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은 반가움을 느끼는 유물이 되어있을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시구처럼,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나에게 의미가 있는 유물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