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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심한 한산도에 쏟아진 비 “하늘이 백성 살리려는 뜻”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22> 갑오년(1594년) 5월 28일~6월 29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  |   입력 : 2023-09-03 18:52:2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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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는 더위 탓 농사걱정 자주 등장
- 류성룡엔 “나라근심 제일 많은 분”
- 원수의 사사로운 일 처리에 한탄
- 군기확립·가족사랑 등 일상 지속

5월28일[7월15일]

날이 잠시 들었다(날이 잠시 개었다). 사도와 여도가 와서 활을 쏘겠다고 해서 우수사 충청수사를 청해 와서 같이 활을 쏘고, 술을 마시며 종일 이야기하다 헤어졌다. 광양 4호선을 점검했다.

5월29일[7월16일]

아침에 비가 오다가 저녁 나절에 개였다. 장모의 제삿날이라 공무 보지 않았다. 저녁에 진도군수가 돌아간다고 했다. 웅천현감 거제현령 적량만호가 와서 만나고 돌아갔다. 저물 무렵 정사립이 “남해 사람이 배를 가지고 와서 순천 격군을 태우고 나간다”고 보고하기에 그들을 모두 붙잡아 와 가두었다.

5월30일[7월17일]

흐리되 비는 오지 않았다. 항복한 왜인들을 도망하도록 꾄 광양 1호선 군사와 경상도 보자기 3명을 처벌했다. 경상우후가 와서 봤고, 충청수사도 왔다.
아산 현충사에 전시된 ‘충무공 장검’. 삼척서천(三尺誓天) 산하동색(山河動色) 일휘소탕(一揮掃蕩) 혈염산하(血染山河) 글씨가 새겨졌다.
▶갑오년(1594년) 6월

강화를 핑계로 전쟁이 길어지자 군기 해이, 식량 부족이 점점 심해지고 전염병마저 창궐하니 군사와 군량 확보에 무진 애를 쓴다. 한산도에도 둔전을 시작해 무도 많이 심는다. 활 쏘고, 장수를 만나 의논하고, 군기 확립하고, 변함 없는 가족애로 살아가는 일상은 이달에도 지속된다.

6월1일[7월18일] 맑음.

아침에 배 첨사(배경남)와 함께 밥을 먹었다. 충청수사(李純信)가 와서 이야기했다. 늦게 활을 쏘았다.

6월2일[7월19일] 맑음.

아침에 배 첨사와 함께 밥을 먹었다. 충청수사도 왔다. 늦게 우수사의 진으로 갔더니 강진현감이 술을 내놓았다. 활 두어 순을 쏘자 원 수사가 와서 또 허튼소리를 해댔다. 나는 몸이 불편하여 바로 돌아와 누워서 충청수사와 배경남이 내기 바둑 두는 것을 구경했다.

6월3일[7월20일]

초복이다. 아침에 맑더니 오후에는 소나기가 퍼부어 그치지 않았다. 바닷물 또한 흐려지니 근래에 드문 일이다. 충청수사, 배 첨사가 와서 또 내기 바둑을 뒀다.

6월4일[7월21일] 맑음.

충청수사, 미조항첨사 및 웅천현감이 와서 만나고 바로 종정도를 겨루게 했다. 저녁에 겸사복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왔다. “수군의 여러 장수들 간에 또 경주의 여러 장수 간에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후로는 이런 버릇들을 고쳐라”는 것이었다. 이는 원균이 군의 지휘계통을 허물어뜨리며 망령되이 굴었기 때문이니 땅이 꺼지도록 나오는 장탄식을 어찌 말로 다하랴.

6월5일[7월22일] 맑음.

충청수사가 와서 이야기했다. 사도첨사 여도만호 녹도만호가 와서 함께 활을 쏘았다. 밤 열 시쯤에 급창(관청의 섬돌에 서서 명령을 큰소리로 전달하는 일을 하는 종) 금산과 그 처자 등 세 명이 전염병으로 죽었다. 3년이나 눈앞에 두고 미덥게 부리던 사람들인데 하루저녁에 죽어 가다니 참담하다. 오늘 무밭을 갈았다. 송희립이 군량을 독촉하기 위해 낙안 흥양 보성으로 나갔다.

6월6일[7월23일] 맑음.

충청수사 여도만호와 함께 활 15순을 쏘았다. 경상우우후가 와서 만났다. 소낙비가 잠깐 내렸다.

6월7일[7월24일] 맑음.

충청수사와 배첨사가 와서 이야기했다. 남해 군관과 담당 아전의 죄를 처벌했다. 송덕일이 돌아와서 임금의 분부가 들어 온다고 했다. 오늘 무 씨 2되 5홉을 파종했다.

6월8일[7월25일] 맑음.

더위가 찌는 듯하다. 충청수사, 우우후와 같이 활 20순을 쏘았다. 저녁에 종 한경이 들어와서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한다. 기쁘고 다행이다. 미조항첨사는 돌아간다고 했다. 회령포만호가 진에 왔다. 군공(軍功)에 따라 상과 벼슬을 내려주는 관교(官敎:사령장)도 왔다.

6월9일[7월26일] 맑음.

충청수사, 우우후가 와서 활을 쏘았다. 우수사가 와서 함께 이야기했다. 밤 늦게 해(海)가 부는 피리소리와 영수가 타는 거문고 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이야기하다 돌아갔다.

6월10일[7월27일] 맑음.

더위가 찌는 듯하다. 활 5순을 쏘았다.

6월11일[7월28일] 맑음.

더위가 쇠라도 녹일 것 같다. 아침에 아들 울이 본영(여수)으로 떠났다. 섭섭한 마음에 홀로 빈집에 앉았으니 정회를 걷잡을 수 없고, 불시에 바람마저 사나워지니 걱정이 한층 심하다. 저녁나절에 충청수사가 와서 활을 쏘고 그대로 저녁밥을 함께 먹으며 달빛 아래 같이 앉아 이야기했다. 오늘따라 들려오는 피리 소리가 참 처량했다.

※이순신의 이런 감성이 한산도가 등 수많은 명시(名詩)를 낳았다.

6월12일[7월29일]

바람이 크게 불었으나 비는 안 왔다. 가뭄이 너무 심하니 농사가 걱정이다. 이날 어두울 무렵 본영 배에서 일하는 격군 7명이 달아났다.

6월13일[7월30일]

바람이 몹시 불고 더위는 찌는 듯하다.

6월14일[7월31일]

더위와 가뭄이 너무 심하여 바다의 섬(한산도) 전체가 찌는 것 같으니 농사지을 일이 아주 걱정된다. 충청수사 사도첨사 여도만호 녹도만호와 함께 활 20순을 쏘았는데 충청수사가 아주 잘 맞혔다. 이날 경상수사는 활 잘 쏘는 군관들을 거느리고 우수사가 있는 곳에 갔다가 크게 지고 돌아 갔다고 한다.

6월15일[8월1일]

맑더니 오후에 비가 내렸다. 신경황이 영의정(류성룡)의 편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라를 이 분(류성룡)보다 더 근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사 윤우신이 죽었다니 슬픈 회포를 금할 길이 없었다. 순천부사 보성군수가 달려와 보고하는데 “명나라 총병관 장홍유가 호선(號船, 소형 신호선)을 타고 100여 명을 거느리고 바닷길을 거쳐 벌써 진도 벽파정에 이르렀다”고 했다. 날짜로 따지자면 오늘 내일 중에 진에 도착해야 할 것인데 닷새째가 되어도 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강풍으로 배를 마음대로 부리지 못한 탓일 것이다. 이날 밤 소나기가 흡족히 내렸으니 어찌 하늘이 백성을 살리려는 뜻이 아니겠는가. 아들 울의 편지가 왔는데 잘 돌아갔다고 했다. 또 아내의 언문(한글)편지에는 아들 면이 더위를 먹어 앓는다고 했다. 괴롭고 답답하다.

6월16일[8월2일]

아침에는 비가 오더니 저녁에는 개었다. 충청수사와 함께 활을 쏘았다.

6월17일[8월3일] 맑음.

우수사 충청수사가 와서 이야기했다. 탐후선이 들어왔는데, 어머니는 평안하시나 아들 면은 아주 많이 아프다고 하였다. 아주 걱정이 된다.

6월18일[8월4일] 맑음.

원수의 군관 조추년이 전령을 가지고 왔다. 원수가 두치에 이르러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는 “광양현감이 수군 중에서 복병을 뽑을 적에 사사로운 정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였다”며 군관 배응록을 보내 그 시말을 묻는다 했다. 놀랄 일이다. 원수가 그 서(庶) 처남 조대항의 말만 듣고서 이렇게 사사로운 감정으로 처사를 하니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이날 경상우수사가 청했으나 가지 않았다.

6월19일[8월5일] 맑음.

원수의 군관과 배응록이 원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변존서 윤사공 하천수 등이 들어왔다. 충청수사가 보러 왔다가 그 어머니 병환 때문에 곧 그의 사처로 돌아갔다.

6월20일[8월6일] 맑음.

충청수사가 보러 와서 활을 쏘았다. 박치공이 와서 서울로 간다고 말했다. 마량첨사도 왔다. 본포(영등포)에 머물며 기한을 늦추고 있었던 영등포만호(조계종)의 죄를 다스렸다. 탐후선을 타고 갔던 이인원이 들어 왔다.

6월21일[8월7일] 맑음.

충청수사가 와서 활을 쏘았다. 마량첨사가 보러 와 명나라 장수(장흥유)가 지난번에 바닷길로 벽파정에 이르렀다고 한 것은 잘못 전한 것이라고 한다.

6월22일[8월8일] 맑음.

할머님의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러 나가지 않았다. 오늘 삼복 더위가 전보다 훨씬 더하여 온 섬이 찌는 것 같아 사람이 견디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다시 몸이 불편해서 두끼나 밥을 먹지 아니했다. 오후 8시께 소나기가 쏟아졌다.

6월23일[8월9일] 맑음.

늦게 소나기가 쏟아졌다. 순천부사, 충청수사, 우우후, 가리포 첨사가 함께 왔기에 만나 보았다. 우후(이몽구)가 군량 독촉을 위해 나갔다. 견내량에서 사로잡아 온 왜인에게 왜적의 동태를 신문하고 또 무엇을 잘하는지 물었더니 염초를 굽는 일과 총쏘기를 다 잘 한다고 했다.

6월24일[8월10일] 맑음.

순천부사 충청수사가 왔다. 활 20순을 쏘았다

6월25일[8월11일] 맑음.

충청수사와 함께 활 10순을 쏘았다. 이여념도 와서 활을 쏘았다. 종사관(정경달)을 수행하는 아전이 조도어사의 말이 들어있는 서찰을 가지고 왔는데, 조도어사가 하는 말이 매우 놀랍다. (조도어사가 이순신에게 많은 봉물을 바치라고 억지를 쓴 듯하다.) 부채만을 봉하여 보냈다.

6월26일[8월12일] 맑음.

충청수사 순천부사 사도첨사 여도만호 고성현령 등이 활을 쏘았다. 아침에 김양간을 시켜 단오(端午)의 진상물품을 올려보냈다. 마량첨사와 영등포만호가 와서 조금 있다 곧바로 되돌아 갔다.

※수사(水使)들은 매년 정해진 명절마다 임금이 요구하는 일정 봉물을 올리는 것이 그 주요 임무 중 하나다.

6월27일[8월13일] 맑음.

활 15순을 쏘았다.

6월28일[8월14일] 맑음.

더위가 찌는 것 같았다. 나라 제삿날(명종의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고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진무성이 벽방의 정찰부대를 둘러 보고 와서 “적선이 없다”고 보고했다.

6월29일[8월15일] 맑음.

순천부사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왔다. 우수사와 충청수사가 와서 같이 활을 쏘았다. 윤동구의 아버지가 보러 왔다. 아들 울이 들어왔는데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했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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