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드문드문 활동하는 것이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 이나영은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다.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 ‘아는 여자’의 한이연,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강단이 역처럼 이나영은 어쩌면 자신과 꼭 맞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근사한 캐릭터를 신중하게 고르느라 다작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박하경 여행기’ 역시 감히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만에 꼭 맞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걸 크러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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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경 여행기' 포스터. 공식 홈페이지 제공 |
이나영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여려 보이는 외모와는 상반되게 매우 단단하고 강인하다. 굳이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 높여 ‘걸 크러시’를 과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단단하다. 대신 상대방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고 신중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처음 만나지만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캐릭터 박하경은 마치 40대가 된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교 국어 선생님인 박하경은 토요일마다 혼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해남 군산 부산 속초 제주도 등등. 사실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어디든 당일치기로 다녀오지 못할 곳은 없다. 8부작으로 매회 25분 내외 분량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 역시 하루 만에 가뿐하게 정주행이 가능하다. 짤막한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이 묵직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전국의 다양한 맛집들과 멋들어진 풍광들을 소개하는 한편 한예리 구교환 박인환 심은경 등의 배우들이 매회 깜짝 등장해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만남을 선사한다. 틈나는 대로 상비약처럼 꺼내 볼 것 같은 반가운 드라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2화 군산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김오키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백현진의 노래 ‘빛’을 서툴고도 진지하게 열창하는 이나영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귀하고 값진 드라마다.
‘박하경 여행기’는 어쩌면 많은 이에게 인생 드라마로 남으리라 믿는다. 더 큰 사랑을 받아 조속히 시즌2가 제작돼야 할 것이다. 3화 부산 편에서 만난 구교환과의 재회가 반드시 성사돼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궁금하면 열 일 제쳐두고 시청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