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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수영 400살 곰솔 등 두 발로 만난 호국역사…탄소발자국도 줄였네

부산문화재단 ESG 캠페인 <上> 좌수영성지길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23-06-13 19:26:4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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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재단의 ESG 문화예술 캠페인이 지난 10, 11일 이틀간 부산 수영구 좌수영성지길과 북구 구포만세길 일대에서 열렸다.

㈔부산걷고싶은부산이 주관한 이 행사의 이름은 ‘보행친화·문화예술의 삶에 나를 더하는 걷기 여행’(나를 더하는 걷기 여행).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릿글자를 따온 것이다. ‘ESG 경영’은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이번 행사는 신체적 건강 증진(Physical fitness), 지역문화·예술(Local culture), 보행친화도시 부산(Urban walking), 지속가능한 여행, 삶(Sustainable trip, life), 의미 있는 시간(Meaningful time), 친환경·탄소중립(Eco-friendly)이란 주제어를 담아 영문명으로는 ‘PLUS ME’이다. 참여자들이 함께 걸으며 친환경과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지역의 역사,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자리다. 그 현장 소식을 두 차례에 걸쳐 전한다.
부산문화재단의 ESG 문화예술 캠페인에 함께한 참여자들이 지난 10일 부산 수영구 좌수영성 남문 앞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뒤편의 나무가 400년 수령의 곰솔이다. 오광수 기자
- 친환경·탄소중립 실천하며
- 문화예술 즐기는 걷기 여행

- 최영 장군 영신 모신 무민사
- 팔도 물건 다 모인 팔도시장
- 옛 좌수영 느끼며 역사 탐방

- 카페 식당 밀집 망미단길 지나
- 철강공장 개조한 F1964 까지
- 뚜벅뚜벅 보행친화도시 걸어

■ 무민사와 최영, 선서바위

‘나를 더하는 걷기 여행’ 첫날 좌수영성지길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민락역에서 시작한다. 무민사, 팔도시장, 좌수영성의 콘텐츠를 죄다 담은 수영사적공원, 망미단길, 비콘(B-con) 그라운드, F1963을 잇는 코스다. 역사(무민사와 선서바위, 좌수영성)와 생활문화·예술(망미단길, 비콘 그라운드, F1963)을 아우르는 길이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다.

먼저 무민사. 애써 찾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곳이다. 도시철도 민락역 4번 출구에서 수영역 방면으로 걷다가 주유소에서 구락로 방면 오른쪽으로 꺾은 뒤 황금쟁반짜장 맞은편 도로 골목으로 들어가 첫 번째 블록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돌아가면 만날 수 있다. 고려 말 왜구를 무찌른 최영(1316∼1388) 장군의 영신을 모신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개국 6년 뒤 ‘무민(장군을 위로한다는 뜻)’이란 시호를 내려 장군의 넋을 달랬다.

무민사 뒤에 자리 잡은 바위는 ‘선서바위’로 불린다. 때는 장수가 도망치고 군사들도 뿔뿔이 흩어졌던 임진왜란 발발 직후. 약탈과 살육이 벌어지던 수영에서 남은 수군과 성민 25명이 분연히 일어났다. 이들은 ‘싸우면 이겨서 살 것이요 싸우지 않으면 망하리로다’라며 싸우다 죽기를 피로써 맹세했다. 그 장소가 이 바위로 알려져 있다.

전란이 끝난 뒤 1608년(광해군 즉위년) 동래부사 이안눌은 좌수영성 주민들의 청원에 따라 25 용사의 사적을 확인해 기록하고 이들의 집마다 ‘의용(義勇)’을 붙여 표창했다. 그때 동래부사 이안눌이 남긴 공적조서가 바로 ‘정방록(旌榜錄)’이다. ‘정방록’은 기록상으로만 알려졌다가 25 의용 가문의 족보 등에서 그 실체가 확인됐다. ‘김가정방록’, ‘최가정방록’ 등이 그것이다. 수영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김종수(74) 씨가 2021년 이들 자료를 모아 ‘수영 25의용 정방록을 찾다’(도서출판 비온후)로 펴냈다.

■ ‘군신목’ 곰솔은 무려 400살

부산 수영구 수영동 무민사. 사당 뒤편에 선서바위가 있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수영팔도시장이다. 수영팔도시장은 조선 시대 좌수영장(左水營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좌수영성지길 안내를 맡은 김은선 문화관광해설사는 “전국 방방곡곡 팔도에서 온 물건이 유통된다고 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설명했다.

시장통을 지나 만나는 곳은 좌수영성 남문. 실제는 동문이다. 애초 좌수영성 동문에서 팔도시장을 거쳐 지금의 수영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쪽 군선 정박지(선소) 쪽으로 관아거리가 펼쳐졌다.

무지개처럼 돌로 만든 홍예문 양식의 남문은 예전에 수영초교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남문 양쪽에는 돌로 만든 박견 한 쌍이 있다. 눈은 퉁방울처럼 커서 해태상처럼 보이지만 분명 개 모양이다.

남문에서 좌수영의 수사 선정비군을 지나 안용복 사당(수강사)으로 향한다.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 좌수영 수군인 능로군이었는데, 왜인들에게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약받는 등 큰 업적을 세워 장군으로 추앙받았다.

수강사에서 나와 원래의 좌수영 남문 터로 간다. 주거지 주민주차장 주변으로 옹성 모양의 조형물을 조성해 놓았다. 그다음은 좌수영성지 안내문 앞. 좌수영성은 둘레 2784m, 높이 4m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남은 성곽은 얼마 없다. 상비병력 2만 명을 거느렸던 위용은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의 남문 뒤편에 있는, 400살이 넘는 곰솔(천연기념물 270호)이 옛 좌수영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하다. 좌수영 당시 곰솔은 나무로 만든 군선을 보호하고 수군이 무사 안녕하도록 지켜주는 군신목(軍神木)으로 신성시됐다고 한다.

■ F1963에서 듣는 ‘커피 도시’

25의용단을 지나 망미단길로 접어든다. 수영사적공원 인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카페, 꽃집, 식당, 갤러리 등이 모여 있다.

망미단길 옆은 도시고속도로(번영로) 수영고가교 구간. 아래에는 복합생활문화공간인 비콘(B-con) 그라운드가 있다. 지난 2020년 11월 문을 연 이곳은 청년 창업공간 11곳, 문화예술인 창작공간 8곳, 상업시설 27곳, 운영 및 커뮤니티 공간 2곳 등 총 51곳으로 꾸려졌다. 주민이 이용하는 대관 시설도 있다.

비콘 그라운드에서 동래 쪽으로 향하면 교각 마지막 구간에서 특이한 디자인의 키스와이어(고려제강) 센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에는 과거 철강 와이어 제조 공장이던 곳을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개조한 F1963이 있다.

비콘 그라운드를 벗어나 다시 망미단길로 향한다. F1963으로 가는 길이다. 반려견의 미용과 목욕, 잠자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의 디자인이 깜찍하다. 담쟁이넝쿨이 매달린 망미초교 담장을 지나니 F1963 후문이다. F1963은 1963년에 세워진 공장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키스와이어 센터 주차장 입구 쪽으로 대숲 오솔길이 나 있다. 맹종죽 숲 소리길이다. 대나무가 와이어를 닮은 까닭에 콘셉트로 택한 듯하다. 철강 와이어 공장의 바닥 콘크리트를 잘라 숲길바닥에 깔아 놓았다. F1963에서는 커피와 책을 즐기고 예술작품 전시와 각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부산문화재단이 마련하는 다양한 공연·전시도 이곳에서 열린다.

커피 이야기가 나오자 김은선 해설사는 “부산은 국내 커피류의 대부분이 수입되는 물류 거점이다. 신선한 커피 원두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는 부산이 ‘커피 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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