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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57> 기장 청강·대라리 유적 출토 새모양토기

신과 주술사 잇는 영물 새, 토기·갑옷 등에 새겨 숭배

  • 박미욱 정관박물관장
  •  |   입력 : 2023-06-05 19:24:0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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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로 지정된 ‘농경문청동기’는 청동기시대 농경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중요한 유물이다. 벌거벗은 사내가 따비와 같은 농기구로 땅을 일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솟대를 묘사한 듯한 다른 면도 흥미롭다. 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 끝에 새가 앉아있는 모습을 새겼다. 고대 사람들은 새가 곡식을 물어주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오고 하늘의 신과 땅의 주술사를 연결하는 신성한 존재로 믿었다.
기대 새장식. 부산박물관 제공
‘삼국지위서동이전’ 변진조에 “장례에는 큰 새의 깃털을 사용하는데, 이는 죽은 자가 날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실제 창원 다호리를 비롯한 여러 유적의 무덤에서 망자의 가슴에 새 깃털을 꽂을 수 있는 칠기 부채가 출토되었다. 새모양토기도 만들어진다.

삼한시대인 3세기 후반부터 낙동강 유역에서 와질토기(瓦質土器)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점차 도질토기(陶質土器)로 변화하며 5세기경까지 낙동강 동안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새모양토기는 보통 몸통 내부는 비어있고 등 위에 원통형 주입구를, 꼬리 끝에는 주출구를 만들어 액체를 담고 따르는 주전자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새모양토기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었다기보다는 장례와 같은 의례에서 술이나 물을 따르는 데 사용된 후 묻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모양 토기(경질).
부산 기장군 정관박물관에도 기장 청강·대라리 유적에서 출토된 새모양토기 두 점이 있다.

첫 번째 새모양토기는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주둥이는 넓적하여 오리주둥이를 연상시키고 머리 상단은 손으로 점토를 눌러 두께를 얇게 하여 마치 닭의 볏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꼬리 부분의 주출구 하부에는 침선 문양을 새겨 새의 꽁지깃을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오리와 닭이 조합된 신비한 새의 형상이다.

새모양 토기(연질).
두 번째 새모양토기는 집터에서 출토된 연질토기다. 주구는 뾰족하게 치켜올려 새 부리만 아주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고 등에는 원통형 주입구가 있다. 주구 반대편 꼬리 쪽은 약간 세워 올려 주구와 좌우 대칭처럼 표현하고 있다. 앞의 토기에 비해 새모양이 아주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토기는 변·진한 지역에서는 거의 출토되지 않고 마한지역에서 주로 제작되는 토기이다. 아마도 기장지역 사람들은 당시 마한지역과 교역을 통해 이 새모양토기를 확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모양 장식은 다른 유물에서도 확인된다. 청강·대라리유적 무덤에서 발견된 바리모양기대에도 새모양이 장식돼 있고, 가동고분군 무덤에서 출토된 판갑옷에도 새모양 장식이 보인다.

이런 새모양토기를 통해 죽은 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기 위해 새모양토기를 만들어 매납했던 변·진한 사람들의 새와 관련된 장례의식을 알 수 있다. ‘조령신앙’(鳥靈信仰)이 일상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정관박물관에 전시된 새모양토기와 새모양 장식이 있는 유물을 찾아보는 것도 박물관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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