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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떨어지고 전염병까지…이틀간 죽어나간 병사 400여 명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6> 갑오년(1594년)1월 15~30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7-23 19:00:1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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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력 부족에 시달린 육군과 수군
- 서로 먼저 징병하려 갈등 빚기도
- 동헌도 객사도 없는 한산도 생활
- 활터에 임시로 정자 만들어 공무

- 한산진 출몰해 총질한 왜적 5명
- “활에 맞고 도주하는 꼴이 우습다”

1월15일[3월6일] 맑음.

이른 아침에 남의길 및 여러 조카들과 정월 대보름 음식을 먹고 동헌으로 나갔다. 남의길은 “영광으로 되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종(예전에 남의 집에 딸려 천한 일을 하던 사람) 진(辰)을 찾아내라는 공문을 작성했다. 동궁(광해군)의 분부를 전하는 서한이 왔는데 군사를 이끌고 적을 토벌하는 일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 광해군은 1593(계사년) 11월께 남부지방으로 내려와 전주에 머물며 무군사(撫軍司)라는 행영을 설치하고 임금을 대신하였다.

1월16일[3월7일] 맑음.

통영항에서 배로 한산도를 드나들 때 만나는 거북 등대. 한산대첩 기념 조형물이다.
남의길을 청해 전별의 술잔을 나누면서 나도 그만 취해 늦게야 동헌에 나갔다. 황득중이 들어왔다. 그에게 들으니 “문학(정5품) 유몽인이 암행어사로 흥양현에 들어와서 온갖 문서를 압수해 갔다”고 한다. 저물녘 방답첨사(李純信)와 배첨지가 와서 이야기했다.

1월17일[3월8일]

새벽에 눈이 오고 저녁나절에 비가 왔다. 이른 아침에 아우 여필과 여러 조카들의 전송을 받으며 본영(여수)을 떠나 한산진을 향해 출항했다. 다만 조카 분과 아들 울은 데리고 왔다. 오늘 장계를 띄워 보냈다. 오후 네 시쯤에 와두(남해군 관음포 인근의 언머리)에 이르니 맞바람이 불고 물이 빠져서 배를 운행할 수가 없었다. 닻을 내리고 잠시 쉬다가 오후 6시쯤 다시 닻을 올려 노량에 이르러 잤다. 여도만호, 순천부사, 이감 및 우후 등도 와 함께 잤다.

1월18일[3월9일] 맑음.

새벽에 떠날 때는 맞바람(샛바람)이 세게 일다가 창신도(남해군 창선도)에 이르니 순풍으로 변하였다. 그래서 돛을 올려 사량에 다다르면서부터 도로 역풍이 세게 불고 많은 비가 내렸다. 사량만호 이여념과 경상수사(원균)의 군관 전윤이 보러 왔다. 전윤이 말하기를 “수군을 거창에서 징발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도원수(권율)가 그 수군 징발을 방해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자고로 남의 공적을 시기하는 일은 늘 넘쳐났거늘 새삼 한탄한들 무엇하랴! 여기서 그대로 잤다.

* 당시 육군과 수군은 서로 병력이 부족해 징병하는 과정에서 종종 갈등을 빚었다. 도원수가 방해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럴 때 이순신은 어떻게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했을까? 이날 일기 내용(‘자고로 남의 공적을 시기하는 일은 넘쳐났다’)을 읽어보면서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1월19일[3월10일]

흐리다가 저녁나절에는 개었다. 바람이 세게 불더니 해 질 무렵에는 더욱 거세졌다. 아침에 출항하여 당포 먼바다에 이르렀고 거기서 돛을 펼치니 바람이 밀어주어 순식간에 한산도에 도착하였다. 활터 정자(射亭)에 올라앉아 여러 장수와 더불어 이야기했다. 저녁에 경상우수사 원균도 왔다. 소비포권관 이영남에게서 “영남의 여러 배의 사부와 격군이 거의 다 굶어 죽어간다”는 말을 들으니 참혹하여 차마 다 들을 수가 없었다. 원 수사는 공연수나 이극함이 좋아하는 여자들과 깡그리 사통했다고 한다.

* 한산도에서는, 적을 막기 위해 임시로 이진해 온 곳이라 막사를 지어 생활했다. 동헌도 없고 객사도 없었다. 대신 몇 개의 활터 중에서 간이 정자를 지었고 또 필요한 임시건물을 짓고 방을 만들어 사용했다. 초기에는 활터 정자에서 망궐례도 올리고 공무도 처리하고 활도 쏘았다. 이날은 이순신이 여수로 출장 갔다 돌아오는 날인데 여러 장수들이 마중 나와 이야기한 이곳 역시 활터 정자였다. 지금 그 활터 정자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의 우물 있는 곳 주변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다만 한산대첩기념비 있는 곳에서 문어포 방향의 평지에도 무과시험을 본 과장터와 활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월20일[3월11일]

맑으나 바람이 세게 불고 몹시 춥다. 여러 배에서 옷이 없는 사람들이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추위에 떠는 소리를 내는데 차마 듣지 못하겠다. 낙안군수(신호), 우수사 우후(이정충)가 와서 봤다. 저녁나절에 소비포권관(이영남), 웅천현감(이운룡), 진해현감(정항)도 왔다. 그러나 진해현감은 명령을 거부하고 제때 오지 않아서 처벌하려고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나보지 않았다. 바람이 다소 자는 듯했으나 그래도 순천(권준)이 들어올 것이 염려된다. 군량미조차 오지를 않으니 이 또한 민망스럽다. 병들어 죽은 자들을 거두어 장사지낼 차사원(임무를 맡을 사람)으로 녹도만호(송여종)를 정하여 보냈다.

* 군량미가 부족해 굶어 죽어가는 군사들을 먹이지 못하고, 입힐 옷이 없어 군사들을 추위에 떨게 하고 전염병으로 대책 없이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면서도 뚜렸한 대응책이 없어 민망해하면서 이를 견뎌내야 하는 공의 고통을 생각하며 이날 전후의 여러 일기들을 재음미해본다.

1월21일[3월12일] 맑음.

아침에 본영의 격군 742명에게 술을 먹였다. 광양현감이 들어왔다. 저녁에 녹도만호(송여종)가 와서 보고하는데 “병들어 죽은 시체 214구를 거두어서 묻었다”고 한다. 사로잡혔다가 도망쳐 나온 2명이 우수사 원균의 진영에서 내게로 와서 적의 정세를 생각나는대로 말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1월22일[3월13일] 맑음.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도 없었다. 활터 정자에 올라 앉아 진해현감(정항)으로 하여금 교서에 숙배례를 행하게 하고 지었던 죄에 벌을 준 뒤 종일 활을 쏘았다. 녹도만호가 병들어 죽은 시체 217구를 거두어 묻었다고 했다.

1월23일[3월14일] 맑음.

낙안군수가 하직을 고하고 나갔다. 흥양의 전선 두 척이 들어왔다. 최천보 유황 유충신 정량 등도 들어왔다. 늦게 순천부사도 들어 왔다.

1월24일[3월15일]

맑고 따뜻하다. 아침에 산역(山役)하는 일로 귀장이(耳匠 : 木手) 41명을 송덕일이 거느리고 갔다. 영남우수사 원균이 군관을 보내어 보고하기를 “경상좌도에 있는 왜적 300여 명을 베어 죽였다”고 한다. 정말 기쁜 일이다. 평의지(平義智 : 대마도주 宗義智·종의지)가 지금 웅천에 있다고 하는데 자세하지 않다. 유황을 불러서 암행어사(16일 자 일기에 나오는 유몽인을 말함)가 흥양에서 압수해 간 사건에 대해 물으니 아주 많은 문서들을 제멋대로 가져갔다고 했다. 놀라운 일이다. 또 격군에 대한 일을 들으니 아전들의 잔학한 짓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군령을 내려 모집에 불응한 군사 144명을 붙잡아 오라고 하고 또 흥양현감을 독촉하여 전령을 보내도록 했다.

* 이순신은 평소 원균의 하는 일에 대해 대체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하나에서 열까지 원균의 행동이라면 무조건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이날처럼 그가 나라를 위해 잘한 일이 있으면 칭찬하며 기뻐했다. 단지 그런 일이 참 드물었을 뿐이다.

1월25일[3얼16일]

흐리다가 저녁나절에 맑아졌다. 송두남, 이상록 등이 새로 만든 배를 가지고 오려고 사부와 격군 132명을 인솔해 갔다. 아침에 우수영의 우후가 와서 아침을 함께하고 늦게는 활을 쏘았다. 우우후가 여도만호와 활쏘기 시합을 했는데 여도만호가 7푼을 이겼다. 나만 활을 10순을 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20순을 쏘았다. 저녁에 종 허산이 술병을 훔쳐내다가 붙잡혔기에 곤장을 때렸다.

1월26일[3월17일] 맑음.

아침에 활터 정자로 올라가서 순천부사(권준)의 기일 어긴 죄를 신문하고 공문을 작성하였다. 이어 활 10순을 쏘았다. 포로로 잡혔다가 도망해 온 사람은 진주 여인 1명과 고성 여인 1명 그리고 서울 사람 2명인데 서울 사람은 정창연과 김명원의 종이라고 한다. 또 왜인 1명이 스스로 투항해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1월27일[3월18일] 맑음.

새벽에 배 만들 목재를 끌어올 일로 우후(이몽구)가 나갔다. 새벽에 변유헌과 이경복이 들어왔다고 했다. 아침에 충청수사(구사직. 정걸의 후임임)의 편지가 오고 어머니의 편지와 아우 여필의 편지도 왔는데,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했다. 다행이다. 다만 횃불 든 강도들이 동문 밖 해운대(여수시 동북쪽에 있음)에 나타나고 미평(여수시 미평동)에도 들었다고 한다. 매우 놀랄 일이다. 늦게 미조항 첨사와 순천이 함께 왔다. 아침에 소지(신청서)와 그 밖의 공문들을 처결해 내려보내고 스스로 투항해 온 왜인 1명을 신문하고 공술을 받았다. 원수사의 군관 양밀이 제주판관(양집)의 편지와 말안장과 해산물 귤 감자 등을 가져왔기에 해산물과 과일 등은 바로 어머니께 보내드렸다. 저녁에 녹도(송여종)가 복병한 곳에 왜적 5명이 나타나 함부로 총질을 하고 다니는 것을 한 놈은 활을 쏘아 목을 베고 나머지 놈들은 화살을 맞고는 도주해 버렸다. 저물 녘에 소비포 권관이 왔다. 우후가 배 만들 목재를 싣고 왔다.

1월28일[3월19일] 맑음.

아침에 우후가 와서 봤다. 종사관(정경달)에게 보낼 조목과 공문을 작성하여 강진 영리(營吏)에게 주어 보냈다. 늦게 원식이 서울로 간다며 작별하러 왔기에 술을 대접하여 보냈다. 경상우후(이의득)가 보고하기를 “명나라 총병 유정이 남원을 떠나 이달 25일, 26일 사이에 서울로 돌아갔다”고 하며 또 “위무사(장병을 위로하러 파견된 관리) 홍문교리 권협이 경상도내를 모두 순시한 뒤에 수군영에도 들어올 것이라 한다”고 했다. 또 “도적 송유진과 연좌된 이산겸 등을 잡아 가두었고, 도적떼 90여 명이 아산 온양 등지의 관리들을 붙들어 가두고 함부로 횡행하다가 모두 붙잡히어 목이 잘렸다”고 한다. 또 “호익장(김덕령)은 근일 중에 들어올 것이다”고 했다. 저물녘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여 밤이 새도록 내리는데 빗소리가 자못 쓸쓸하다. 전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1월29일[3월20일]

비가 온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왔다. 새벽에 모든 배들이 폭우에도 불구하고 아무 탈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몸이 불편하여 저녁 내내 누워서 신음하는데 큰 바람 센 파도가 거세게 요동을 치니 마음이 몹시도 괴롭다. 미조항청사(김승룡)가 배를 꾸밀 일로 돌아갔다.

1월30일[3월21일]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불다가 저녁나절에는 개이고 바람도 잠잠해졌다. 순천부사, 우수사우후, 강진현감(유해)이 왔다. 미조항첨사가 돌아간다 하므로 그 편에 앞서 붙잡아 온 평산포 도망병 3명을 딸려 보냈다. 어제에 이어 몸이 몹시 불편했다. 군관과 장수들은 활을 쏘았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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