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날 어루만지는 흙의 사랑…텃밭서 행복도 캔답니다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유현미 지음 /오후의소묘 /1만9500원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6-01 19:22:01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씨앗을 뿌리고 심고, 싹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목마를까 봐 물주고, 마침내 따고 캐고, 사람들과 나누기. 주말 농사를 짓는 지인들이 SNS에 이런 사연을 올리면 부럽다. 수확한 토마토가 예쁜 모양이 아니라도, 풋고추가 굽어 있어도 싱싱하고 맛있어 보이기만 한다. 수확물을 자랑하는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말한다. 땀 흘리는 기쁨을 알았다고. 자신이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 흙을 만지면서 얻은 것이 많았노라고.
유현미 작가가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을 흙을 어루만지며’에 그린 농사 그림. 오후의소묘 제공
그 마음을 유현미 작가는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에서 이렇게 썼다. “이 조그만 밭이, 흙이, 나를 조건 없이 통째로 받아주는구나. 씨를 넣고 모종을 심느라 흙을 계속 매만지는 동안 정작 흙이 나를 어루만지고, 흙과 나 사이 오래된 신뢰의 감정이 모깃불 연기처럼 따스하게 피어났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일 수 있을까. 이상한 감흥에 젖은 채 모종과 씨앗을 마저 다 심었다.”

이 책은 유현미의 한해 텃밭 농사를 담았다. 씨를 뿌리는 3월에서 마지막 수확을 하는 12월까지 담은 도시텃밭 그림일지이다. 텃밭 시 그림책 ‘아그작 아그작, 쪽 쪽 쪽, 츠빗 츠빗 츠빗’ 둥 생태 감수성이 깊이 묻어나는 그림책을 지어온 유현미의 글·그림을 제대로 만나볼 수 있다. 무엇을 심을지 그려놓은 텃밭 그림지도에서 상추며 쑥갓이 쑥쑥 자라는 모습이 떠오른다.

농기구, 장화, 물뿌리개, 멀리 보이는 아파트, 텃밭에 세 들어 사는 곤충, 달팽이와 무당벌레 애벌레가 신나게 파먹은 적갓잎, 이웃의 농사를 보며 급히 언니들에게 연락해 배추 수확 번개 하기…. 저자는 풋고추와 오이와 방울토마토 몇 개를 그린 그림에 ‘오늘은 이만큼’이라는 글을 붙여주었다. 딱 ‘이만큼’ 딴 모양이다. 맛있게도 익었다.

글은 다정하고 섬세하게 마음을 건드리고, 그림은 가끔 군침을 돌게 한다. 텃밭을 오가는 저자의 부지런한 발길과 야무진 손길이 보인다.

저자는 “작고 소박한 텃밭 농사라도 농사는 정확히 기후변화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썼다. 책에는 2022년의 텃밭 농사가 기록돼 있다. 2022년 봄은 이상고온과 냉해, 긴 가뭄으로 작물이 전에 없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5월 25일 기록의 제목은 ‘타는 목마름’이다. 일부를 읽어보자. “이렇게 처음 겪는 일이 앞으로 계속 늘어나겠지. 가뭄을 구체적으로 겪으니 쌀이나 채소 씻은 물을 그냥 버리는 것도 너무나 아깝다. 내가 이러한데 생업이 농사인 농부들 심정은 어떨까. 텃밭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는 기후변화의 심각함을 잘난 머리로는 알아도 몸으로 실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디디고 두 손으로 보드라운 흙을 어루만지며 텃밭에 서 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면 텃밭 안으로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6. 6정지영·이명세 등 “암살자(들) 정쟁 도구화 말라”
  7. 7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8. 8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9. 9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8. 8‘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9. 9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0. 10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1. 1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2. 2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한 손 뉴스] 市 굿즈 플랫폼 ‘부산꾸’…디지털 스티커 받으세요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