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7차례 매축으로 항만 토대…6·25땐 전세 뒤집은 후방기지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2> 부산항 이야기

  •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  |   입력 : 2023-09-10 18:43:0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영도다리 기준으로 남·북항 구분
- 남항, 수산업·조선수리업 기능
- 북항, 일제 주도 시시각각 변모


- 전쟁중엔 숨겨진 제2전선 활약
- UN군 후방기지·피란민 구호소
- 국가재건까지 부두 5기로 버텨
- 70년대 新 부두 건설로 전성기
- 대한민국 수출경제 심장 역할
- 이젠 재개발로 미래 동력 박차

#1

동산(東山)이란 산이 있었다. 옛 지도에 표기조차 안 되기도 했으니 산의 규모가 상상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랬던 동산이 19세기 말께부터 이방인들에 의해 촬영된 해안 풍경 속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그 존재를 드러냈다.
초대 부산세관장(옛 부산해관)이었던 넬슨 로버트가 촬영한 동산과 해안 풍경. 부산세관박물관 
동산의 이름은 언젠가부터 용미산으로 바뀌었다. 아마 송현산에서 용두산으로 이름이 바뀔 때 덩달아 바뀌었으리라. 동산은 일제가 부산부청을 건설하며 밀어내버렸다. 동산이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지 1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부산에 동산의 의미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 자리가 바로 부산항의 북항과 남항을 구별 짓는 구분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동산에서 뻗어나간 영도다리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영도다리를 중심으로 북(동)쪽 바다를 북항으로 남(서)쪽 바다를 남항이라 부른다. 연안여객부두 제1부두 제2부두 중앙부두 제3부두 제4부두, 제5부두와 6부두가 결합된 자성대부두 우암부두 감만부두 신선대부두로 이루어진 북항은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수출입을 책임지던 국제물류항으로서 기능을 한 뒤 십수 년 전부터 재개발(제1~6부두)이 진행되고 있다.

자갈치시장과 부산공동어시장으로 대변되는 남항은 우리나라 수산업의 보고로 기능하고 있다. 새벽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이곳의 왁자지껄함은 부산의 상징이요 힘이다. 수산시장들 건너편 영도의 대풍포 일대는 깡깡이마을이라 부르는 수리조선소들이 줄 서 있다. 이곳의 첫 조선소의 설립이 1887년으로 기록되니 목선을 짓고 배를 수리했던 남항의 기능이 136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연이어 있는 두 항구의 기능과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인다. 북항은 부산을 이끌고 갈 미래 동력이 감돌며 기운차 보이나 남항은 애잔하고도 예스러운 정겨움이 넘쳐난다,

#2
1960년대 말 부산항 배후지의 변화. 부산시

매립이 있었다지만 남항의 모습은 한 세기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반면 북항은 역동적으로 움직여 왔다. 1902년부터 7차례 매축을 통해 북항의 지형은 바뀌었다. 옛 연안부두(영도다리와 제1부두 사이) 자리에 시행된 제1, 2차 북빈매립공사의 결과로 제1부두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일제의 강압에 의한 한일병합 이전부터 일제가 항구 축조를 이리 서둘렀던 것은 부산항을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겠다는 ‘침략론’의 일환이었다.

부두 안으로 경부선 철로가 인입되어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출항한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현재 부관페리호)의 각종 물자와 사람들이 경성(서울)으로 직접 연계되며, 도쿄~부산~경성~만주로 이어지는 대륙 침략의 교두보가 구축되었다. 이어진 영선산을 착평했던 부산항착평공사(1910년~1913년)를 통해 전관거류지(용두산 일원)와 서면 일대를 연결하는 도로(중앙로)가 개설될 수 있었다.

네 번째 매축(1914년~1918년)으로 제2부두 건설과 부산진 일대의 매축이 이루어졌고, 연이은 매축(1920년~1929년)은 남항의 골격을 형성했다. 영도다리 건설(1931.10~1934.11)을 핵심으로 했던 여섯 번째 매축은 1936년까지 이어졌고, 이후 영도는 일제의 병참기지로 또한 섬이 아닌 육지로 기능하게 되었다. 마지막 매축은 태평양전쟁기에 진행되어 중앙부두와 제3, 4부두를 탄생케 했다. 이로써 부산항은 총 5기의 부두로 해방을 맞았다.

부산은 30만 도시에서 귀국동포들의 귀환으로 40만 도시가 되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100여 만으로 추산되는 피란민을 끌어안았고, 결과적으로 불과 7여 년 만에 부산은 기존 인구에 3배가 넘는 100만 도시로 성장했다. 일제 침탈과 전쟁을 연이어 겪은 당시 대한민국은 새로운 부두를 축조할 능력이나 여력을 갖지 못했다.

전쟁 후유증을 딛고 국가 재건이 이루어졌던 1970년대 중반까지 약 30년 동안 5기의 부두로 버텨냈다. 그즈음 배후지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었다. 철도시설이 부두 쪽으로 이동하며 확보된 선형의 넓은 터는 상업지역으로 변경되었고, 이러한 토지 이용 양상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 들어 수출입 물동량은 기존 부두의 용량을 크게 넘어섰다. 30여 년 만에 비로소 정부는 신 부두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제5부두와 6부두는 자성대부두로 명명되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물류부두가 되었다. 자성대부두 완공으로 부산항은 인력으로 화물을 저장·운반하던 벌크화물 시대에서 크레인과 컨테이너, 화물차가 세트로 움직이는 신 물류의 시대로 나아갔다. 연이어 제1, 2부두의 증개축과 8부두(우암부두), 감만부두, 신선대부두가 신설되며 부산항은 대한민국 수출경제 도약의 기반이 되었다.

다시 4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자성대부두도 역할을 마치고 부산신항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자성대부두는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지로 준비되고 있고, 최근 부산시는 55보급창과 8부두도 신선대부두 끝단으로 이전한 뒤 3단계 재개발에 대한 착수를 예견했다.

#3

이처럼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견인했던 부산항의 역할은 실로 대단했다. 그러나 부산항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950년 8월부터 9월까지 한국전쟁사의 기록 한 부분을 옮겨본다.

1951년 부산항의 의료선들. 부경근대사료연구원
“국군과 유엔군은 북한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마산·대구·경주 축선을 고수하며 전 국토의 10%에 불과한 부산교두보를 간신히 확보한 선에서 북한군의 전쟁 목표를 분쇄하고, 작전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것이 낙동강 방어선전투였다.” 낙동강 방어선의 구축으로 한 달 반 정도 남짓했던 기간을 버텨내었기에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할 수 있었고, 북진의 계기도 열린 것이었다.“

여기서 한국전쟁기 부산항 부두들의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엔군이 오갔던 제1부두와 주로 물자와 군수품이 들어왔던 제2~4부두의 역할이 전쟁을 대역전시킬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었다”는 역할론에 대한 것이다. 한국전쟁기 중 부산항 부두들은 유엔군의 병참기지이자 후방기지였고, 눈에 보이지 않던 전쟁을 치러냈던 제2의 전선이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1950년 10월부터 시작된 유엔 중심의 피란민 구호활동은 휴전 후 3년이 지난 1956년까지 이어졌다. 유엔민사원조사령부, 유엔한국재건단 등을 중심으로 한 총 3132명의 의료인력, 총 42개국에서 지원한 783만2604달러 상당(1950.7~1956.6 사이)의 물자 등 의료·교육·건설·물품보급 등의 구호활동이 부산항을 기점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산항은 유엔헌장의 최초 실천의 장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부산항은 전쟁을 역전시키며 대한민국을 구했고, 또한 냉전시대의 세계 평화를 지켜냈던 으뜸의 공로자였다. 따라서 부산항의 가치는 개항장이자 국제물류부두로서의 역할을 넘어, 국가 수호와 피란민 보호 그리고 60여 개 국으로 구성된 유엔군의 지원을 연결하는 인류애의 상징물로 보아야 한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어느 날, 부산항에는 이름 모를 하얀색 선박 3대가 정박해 있었다. 제1부두와 해상에 정박해 있던 그 배들은 암울했던 전쟁의 배경처럼 어두운 회색으로 물든 부산항의 한 가운데에 자리했던, 붉은 십자가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병원선들이었다. 전체 사망자(민간인 포함)만 120만에 달하며 피비린내 났던 전쟁 중에서도 부산은 평화와 치유를 얘기했던 도시였다. 국토의 끝단이자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관문에 자리한 부산과 그 중심이었던 부산항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의 현장이다.

※ 공동기획 : 국제신문, 상지건축

[부산항 변천사]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능 만점자에게 '부산대 진학' 권했다 당한 무안…기고문 화제
  2. 23년 밀린 주차위반 고지서 14억 원치 무더기 발송…진주시 '뒷북 행정'
  3. 3이낙연, 신당 창당 가속화 하나? …“이준석, 시기 되면 만나겠다”
  4. 440년 이상 노후 학교 리모델링에 5년간 8조 투자
  5. 5부산 강서구의회 지역 최초 수산물 방사능 안전 조례 제정
  6. 6사금융에 내몰린 가구…대부업서 '급전' 빌린 차주 4년 만에↑
  7. 7'과장 광고'로 수험생 현혹한 학원들…공정위 제재 확정
  8. 8윤 대통령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의 중심축"
  9. 9'UN 파견 의사인데 같이 살자' 로맨스스캠 전달책 실형
  10. 10수능 수학 1등급, 자연계열 97%… '문과침공' 거세질 듯
  1. 1이낙연, 신당 창당 가속화 하나? …“이준석, 시기 되면 만나겠다”
  2. 2윤 대통령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의 중심축"
  3. 3野 병립형 회귀 '현실론'과 맞붙은'명분론'…원심력 커지나
  4. 412월 임시국회 시작되지만…예산·청문회에 특검·국조논란 등 여야 대치 고조
  5. 5‘위안부 피해자 승소’ 판결 확정…日 상고 포기
  6. 6한미일,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 추진, 北 군사협력 금지 재확인
  7. 7[오늘의 운세]띠와 생년으로 확인하세요 (2023년 12월9일)
  8. 8경남도의회 예결위, 2024년 경남도 예산안 수정가결
  9. 9한미일, '대북 신이니셔티브' 추진
  10. 10[정가 백브리핑] 장제원 앞에서 尹에 ‘불쑥’ 송숙희 추천…사상구 미묘한 파장
  1. 1사금융에 내몰린 가구…대부업서 '급전' 빌린 차주 4년 만에↑
  2. 2'과장 광고'로 수험생 현혹한 학원들…공정위 제재 확정
  3. 3고의로 청산 미루는 재개발·재건축조합 대해 법적 처벌 가능해져
  4. 4해수부, 올해 부산항 인근에서 바다 쓰레기 1059t 건져 올려
  5. 5부산항 올해 물동량 2275만 TEU '사상 최대' 전망
  6. 6자금난 겪는 원전 기자재 기업에 '계약금 30%' 미리 준다
  7. 7연말 앞두고 맥주·소주 물가 '껑충'…올 초 이후 최고 상승
  8. 8한국중소조선협동조합, 스마트 혁신 사업 설명회
  9. 9정부 "국내 차량용 요소 비축량, 3.7→4.3개월분으로 확대"
  10. 101097회 로또 복권 1등 7명…당첨금 각 38억 6429만 원씩
  1. 1수능 만점자에게 '부산대 진학' 권했다 당한 무안…기고문 화제
  2. 23년 밀린 주차위반 고지서 14억 원치 무더기 발송…진주시 '뒷북 행정'
  3. 340년 이상 노후 학교 리모델링에 5년간 8조 투자
  4. 4부산 강서구의회 지역 최초 수산물 방사능 안전 조례 제정
  5. 5'UN 파견 의사인데 같이 살자' 로맨스스캠 전달책 실형
  6. 6수능 수학 1등급, 자연계열 97%… '문과침공' 거세질 듯
  7. 710일 부산 울산 경남 기온 따뜻한 가운데 흐린 날씨 전망
  8. 8거제 저도 북쪽 해상서 모터보트 침몰…인명피해 없어
  9. 9진주시, 취약계층에 인공지능 활용 돌봄서비스 반려로봇 보급
  10. 10지체장애에도 헌혈 300회한 공무원, 최고명예대장 수상
  1. 1두산 포수 박유연, 음주운전 적발 숨겼다 들통…구단 중징계 예상
  2. 2부산 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수원FC에 2차전 패배로 승강 불발
  3. 3수원FC 5-2 부산 아이파크…부산 1부 리그 승격 불발
  4. 4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아이파크 한걸음 남았다
  5. 5물 오른 손흥민·황희찬, 불 붙은 EPL 득점왕 경쟁
  6. 6김하성 “공갈 협박당했다” 국내 야구후배 고소 파장
  7. 7이정후·김하성, 빅리그 한솥밥 가능성
  8. 8이소미, LPGA Q시리즈 공동 2위
  9. 9오현규 시즌 두 번째 멀티골…셀틱 16경기 무패행진 견인
  10. 10거침없는 코리아 황소…결승골 터트리며 8호골 질주
우리은행
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인간 등정의 발자취-제이콥 브로노우스키(1908~1974)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스페인 마젤란 ‘향신료 원정대’…범선 5척 중 1척 3년만의 귀환
리뷰 [전체보기]
웅장한 에너지 보여준 ‘한국판 레미제라블’…연기·미술·음향 앙상블, 감동의 무대 펼쳐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우크라이나 ‘아미’의 서울 여행 外
사계절로 분석한 한의학 세계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딱풀 /최성아
완주 /김만옥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3일의 휴가’ 김해숙과 신민아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서울의 봄’ 황정민 틀을 깬 악역 창조…이태신 役 정우성 캐스팅은 화룡점정
네 편의 자연 다큐…우리, 잠깐 쉬어가는 건 어때요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 시대…그 부당한 역사에 맞선 의인 이야기
계급사회 속 비틀리고 고립된 개인…일상이 호러가 된 세상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7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6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이것이 어른들의 록앤롤이다
천재 뮤지션 ‘원호’의 무대를 목격했다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7일(음력 10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6일(음력 10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1일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이들과 시를 주고받으며 가정교육을 했던 홍인모
벗의 아내를 애도하는 시를 지은 조선후기 문사 조태억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