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3> 흰다리새우

대하 찜쪄먹을 맛…‘흰다리’ 쏙 빼고 ‘왕새우’라 불러주오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9-12 18:47:24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생김새는 물론 색깔·맛까지 비슷
- 일부 가게 대하로 속여 팔 정도
- 100% 양식할 만큼 생존력 좋아
- 자연산 대하보다 저렴하게 즐겨

- 흰다리 이름 때문에 소비자 홀대
- 왕새우로 개명 뒤 찾는 이 많아
- 구이·새우장 등 먹는 법 다양해도
- 펄떡펄떡 산 채 먹는 회가 제격

한때 부산의 밀면이 ‘밀냉면’으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름 속에는 ‘허튼 밀가루로 면을 뽑아 말아 낸 냉면’이라는 뜻이 숨어있었다. 밀가루 냉면도 냉면이었기에 밀면 또한 냉면집에서 군식구처럼 팔렸다. 그래서 밀면은 냉면의 대용식이자 대체 음식으로 취급받았다. 지금은 어엿한 독립된 음식으로 부산의 향토음식이지만 말이다.
흰다리새우로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상을 차렸다. 이제는 곧잘 ‘왕새우’로 불리는 흰다리새우로 회 구이 튀김 전 칼국수를 요리해 상에 올리니 먹음직스럽기 그지없다.
‘흰다리새우’를 보면 밀면 생각이 난다. 한때 그 처지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흰다리새우는 언뜻 보기에는 대하와 많이 닮았다. 둘이 함께 놓고 구별하지 않으면 그 크기나 체색, 맛 등이 아주 흡사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가격 면에서 보면 차이가 크다. 100% 양식으로 생산되는 흰다리새우는 자연산이 대부분인 대하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그래서 어지간한 도심지 식당에서 ‘대하’라고 수족관에 넣어서 살려 놓고 판매하는 새우는 대부분 흰다리새우이다. 대하는 자연산이기에 잡은 뒤 하루 이틀을 살지 못한다.

그러니 흰다리새우가 버젓이 대하 행세를 하며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하를 대체해 팔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밀면이 비싼 냉면을 사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싼값으로 냉면을 대신해 제공했던 ‘배려의 음식’이라면, 흰다리새우는 대하를 대신하여 속여 파는 상혼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 단백질 풍부한 먹거리

‘바다의 쌀’이라고 할 정도로 바다를 풍성하게 하고, 바다에 기대어 사는 갯것들의 넉넉한 먹이가 되는 어족, 바로 새우이다. 새우류는 전 세계적으로 약 2900종이 있고, 국내에는 약 80~90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서 전 세계인이 즐기는 건강한 먹거리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새우젓을 담그는 젓새우부터 맛이 뛰어나 여러 음식으로 조리해 먹는 대하와 도화새우를 비롯해 독도새우, 보리새우, 흰다리새우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이 제철인 ‘대하’는 서해에서 어획되는 새우다. 독도새우 3종(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이 동해를 대표한다면 대하와 흰다리새우, 보리새우는 서해를 대표한다. 특히 가을에 살이 오른 대하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 때문에 서해안 사람들은 이즈음의 대하를 회나 구이로 즐겨 먹고 새우장을 담가 두고두고 꺼내어 먹기도 한다.

■양식용으로도 적합

흰다리새우를 넣어 끓여낸 칼국수.
지금은 거의 자연산인 대하도 한때는 양식을 했다.

1960년대 말부터 대하 양식을 시작했는데, 새우에 치명적인 흰반점바이러스에 의한 집단 폐사율이 높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대신해 양식을 시도한 것이 흰다리새우이다. 흰다리새우는 양식하기에 최적의 새우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전 세계 양식 새우 80%를 이 흰다리새우가 차지하고 있다.

흰다리새우는 멕시코와 페루에 이르는 태평양 동부 연안의 열대 해역이 원산지로 연중 20℃ 이상의 수온에서 서식한다. 국내 양식용 흰다리새우 새끼는 전량 수입하는데, 미국 하와이산을 수입한다고 한다.

흰다리새우는 양식 환경에서 적응력이 좋다. 성장이 빠르고 출하할 때까지 생존율도 높다. 저염도의 물에서도 양식이 가능하기에 양식 여건 또한 좋다고 한다. 그래서 흰반점바이러스 감염 피해도 다른 새우에 비해 덜하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국내 양식 새우 중 그 생산량이 제일 많기도 한데, 출하 시기 또한 새우가 가장 맛있는 계절인 가을이기에 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

■‘왕새우’가 된 이유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흰다리새우도 부산의 밀면처럼 독립을 시작했다. 밀면이 ‘밀냉면’에서 ‘냉’자를 떼어내고 ‘냉면집’이 아닌 ‘밀면집’의 어엿한 주인공으로 독립했듯이, 비록 양식이지만 맛으로나 가격으로나 대하에 뒤질 이유가 없기에 제 이름을 걸고 떳떳하게 팔리고자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름이 문제였다. 대하는 ‘큰 새우’라는 뜻이 있다. 크기나 맛이 확실하고 넉넉하다는 것. 그러나 흰다리새우는 대하와 그 크기나 맛이 비슷한데도 다리가 희다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소비자에게 맛의 특징이나 크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 이름이 제 발목을 잡은 격이다. 그래서 흰다리새우를 생산·취급하는 이들이 지어 붙인 이름이 ‘왕새우’이다. 크기도 왕, 맛도 왕, 가성비도 왕이란 뜻인데 요즘 한창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흰다리새우 대신 왕새우란 이름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대하와 구별하는 방법

이제 그러하진 않겠지만, 혹시 아직도 비싼 값에 흰다리새우를 대하로 파는 악덕 상혼이 있을까 싶어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구별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대하는 수염이 몸길이의 두 배 이상 길고 대가리 위의 뿔이 주둥이보다 많이 튀어나왔다. 이에 비해 흰다리새우는 대하에 비해 수염이 짧고 대가리 위 뿔도 주둥이보다 짧다. 대하는 꼬리의 무늬가 초록색이지만 흰다리새우는 붉은빛이 돈다.

두 새우의 구별법은 각각의 새우를 제대로 구분해서 제값에 먹자는 취지이지 대하가 좋고 흰다리새우가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들도 대하나 흰다리새우는 맛과 영양성분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새우가 맛이 들었다. 특히 가을에 크고 살이 오른 대하와 흰다리새우가 그들이다. 이들로 회를 장만해 먹기도 하거니와 새우장을 담그기도 하고 소금 위에 줄지어 깔아놓고 구워 먹고 새우튀김으로 먹기도 한다. 특히 새우로 다양한 요리를 풍성하게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면 흰다리새우가 제격이다. 살아있어 싱싱한 데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 회로, 구이로 새우장으로 먹어도 좋고 새우튀김 새우전 새우 칼국수 심지어 새우 라면까지 다양한 요리로 넉넉하게 해 먹을 수가 있다. 새우로 한 상 밥상을 차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흰다리새우는 생명력이 강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율이 높다. 수족관 속에서도 잘 죽지 않고 오래 견딘다. 이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으로 맛볼 수가 있다. 동해와 남해에 인접한 부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6. 6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7. 7“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3. 3[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