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거울처럼 깨진 호수, 달 바꿔 다는 사람…상상의 세계를 ‘찰칵’

‘상상을 찍는 작가’ 에릭 요한슨, 부산문화회관 메이크빌리브 展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7-18 18:57:19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독특함으로 동화 같은 장면 연출
- 직접 수천 장 찍어 리터칭 작업
- 자연 파괴 등 해석은 감상자 몫

평화롭고 아름다운 호수에 보트를 띄운 남자의 표정이 어둡다.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는 맑은 호수는 진짜 거울처럼 깨지기 시작하고, 하늘은 두 쪽이 났다. 이미 깨진 호수 바닥 메마른 땅엔 폐사된 물고기가 널브러져 있다. 작품명 임팩트(Impact).
에릭 요한슨 작가의 작품 ‘Impact’. 부산문화회관 제공
비현실적인 이 장면은 무의식적으로 자연에 가하는 인간(문명)의 충격을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사진가 에릭 요한슨(Erik Johansson)의 사진전 ‘메이크 빌리브(Make Believe)’를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볼 수 있다.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주목받는 그의 별명은 ‘상상을 찍는 작가’. 서울, 대구에 이어 부산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상상하기를 멈춰버린 어른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들을 위한 ‘상상의 놀이터’다.

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유럽의 자연을 배경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더해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해 낸다.

사람이 지구 깊은 곳에서 도르래로 태양을 끌어올리거나(Sunriser) 낮과 밤을 레버로 여닫는 모습(Daybreaker), 월력에 따라 밤하늘 달을 바꿔 걸어놓는(Fullmoom service) 장면은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람들을 동심으로 되돌려놓는다.

그의 작품이 특별한 건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가는 작품의 모든 요소를 현실 세계에서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다. 수백, 수천 장 컷을 찍은 뒤 100~300개의 레이어를 사용해 리터칭하고 초현실적인 세상을 완성했다. 1년에 8개 정도의 작품밖에 제작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의 작업 과정은 ‘BTS’라고 이름 붙인 비하인드 더 씬(Behind the scene)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품 제작부터 섭외 촬영 리터치 작업까지 전과정을 엮어낸 영상으로, 궁금증을 풀어주는 한편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Full moon service’. 부산문화회관 제공
에릭 요한슨은 허공에 떠 있는 듯 기상천외한 상상을 시각화하지만, 그 메시지는 땅에 발붙인 우리의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눈에 띈다. 바다 위 신비로운 섬마을을 담은 사진 ‘디맨드 앤 서플라이(Demand&Supply)’는 마을에 공급하기 위해 섬 기둥에서 굴착기들이 자원을 채굴하고 있지만, 과도한 채굴로 섬 기둥의 허리가 모래시계처럼 잘록해져 위태롭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브레이킹 업(Breaking up)’에선 북극의 빙상(氷床)이 깨지면서 그 위의 평온해 보이는 집도 두 동강 났다.

해석은 감상자에게 달려있다. 자연파괴에 관한 경고일 수도 있고,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가 심어놓은 암시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상상 속 세계로 빠져들면 된다. 작가는 “초현실적인 그림이나 사진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의 삶과 현실을 다시 보게 한다.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혼자만의 여행 ▷내가 보는 세상 ▷추억을 꺼내 본다 ▷나만의 공간 ▷미래의 일상 ▷올 뉴 에릭 등 6개 섹션에서 120여 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3점과 인 모션(In Motion)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포토존도 흥미와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마지막 섹션에서 만난 신작 ‘Deadline(데드라인)’에선 제목처럼 마감에 쫓기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해수면이 낮아진 간조 바다에 놓인 책상 위 서류를 초조하게 살펴보고 있다. 만조 시간이 다가오면서 물은 발목 위까지 차올랐고, 눈앞에는 거대한 시계가 데드라인을 향해 째깍거린다. 이 작품은 퍼포먼스처럼 영상으로 촬영한 인 모션 작업도 나란히 전시됐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책상 위,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쫓기는 일상에서도 차 한 잔의 여유 정도는 가지라는 의미가 아닐까.

에릭 요한슨 작업의 매력은 디테일에 있다. 상상력이 펼쳐진 사진 속 작가가 심어놓은 메시지를 찾아보면 더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10월 8일까지. 입장료 성인 1만8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9000원, 36개월 미만 무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