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팬덤이 생기기도 전에,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해 대한민국 걸그룹 역대 최장 기간인 15주를 머무르며 ‘중소돌(중소연예기획사의 아이돌)의 기적’이라 불리던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한창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소속사와 법적 분쟁으로 답답한 활동 중단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은 이미 소속사 어트렉트 전홍준 대표 쪽으로 기울어 외주 프로듀서 안성일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공공의 적으로 찍혀버린 듯하다. 오히려 불미스러운 일로 국내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이다.

역시 훈훈한 미담보단 나쁜 소식이 더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다. 거기다 차와 시계를 팔아 제작비를 보태며 고생한 전 대표의 사연은 마치 소외당하면서도 헌신적으로 가족을 지키려는 기러기 아빠 서사와 닮아, 안 프로듀서와 ‘피프티 피프티’ 멤버에 대한 공분은 점점 커진다.

이토록 어수선한 와중에 지난 7일 미국 영화 ‘바비’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피프티 피프티’의 신곡 ‘Barbie Dreams’의 음원이 공개됐다. 왕년의 스파이스걸스가 연상되는 2000년대 팝 스타일 노래로, 어쩐지 이런 상황에도 눈치 없이 경쾌하고 청량하며 신나는 곡이다. 원래 계획대로 뮤직비디오까지 제작됐더라면 역시 빠르게 세계로 전파돼 더 큰 사랑을 받았을 노래다.

전홍준 대표는 언론에 멤버들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고. 소속사 대표 입장을 떠나 어른 처지에서 당연한 발언일 것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가 스스로 배를 갈랐다 하여 ‘할복돌’이란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붙었지만, 갓 스물 정도 된 멤버들은 실감하지도 못할 갑작스러운 성공과 욕심에 눈먼 어른들의 논리에 끌려 잘못된 선택을 강요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지금껏 그래왔듯 어른 말을 그저 믿고 따른 탓일지도 모른다.

성인인 이상 선택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보통 가장 많은 실수를 거듭하는 시기가 갓 성인이 된 무렵이기도 하다. 그들의 글로벌 데뷔곡 ‘cupid’ 가사 ‘널 믿은 내가 정말 stupid’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를 아직 어리지만 재능 넘치는 멤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아무쪼록 원만하게 해결돼 ‘피프티 피프티’의 노래를 어떤 불편한 마음 없이 계속 흥겹게 즐기고 싶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