땟국이 붙어 다닌 가난한 어린 시절
피부는 부스럼이 쉴 새 없이 돋아나고
머리엔 달이 자리 잡고 가난 꽃이 피었는데
먹어도 먹었어도 돌아서면 허기지는
입술은 하늘 향해 뱃가죽 움켜잡네
지금은 풍요한 빈곤이 혀를 날름 디민다.
‘보릿고개’. 이 시를 읽으면 우리 근대사의 한 축을 차지했던 ‘보릿고개’라는 용어가 새삼 떠오른다. 가을에 수확한 식량이 해를 넘기면서 바닥을 내보이고 보리는 아직 익지 않은 시기. 해마다 오뉴월이면 칡뿌리나 소나무껍질을 삶아 배고픔을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 빗물이라도 마시려 하늘 향해 입을 벌리고 선 땟국물 흐르는 아이 모습이 아른거린다.
시인은 행복의 본질에 대해 반문한다. 뱃가죽 움켜잡고 허기를 참아내던 가난한 어린 시절보다 풍요해진 지금이 오히려 더 빈곤한 것은 아닌지. 물질적으로 부유해질수록 마음 한쪽에 차오르는 공허함, 상대적 빈곤감은 막을 수 없지 않느냐고. 풍요 속에서 빈곤이 혀를 날름 들이미는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행복은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