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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 치지 말라니…몸져눕고도 분통 터져 明에 직접 항의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9> 갑오년(1594년) 3월 5~30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8-13 19:18:2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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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는 휴전할테니 모두 귀향하라”
- 명나라 관리가 보내온 금토패문
- “돌아갈 고향 어딨나” 답서 보내
- 한 달간 이어진 병환에 기력쇠퇴
- 징집 늦은 죄로 충청수군 문책도

아산 현충사에서 만난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 전함 모형. 오른쪽이 왜군 전함이다. 갑오년 3월 일기에 조선 수군이 왜군 전함을 쳐부순 내용이 나온다.
3월5일[4월24일]

겸사복(윤붕)을 당항포로 보내어 적선을 얼마나 쳐부수고 불태웠는지를 탐문케 하였다. 우조방장 어영담의 급보에는 “적들이 우리 군사들의 위엄을 겁내어 밤을 틈타 도망쳐서 빈 배 17척만 남김없이 불태워 버렸다”고 했고, 경상우수사(원균)의 급보도 같은 내용이었다.

우수사가 만나러 왔다가 비가 몹시 쏟아지고 바람도 세차게 불자 곧바로 되돌아갔다. 이날 아침 육지의 순변사(이빈)에게도 토벌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냈다. 우조방장, 순천, 방답, 배첨사 등이 와서 이야기하는 중에 경상우수사 원균도 배에 이르렀다. 여러 고을 수령들은 대장(代將·대리장수)을 남겨두고 각자 제 고을로 돌아갔다. 이날 저녁에 광양의 새로 만든 배가 들어왔다.

3월6일[4월25일] 맑음.

날이 새자 탐망군이 왜적선 40여 척이 청슬(거제 사등면 지석리)로 건너온다고 했다. 이어 당항포의 적선 21척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는 긴급보고가 왔다. 다시 적을 찾아 거제로 향하는데 역풍이 거슬러 불었다. 간신히 흉도에 도착하니 남해현령이 보고하되, “명나라 군사 2명과 왜놈 8명이 패문을 가지고 왔기에 그 패문과 명나라 군사 2명을 올려 보낸다”고 했다. 그 패문을 가져다 보니, 명나라 도사 담종인(당시 그는 왜군의 웅천 진영에 억류된 채로 강화교섭을 벌이고 있었다)이 보낸 “적을 치지 말라”는 금토패문(禁討牌文)이었다. 나는 말 같지도 않는 글에 울화가 치밀어 몸이 몹시 괴로웠고 앉고 눕기조차 불편했다. 저녁에 우수사(이억기)와 함께 명나라 군사를 면접하고 보냈다.

3월7일[4월26일] 맑음.

몸이 죽는가 싶도록 불편했고 꼼짝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패문에 대한 답서를 지어오라고 하였더니, 지어 놓은 글 꼴이 말이 아니다. 또 경상우수사 원균이 손의갑을 시켜 작성케 한 것마저 매우 못마땅했다. 나는 병을 무릅쓰고 억지로 일어나 앉아 글을 짓고, 그것을 정사립에게 써서 보내게 했다. 오후 2시쯤에 출항하여 한산도 진중으로 돌아왔다.

*담종인이 보낸 패문의 요지는 “일본 제장들이 휴전하고 쉬기를 원하니 너희들은 빨리 제각각 제 고장으로 돌아갈 것이며 일본 영채에 접근하여 트집을 잡지 말고 화의 진행에 분란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순신은 “왜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거제, 웅천 등지가 모두 다 우리 국토인데 우리더러 일본 영채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은 무슨 말이며, 우리더러 어서 제 고장으로 돌아가라 하나 돌아갈 제 고장이란 어디 있는 곳인지 알 수 없습니다”고 항의했다.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았겠는가.



3월8일[4월27일] 맑음.

병세는 별로 차도가 없다. 기운이 더욱 축이 나서 종일 앓았다.

3월9일[4월28일] 맑음.

기운이 좀 나은 듯하므로 따뜻한 방으로 옮겨 누웠다. 아프긴 해도 다른 증세는 없었다.

3월10일[4월29일] 맑음.

병세는 차츰 나아지는 것 같은데 열기가 치올라 그저 찬 것만 마시고 싶은 생각뿐이다. 저녁때 비가 시작해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다.

3월11일[4월30일]

종일 큰비가 오다가 어두울 녘에 갰다. 병세가 아주 많이 나아졌고 열도 또한 내리니 참으로 다행이다.

3월12일[5월1일]

맑으나 바람이 세게 불었다. 몸이 아직도 몹시 불편하지만. 영의정(류성룡)에게 편지를 썼고, 장계도 바로 쓰기(正書) 를 마쳤다.

3월13일[5월2일] 맑음

병은 차츰 차도가 나아진 것 같으나, 기력이 매우 쇠하였다. 아들 회와 송두남을 내어 보냈다. 아침에 장계를 봉해 올렸다가 오후에 원수사가 와서 자기의 잘못을 고백하므로, 장계를 도로 가져다가 원사진 이응원 등이 가왜(假倭, 우리나라 사람으로 왜인 노릇을 한 자)의 목을 베고는 왜적의 목을 벤 것처럼 거짓으로 올려 바친 일을 바로 고쳐서 보냈다.

3월14일[5월3일] 비

병은 나은듯하지만, 머리가 무겁고 기분이 좋지 않다. 저녁에 광양현감, 강진현감, 배첨지가 함께 떠났다. 듣자하니 충청수사(구사직)가 이미 신장(순천만 신장바다)에 왔다고 한다. 종일 몸이 불편했다.

3월15일[5월4일]

비는 그쳤으나 바람이 세게 불었다. 미조항첨사가 돌아갔다. 종일 끙끙 앓았다.

3월16일[5월5일] 맑음.

몸이 몹시 불편하다. 우수사가 와서 봤다. 충청수사가 전선 9척을 거느리고 진에 이르렀다.

* 충청수사로 하여금 원래 2월 5일까지 충청수군을 이끌고 한산진으로 오도록 했으나, 전투가 끝난 이 날에야 도착한 것이다. 이 일로 다음달 13일 일기를 보면, 구사직 수사가 체포되고, 이달 30일 일기를 보면, 이순신은 충청수군의 기한 어긴 죄를 물어 책임군관과 도훈도를 처벌한다. 당시 전선과 수군을 징집하는 일은 각 고을 수령들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고 그것은 충청수군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군법이 지엄하니 처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3월17일[5월6일] 맑음.

몸이 개운하게 회복되지 않는다. 변유헌은 본영으로 돌아가고 순천부사도 돌아갔다. 해남현감(위대기)은 새 현감과 교대하는 일로 나가고, 황득중 등은 복병에 관한 일로 거제도로 들어갔다. 탐후선이 들어왔다.

3월18일[5월7일] 맑음.

몸이 몹시 불편하다. 남해현령, 소비포권관, 적량만호, 보성군수가 와서 봤다. 남해현령 기효근은 곡식을 파종해야 한다며 남해로 돌아갔다. 보성군수 안홍국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돌아갔다. 낙안의 유위장과 향소(지방수령을 보좌하는 유향소의 관리) 등을 잡아 가두었다.

3월19일[5월8일] 맑음.

몸이 불편하여 종일 끙끙 앓았다.

3월20일[5월9일] 맑음.

몸이 불편하다.

3월21일[5월10일] 맑음.

몸이 불편하다. 녹명관(과거보러 오는 사람의 명단을 작성하는 관리)으로 여도만호, 남도포만호, 소비포권관을 뽑았다.

3월22일[5월11일] 맑음.

몸이 약간 나아진 것 같다. 원수에게 보낸 공문(이 공문에서 이순신은 금토패문에 회답한 사실을 보고하고 담종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물었다)에 대한 회신이 왔는데, “명나라 지휘 담종인의 자문(중국과 왕래하던 문서)과 왜장의 서계(일본과 왕래하던 문서)를 조파총이 가지고 간다”고 하였다.

3월23일[5월12일] 맑음.

기운이 없고 여전히 불편하다. 방답, 흥양, 조방장이 와서 봤다. 견내량이 미역 53동(1동은 10가닥)을 캐어왔다. 발포도 와서 만났다.

3월24일[5월13일] 맑음.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미역 60동을 캐 왔다. 정사립이 왜놈의 머리를 베어 가지고 왔다.

3월25일[5월14일] 맑음.

흥양현감과 보성군수가 나갔다. 왜의 포로가 되었다가 왜의 진중에서 담종인의 패문을 가지고 왔던 아이는 (우리나라 백성이기 때문에) 왜군 진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흥양현감에게 딸려 보냈다. 늦게 활터 정자로 올라갔으나 몸이 편치 않아 일찍이 숙소로 내려왔다. 저녁에 아우 여필, 아들 회, 변존서, 신경황이 함께 왔는데 어머니가 편안하시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다만 선산이 모두 불에 탔는데, 아무도 끄지 못했다고 하니 몹시 가슴이 아프다.

3월26일[5월15일]

맑고 따뜻하기가 여름날씨 같다. 조방장과 방답첨사가 와서 만났다. 발포만호가 휴가를 받아 돌아갔다. 늦게 마량첨사, 사량만호, 사도첨사, 소비포가 함께 보러 왔다. 경상우후와 영등포만호도 왔다가 창신도(창선)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3월27일[5월16일] 흐림.

우수사가 와서 만났다. 몸이 좀 나은 것 같다. 저녁 8시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카 봉이 저녁에 몸이 몹시 아프다고 했다.

3월28일[5월17일] 비

조카 봉의 병세가 더 악화되었다 하니 몹시도 걱정이 된다.

3월29일[5월18일] 맑음.

탐후선이 들어와서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고 하였다. 웅천 하동 소비포 등이 와서 봤고, 장흥 방답도 보러 왔다. 저녁에 봉을 여필에 딸려 보냈다. 봉이 몹시 아픈 채로 돌아간 것이라 밤새내내 걱정이 되었다. 저물녘에 방충서와 조서방의 사위 김함이 왔다.

3월30일[5월19일] 맑음.

식후에 활터 정자(射亭)로 올라가 충청도 군관과 도훈도, 낙안의 유위장과 도병방 등을 처벌했다. 삼가현감 고상안이 보러 왔기에 만나보고 저녁에 숙소로 내려왔다.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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