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12신 중 하나인 포세이돈은 바다, 지진, 말의 신으로 그중 ‘바다의 신’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신화 속 포세이돈은 파도와 폭풍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신으로 묘사된다. 이 때문이었을까? 해상 도시국가 그리스 사람들에게 그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을 보호해 주는 매우 중요한 신이었다. 현대인에게 포세이돈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빨래판 같은 복근, 각진 턱을 부드럽게 감싼 수염, 그의 분신과도 같은 삼지창이 아닐까 싶다. 포세이돈은 왜 삼지창을 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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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천동 10·11호분에서 나온 삼지창. 부산박물관 제공 |
인류는 예부터 물고기를 잡기 위한 작살로 삼지창을 사용했다. 세계 곳곳 해양도시의 고대 유적에서는 심심찮게 삼지창이 확인된다. 해양도시 부산도 그렇다. 고대 삼국시대, 강력한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낙동강 하류역에는 고대국가가 태동했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해상무역을 통해 성장한 복천동고분군(사적 제273호) 축조 집단도 그중 하나다. 수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복천동고분군에서는 갑옷, 투구, 철제 무기류, 장식토기 등 당대 최고 유물들이 확인됐다.
응당 삼지창도 있다. 삼지창은 금동관(보물 제1922호)이 확인된, 복천동고분군 내에서도 최고 수장의 무덤인, 복천동10·11호분에서 출토됐다.
삼지창은 두께 1㎝ 정도의 가지 3개를 각각 제작한 뒤 끈으로 묶어 만들었다. 전체 길이는 24.2c㎝ 폭은 10.9㎝가량이다. 지금은 녹이 슬어 윤곽만 확인되지만, 가지 끝에 형성된 미늘은 대형 어류를 포획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삼지창은 김해 대성동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경주 대릉원의 황남대총, 경산 임당고분군 등 영남 각지 대형고분군에서도 출토되었다. 이런 사례로 보아 당시 권력을 쥐었던 수장이 소유한 물건이며, 계층성을 띤 도구로 해석되기도 한다.
문득 ‘당시 가야인들이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을 알고 있었을까?’라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경주 대릉원과 합천 옥전고분군에서 확인된 로만글라스(Romanglass)가 지중해에서 포세이돈의 비호를 받으며 파도와 폭풍을 뚫고 한반도로 들어온 게 맞다면, 그리스의 신화도 이 먼 곳 낙동강 하구의 해상왕국까지 도달했을지 모를 일이다.
복천동고분군 출토 삼지창은 복천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언제나 볼 수 있으며, 하반기에 열리는 ‘矛盾(모순)-고대 창과 방패’ 복천박물관 특별기획전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전시를 관람하며 삼지창과 함께 부산 시민 여러분도 발칙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