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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한 말에 넘어간 암행어사, 탐관 악행 덮고 포상하다니…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8> 갑오년(1594년) 2월 13일~ 3월 4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8-06 19:20:3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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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없는 관리는 벌하니 비통하다
- 적선 8척 치려는 경상우수사
- 더 모이면 일망타진하자고 설득
- 당항포 왜선 출몰에 급습 명령
- 적들 줄행랑에 17척 배 불태워

2월13일[4월3일]

맑고 따뜻하다. 아침에 영의정에게 회답편지를 썼다. 식사를 한 뒤에 선전관(송경령)과 다시 이야기하고 늦게야 작별을 하고서는 종일 배에 머물렀다. 오후 4시쯤에 소비포만호(이영남), 사량만호(이여념), 영등포만호가 왔다. 오후 6시쯤에 적도를 출항하여 한산도로 돌아올 때, 경상우수사의 군관 제홍록이 삼봉(고성군 삼산면 삼봉리)에서 와서 말하기를, “적선 8척이 들어와 춘원포에 정박하였으므로 지금 당장 들이칠 만하다”고 했다. 그래서 곧 나대용을 경상우수사(원균)에게 보내어 “그 일은 서로 의논한 뒤에 하자”고 하면서 동시에 “작은 이익을 보고 들이치다가 큰 공을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으니, 아직 가만히 두었다가 적선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을 기다려 무찌르자”고 전했다. 미조항첨사, 순천부사, 조방장이 왔다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갔다. 박영남과 송덕일도 돌아갔다.
충남 아산 현충사의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에 전시된 천자총통. 임진왜란 때 우리 수군이 쓴 화포 가운데 가장 컸다.
2월14일[4월4일]

맑고 따뜻하며 바람도 온화했다. 경상도의 남해 하동 사천 고성 등지로 송희립 변존서 유황 노윤발 등을, 전라우도로 변유헌 나대용 등을 각각 점검하라고 내려 보냈다. 저물어 방답첨사와 첨지 배경남이 본영에서 군량미 20섬을 실어 왔다. 정종(의사이고, 아들 염의 병을 고쳐준 사람이다)과 배춘복도 왔다. 장언춘을 천민에서 면하게 하는 공문을 만들어 주었다. 흥양현감이 들어왔다.

2월15일[4월5일] 맑음.

새벽에 거북배 2척과 보성의 배 1척을 벌목장에 가서 멍에에 쓸 나무(駕木)를 가져 오라고 보냈더니 밤 들기 전에 실어가지고 왔다. 식후에 활터 정자로 올라가서 좌조방장의 늦게 온 죄를 심문했다. 흥양 배를 검열해 보니 허술한 점이 많았다. 순천부사, 우조방장, 우수사의 우후, 발포만호, 여도만호, 강진현감 등이 와서 활을 쏘았다. 날이 저물어 순찰사(이정암)의 공문이 왔다. 공문은, “조도어사 박홍로가 순천 광양 두치 등지의 복병·파수 보는 일에 관해(전라도 연해의 여러 수령들이 복병·파수 보는 일로 바다에 나가 있느라 일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임) 장계를 올렸더니, 그 회답으로서 해당 수군의 수령 중 적임이 못 되는 사람들을 딴 데로 옮기라는 대답이 내려오고 그에 관한 서류도 도착했다”는 내용이다.

2월16일[4월6일] 맑음.

아침에 흥양현감과 순천부사가 왔다. 흥양현감이 가져온 암행어사 유몽인의 장계 초본을 보았다. 유몽인 어사는, 임실현감 이몽상, 무장현감 이충길, 영암군수 김성헌, 낙안군수 신호를 파면하여 내보내자 하고, 순천부사에게는 탐관오리의 으뜸으로 혐의를 씌웠으며, 반면 담양부사(이경로), 진원현감(조공근), 나주목사(이용순), 장성(이귀), 창평현령(백유항) 등의 수령에게는 악행은 덮어주고 포상하도록 상신했다. 임금을 속임이 여기까지 이르니. 나랏일이 이러고서야 전란이 평정될 리 만무하다. 우러러 탄식할 뿐이다. 거기에다 수군 가족에 대해 대충(代充) 징발하는 일과 네 장정 중에 두 장정은 전쟁에 나가야 한다는 일을 심히 비난하였다. 암행어사 유몽인은 나라의 위급함은 생각하지도 않고 눈앞의 일만 탈 없이 꾸며 편할 것만 도모하고 남쪽지방의 일부 종작없는 말만 치우쳐 듣고 앉았으니 나라를 그르치는 교활하고 간사한 말이 진회가 악비에게 저질렀던 것(남송이 금나라의 침략을 받았을 때 진회가 간사한 말로 악비를 죽게 한 뒤 굴욕적인 화의를 체결한 일)과 다를 바가 없다. 나라를 위한 아픈 마음이 더욱 심하다. 저녁나절에 서둘러 활터 정자로 올라가 순천 부사, 흥양현감, 우조방장, 우수사의 우후, 사도첨사, 발포만호, 여도만호, 녹도만호, 강진현감, 광양현감 등과 더불어 활 12순을 쏘았다. 순천 감목관이 진중에 왔다가 돌아갔다. 우수사가 당포에 도착했다고 한다.

* 유몽인을 꾸짖는 이날 일기를 읽다 보면 이순신의 공직자관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마음이 상하는 날에는 자주 활터로 나가 활을 쏨으로써 스스로를 달랬다.

2월17일[4월7일] 맑음.

따뜻하기가 초여름 같다. 아침나절 지휘선을 연기에 그을리기 위해 배에서 내려 활터 정자로 올라갔다. 거기서 각 곳의 공문을 처결해 보냈다. 오전 10시께에 우수사가 들어왔다. 거느라고 온 전선이 겨우 20척이니 한심하다. 우수사는 1월 25일에 우수영 군사들을 인솔해 오기로 했는데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오늘에야 온 것이다. 그래서 우수사의 행수군관 정홍수와 도훈도를 군령에 의해 곤장 90대를 때렸다. 이홍명과 임희진의 손자가 왔는데 대나무로 총통을 만들어 왔기에 시험으로 쏘아보니 소리는 나는 듯하나 별로 쓰일 데가 없었다. 우습다. 순천부사, 우조방장이 와서 활 5순을 쏘았다.

2월18일[4월8일] 맑음.

아침에 배첨지가 오고 가리포첨사 이응표가 왔다. 식후 활터 정자로 올라가 해남현감 위대기의 명령을 거역한 죄를 처벌했다. 전라우도의 여러 장수들의 신고를 받고 임무를 부여한 뒤에 활 두어 순을 쏘았다. 오후에 우수사가 왔건만 때마침 원 수사와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못했다. 초저녁부터 내리던 가랑비가 밤이 새도록 내렸다.

2월19일[4월9일]

가랑비가 종일 오나 날씨는 찌는 듯했다. 활터 정자에 올라가 한참 동안 혼자 앉아 있는데, 우조방장과 순천부사가 오고 이홍명도 왔다. 손충갑도 왔기에 불러들여 적을 토벌하던 일을 물어보았는데 강개함을 이길 길이 없었다. 종일 이야기하다 저물녘에 숙소로 내려왔다. 변존서가 본영으로 갔다.

2월20일[4월10일]

안개비가 걷히지 않다가 오전 10시께 맑게 갰다. 몸이 불편하여 종일 나가지 못하고 우조방장과 배첨지를 불러 이야기했다. 아들 울이 우영공(이억기)의 배에 갔다가 몹시 취해서 돌아왔다.

2월21일[4월11일]

맑고 따뜻했다. 몸이 불편하여 종일 신음했다. 순천부사(권준)와 우조방장(어영담)이 와서 “견내량에 복병한 곳을 살펴보고 오겠다”고 했다. 청주 의병장 이봉(李逢)이 순변사(이빈)가 있는 곳으로부터 와서 육지의 사정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이봉은 청주사람으로 용맹스련 남자다. 해 질 녘에 돌아갔다. 오후 6시쯤에 벽방의 망보는 장수(제한국, 원균의 군관임)가 와서 구화역(통영시 광도면 노산리) 앞바다에 왜선 8척이 줄지어 대었다고 한다. 그래서 삼도수군에 전령하여 배를 풀어 진격하기로 약속(지시)하고 제홍록이 와서 보고하기를 기다렸다.

2월22일[4월12일]

날이 거의 샐 때쯤 해서 제홍록이 와서 보고하는데, “왜선 열 척은 구화역에 도착했고, 여섯 척은 춘원포에 도착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날이 새어 추격할 시각이 아니라서 다시 망을 보며 정찰하라고 일러 보냈다.

…(2월 23일부터 2월27일까지는 일기가 빠지고 없음)…

2월28일[4월18일] 맑음.

아침에 활터 정자에 올라가 종사관(정경달)과 종일 이야기했다. 장흥부사(황세득, 그 부인이 이순신 부인 방씨의 사촌언니다)가 들어왔다. 우수사가 그 수하장수인 장흥부사를 처벌했다.

※ 이순신은 이억기에게 기한(1월 25일)을 정해 전 전선을 이끌고 모이라고 명령했고, 이를 위해 이억기는 황세득에게 1월 20일 내에 우수영에 모이라고 명령했으나 황세득이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응당 이순신은 이억기를 처벌해야 했으나, 이억기의 행수군관 등을 처벌함으로써(2월 17일 일기 참조) 이억기의 체면을 세워주었지만 황세득은 이억기가 대신 처벌해야 했다.

2월29일[4월19일]

종사관과 아침을 함께 하고 또 작별술을 마시며 종일 이야기하였다. 장흥부사도 함께했다. 벽방의 망보는 장수 제한국의 긴급보고에, “적선 16척이 소소포로 들어왔다”고 하므로 이를 각 도 수군에 알리도록 전령했다.

▶갑오년(1594년) 3월

이달 초순 당항포, 진해만으로 출몰하는 왜적을 응징키 위해 3도 수군이 출동해 왜적선 31척을 격침하는 전과를 거둔다(제2차 당항포 승첩). 그러나 전투 도중 명나라 담종인의 금토패문을 받고 이순신은 싸움을 멈추고 한산진으로 돌아와야 했다. 분함을 참아내느라 이순신은 물경 20일 가까이 열병을 앓고 생명이 위독해지기도 한다. 충청수군도 옴으로써 삼도 수군이 한산진으로 거의 다 모였다.

3월1일[4월20일] 맑음.

망궐례를 드리고 나서 그대로 활터 정자(射亭)로 올라가 검모포만호를 신문한 뒤 만호는 곤장치고, 도훈도는 처형했다. 종사관(정경달)이 돌아갔다. 막 어두워질 무렵 출항하려는데, 제한국이 달려와 “왜선이 이미 다 도망가 버렸다”고 하므로 가려던 것을 멈췄다. 초저녁에 장흥의 2호선에 불이 나 다 타버렸다.

3월2일[4월21일] 맑음.

아침에 방답, 순천, 우조방장이 왔다. 늦게 활터 정자에 올라가 좌조방장, 우조방장, 순천, 방답과 활을 쏘았다. 느지막에 장흥이 와서 이야기했다. 초저녁에 강진의 둔(屯·짚으로 만든 거적 같은 것)을 쌓아 둔 곳에 불이 나 땔감이 다 타버렸다.

3월3일[4월22일] 맑음.

아침에 임금께 전문을 올려보내고, 그대로 활터 정자에 앉았다. 경상우후 이의득이 와서 말하기를, 수군을 많이 징발해 오지 못한 일 때문에 그의 수사(원균)에게서 매를 맞고, 또 발바닥까지 맞을 뻔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늦게 순천, 좌조방장, 우조방장, 방답, 가리포, 좌수사 우후, 우수사 우후 등과 함께 활을 쏘았다. 오후 6시쯤에 벽방 망장(제한국)이 보고하되, 왜선 6척이 들어와 오리량(창원 진동의 요장리 부근)과 당항포 근처에 나누어 정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곧 배를 집합시키라고 전령하여, 수군의 대군은 모여 흉도(거제 사등면 오량리의 고개도) 앞바다에 진을 치게 하고 정예선 30척은 우조방장(어영담)이 거느리고 가 적을 무찌르도록 정했다. 어둠이 깔리자 배를 움직여 지도(통영시 용남면 지도리)에 이르러 밤을 보내고 밤 2시께 출발했다.

3월4일[4월23일] 맑음.

밤 2시께 배를 띄워 진해 앞바다에 이르렀다. 그곳에 있는 왜선 6척을 쫓아가 붙잡아 불태우고, 저도(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 저도)에서 2척을 불태워 없앴다. 또 당항포의 소소강(고성 마암면 두호리를 흐르는 하천으로 당항포로 들어온다)에 14척이 들어와 대었다고 하므로 조방장(어영담)과 경상우수사 (원균)에게 나가 토벌하도록 전령한 후 나는 고성땅 아자음포(阿自音浦 : 고성군 동해면 양촌리)에서 진을 치고 밤을 지냈다.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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